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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웹툰 시장에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글로벌 웹툰 시장에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재담미디어 노은정 이사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글로벌 히트작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진다기보다는 한국 시장 안에서도 

잘 통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할 것 같다.”

 

거대해진 한국 웹툰 사업에서 해외 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만화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대중까지 웹툰과 웹소설을 

보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유료 시장이 확장되었지만, 한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구울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한정적이다. 지난 수년 동안 빠르게 

몸집을 불려온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유력 플랫폼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건 단순히 도전이나 욕심의 영역이 아니다. 

내수 시장의 한계 앞에서 이것은 차라리 미래의 생존을 위한 문제에 

가깝다.  2013년 창립 당시부터 글로벌 사업을 주요 업무로 규정하고 

꾸준히 사업적 노하우를 쌓아온 만화 제작사 재담미디어의 글로벌 

업무 총괄자인 노은정 이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건 그래서다. 


세계 시장이라는 것이 아직 구체적인 숙제가 아니었던 시절부터 그와 

재담미디어가 그렸던 비전, 그리고 실질적인 어려움과 극복의 경험에 

대해. 그와의 다음 인터뷰엔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가리키는 장밋빛 

전망이 없다. 그보단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조금씩 디딤돌을 

쌓아온, 화려하진 않지만, 꽤 단단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글로벌 사업에 대해 고민하거나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바로 이 단단한 디딤돌일 것이다.


재담미디어 내에서 본인을 비롯한 임원들의 업무 분담이 어떻게 

되나.

노은정 황남용 대표가 회사 내 모든 업무를 총괄하면서 기획제작, 영

상화, IP 관리, 시너지팀 등을 관리하고 있고, 김형남 이사가 기획제작

팀에서 재담미디어의 작품 제작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글로벌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의 웹툰을 수출하는 건과 해외에

서 작품을 가져오는 것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경영 관리도 일부 담당

하고 있고. 요약하면 대표가 전체 사업을 보고 있으면 나를 포함한 임

원 둘이서 실무를 나눠서 맡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013년 재담미디어 창립 시기부터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던 건가.

노은정 창립 때부터 회사에서 글로벌 사업에 신경을 썼다. 좀 더 정확

히 말하면 일본의 <원피스>나 <나루토>처럼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

는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웹툰 유료 시

장이 충분히 성장해야 했는데, 당시 성장 속도를 봤을 때 2, 3년 후쯤 

그 시기가 올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같은 해 레진코믹스가 등장하면서 

우리 생각보다 빨리 웹툰 유료 시장이 확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업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 있었다.


현재와 비교하면 훨씬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 같다.

노은정 2013년에는 작품을 수출하려면 웹툰이라는 개념부터 설명해

야 했다. 컷을 잘라서 세로로 배열해 보는 만화라고 설명하면, 그쪽에

선 페이지 만화는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페이지 작업을 한 이후에 

스크롤 편집을 하는 작가도 있고, 그 반대로 하는 작가도 있다는 식으

로 다시 설명해줘야 했다. 그쪽은 스크롤 뷰 개념이나 플랫폼이 없으

니, 이미 스크롤 방식으로 편집된 웹툰도 스크롤 버전이 아닌 페이지 

버전으로 만들어서 전자 출판 서비스 형태의 단행본으로 판매해야 했

다. 그래서 요즘 직원들에게 가끔 그런다. 지금은 정말 편하게 수출하

는 거라고. 이젠 해외 바이어들도 다 웹툰이라는 개념을 알고 대표작

들을 아는 상황에서 상담을 하니까.


라인웹툰처럼 해외로 진출한 국내 플랫폼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을까.

노은정 아직 라인웹툰을 제외하면 해외 진출 플랫폼이 많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분명 라인웹툰의 등장 이후, 앞서 말한 것처럼 

웹툰이라는 개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 전체적인 

측면에선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다만 제작자 입장에선 글로벌 

사업의 다각화가 필요한데, 작품이 정해진 플랫폼에서만 서비스될 

때 최상의 매출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령 

네이버웹툰에 서비스되는 작품이면 라인웹툰으로만 서비스해야 

하는 문제들. 우선은 플랫폼이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제작사에도 많은 

기회가 생기리라 기대하고 협력하고 있다.


플랫폼뿐 아니라 국가별 편차도 있을 것 같다.

노은정 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일본의 시장도 많이 커졌고, 동남아시아

에서도 웹툰 플랫폼을 많이 만들고 있다. 가령 중국 시장이 크긴 하지

만 아직까진 미니멈 개런티나 고료 방식의 매출이 유료 매출보다 큰

데, 인도네시아의 경우 유료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다. 그 외에 태국

의 경우 콘텐츠에 개방적인 편이라 이쪽 시장도 많이 클 것 같다. 다

른 대륙의 경우 미국 시장도 많이 성장하고 있고, 유럽은 아직 직접 제

안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프랑스어권 대표 만화 플랫폼인 이즈

네오에서 한국 웹툰은 재담미디어가 제공하는 방식으로 2017년 말

에 계약한 상태다.


최근 베이징윈라이우문화미디어유한공사와 MOU를 맺기도 했

는데.

노은정 윈라이우는 판권 판매 대행을 하는 업체다. 중국 시장은 업체

가 정말 많아서 우리가 일일이 미팅을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은 면이 

있는데, 윈라이우문화미디어유한공사의 경우 투명하게 온라인에 판

권 판매 마켓을 열어 놓은 곳이라 믿을만하겠다 싶어 세 작품을 계

약했다.


중국 시장이라고 하면 저작권 문제를 비롯해 여러 편견이 있다.

노은정 보통 두 가지 편견이 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 정산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거래해온 업체의 경우 이런 문제는 

거의 없었다. 극히 드물게 한두 군데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고. 내가 처음 중국과 계약을 했던 게 재담미디어가 

생기기 전인 2009, 2010년이었는데 이 당시에도 계약이 투명하지 

않다기보다는 사업적인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가령 뭔가 미심쩍어서 물어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플랫폼과 직접 계약인 줄 알았는데, 지금 이야기하는 업체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된 업체가 아니라거나. 계속 확인할수록 양파처럼 

새로운 사실이 나오는 거지. 그러다 보니 그쪽에서 사기를 치는 건 

아니더라도 복잡한 경우가 많고 불안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하는 일도 있고,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다들 잘 알고 

있다. 가령 해적판이 나오면 플랫폼에서 먼저 공격적인 대응을 하기도 

한다.


큰 문제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사업 특유의 애로사항은 없나.

노은정 만화 사업 거래 규모가 아직 영상 사업보단 작다 보니 조금 

소홀히 취급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피드백이 느린 경우에도 답

답하고. 하지만 해외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

에서 지원을 잘해줘서 상당히 편하게 일하는 편이다. 우리가 동남아

시아처럼 좀 작은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번 출장을 가는 건 좀 부담

이 되는데, 업체들을 한자리에 모아주니 행사에 참여하면 거의 모든 

업체를 만나 미팅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문화적 차이에 의한 어려움은?

노은정 국가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요소들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종교적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중국은 아무래도 심의가 

강한 편이라 소재에서 한계가 있다. 가령 국가에서 학원 폭력은 절대 

안 된다, 없다, 이런 입장이니 한국에서 인기 있는 학원 액션물이 

진출하기 어렵다. 피가 튀면 안 된다고도 하고. BL(Boy’s Love)도 BL

인 걸 숨기고 서비스하는 거로 안다. 정서적인 교감까지만 그리고, 

물리적으로는 손도 잡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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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것처럼 역사 왜곡 같은 것에 대해서도 민감하고. 좀 의외의 

경험도 있다. 대학교 재단 비리를 캐기 위해 남자 기자가 여장을 하고 

여대에 잠입하는 설정의 작품을 서비스했었는데, 학교에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렸다. 사실 이야기 초반의 짧은 

설정일 뿐인데도 결국 1권을 서비스하는 중에 작품을 내려야 했다.


반대로 국가별로 원하는 장르, 매출이 잘 나오는 장르가 따로 

있을까.

노은정 분명히 차이는 있는데, 로맨스 장르는 어느 나라에서나 기본적

으로 잘 된다. 아무래도 소재에 있어 국가별 편차랄 게 별로 없다. 어느 

나라에나 이성간 로맨스에 대한 문화는 공통으로 존재하고, 해당 장르

에 대한 독자층도 이미 존재하니까. 그 외 장르의 경우, 스릴러나 호러 

장르는 태국이나 미국 같은 국가에서 잘 되는 편이다.


로맨스가 강세라고 했는데 한국 시장에서 로맨스 장르가 잘 되는 

건 30~40대 여성 독자 매출이 높아서다. 해외 유료 시장도 같은 

맥락일까.

노은정 우리 작품 중 <케세라세라>는 타깃 연령이 높은 로맨스 

장르인데도 이 작품이 초기에 인도네시아에서 매출이 잘 나왔고 

일본에서도 시장 반응이 좋았다. 그런 면에선 분명히 해당 연령대 

독자들의 유료 매출 지분이 높은 것 같다. 반면 중국의 경우엔 웹툰 

유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게 7~15세 독자들이더라.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료 결제가 잘 안 나오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글로벌 히트작에 대한 욕심을 이야기했는데, 재담미디어에서 

글로벌 히트작이 나오면 로맨스 장르일 것 같나.

노은정 장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가령 일본에서 나온 글로벌 히

트작 대부분은 소년만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인데, 그렇다고 현재 독자

들이 그런 만화 속에 나오는 꿈과 희망과 우정에 가슴 뛰기 때문에 이

들 작품을 소비하는 걸까. 그보단 그들이 잘 만드는 장르이고 거기서 

히트작이 나온 거라고 보는 게 맞는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도 세계에서 통할 작품을 만들겠다고 기획하고 규모를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글로벌 히트작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진다기보

다는 한국 시장 안에서도 잘 통하고 재밌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할 것 같다.


작품의 국내 인기가 해외에서도 비례하는 것 같나.

노은정 대부분 그렇다. 앞서 말한 <케세라세라>도 그랬지만, 로맨스

나 판타지 장르 국내  인기작은 높은 확률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물론 너무 한국의 일상에 천착한 공감 만화라거나, 한국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유희 같은 것들은 한계가 있다.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걸작이지만, 특정 지

역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사는 문화를 이질적으로 느껴 잘 안 된다고

도 하더라. 하지만 기본적으론 한국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작품

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작품을 프로듀싱 

하는 경우는 없나.

노은정 재담미디어 초기에 박성우 작가님의 <파동>을 전략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연재한 적이 있다. 박성우 작가님은 워낙에 일본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작가였고 마침 스토리도 나라나 문화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구성이었다. 그래서 대사도 일본에서 읽기 좋게 만드는 식으로 

준비해서 완전 동시는 아니지만, 한국, 일본, 중국, 미국에서 연재했다. 


이런 식의 글로벌 기획이 있긴 했지만 모든 작품에 대해 글로벌 

히트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진 않는다. 그보단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것 

같은 소재나 스토리일 때 회의를 통해 해당 요소를 좀 더 발전시키는 

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우리가 잘하던 걸 잘 유지하면서 해외 

시장도 함께 고려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소속 작가들이 글로벌 진출에 욕심을 낼 수도 있지 않나.

노은정 해외에서도 수익이 나온다는 걸 아는 작가님들이 처음부터 

그것까지 고려한 기획을 하는 때도 있다. 오성대 작가의 <기기괴괴>

가 중국에서 서비스됐을 때, 어떻게 해야 본인도 잘 될 수 있을지 몰라 

질문하고 했다. 그런데 해외 시장만을 생각하다가 자기 스타일까지 

흔들릴 수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조언하려 한다. 


가령 액션이어야 수출이 잘 된다고 하니 안 하던 액션을 하겠노라고 

하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러지 말라고 잘 설득하는 거지. 그냥 

하시던 거 잘 하시면 된다고. 사실 이건 글로벌 사업과 별개로, 

제작사가 작가를 관리하는 문제라고 본다. 국내 시장에서 BL이 잘 

된다고 이성애 로맨스를 그리던 작가가 BL을 시도하며 괜히 흔들리면 

안 되지 않나. 기본적으로 작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과정 자체가 우리 일이니까.


재담미디어가 글로벌 사업을 하는 것도, 작가들이 관심을 두는 

것도, 결국 국내 웹툰 시장 이상의 파이를 꿈꾸기 때문인데, 그런 

맥락에서 웹툰 IP를 이용한 영상 시장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노은정 사실 재작년에 영상 자체 제작을 위한 시도를 해봤는데, 

녹녹하지 않더라. (웃음) 영상 팀을 내부에 들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세팅하다가, 우리가 해당 분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걸 

뼈아프게 느끼면서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그 과정에서 많은 업체를 

만나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다. 덕분에 

웹툰 IP 판매도 좀 더 수월해진 면이 있다. 


현재로선 웹툰 제작에 충실하고, 2차 판권 계약에서 드라마 판권 

지분을 일부 가져오는 형태 같은 걸 고려하고 있다. 조금 소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원천 콘텐츠로서의 웹툰 IP를 우리가 아주 잘 

만들어서 영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 직접 찾아오게 하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중국의 윈라이우도 먼저 우리에게 접근한 

케이스다. 웹툰을 찾는데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물으면 재담미디어로 

가보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때도 있다.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면, 재담미디어는 섣불리 판을 키우기보단 

잘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노은정 내가 담당하는 쪽은 그런데, 대표는 좀 더 의욕적으로 일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영상 미디어도 직접 제작하고 싶고, 

글로벌 히트작도 만들고 싶다. (웃음) 기본적으로 대표가 다양한 

사업적 아이디어를 내고 비전을 제시하면 나와 김형남 이사가 그걸 

좇아가면서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논의하고 이해가 안 되면 문제를 

제기하며 일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굴러온 것 같다. 


새롭게 하는 일도 있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빠르게 접는 일도 있고

가령 재담미디어를 설립할 땐 우리 작품이 많이 쌓이면 그 작품들로 

아예 웹툰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로드맵도 있었다. 그런데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일의 규모도 너무 컸고, 수많은 중소 웹툰 플랫폼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보니 이건 건드려선 안 될 일 같더라. 그런 

식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그런 식의 파트너십은 함께 오래 일하다 보니 가지게 된 걸까.

노은정 어쩌다 보니 오래 일하게 됐다. 황남용 대표와 2009년부터 

함께 일했으니 벌써 10년이다. 나는 원래 일본어 통역을 했었는데 

2006, 2007년에 일본에서는 폴더폰으로 만화 컷을 다 잘라서 컷 

단위로 보는 컷뷰 서비스가 붐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도 그걸 

벤치마킹하며 일본 쪽과 미팅했고 그때 통역 일을 많이 하다가 그 

업체에 취직까지 했다. 작품을 수입해오면 번역도 해야 했으니까. 그 

업체에서 온라인 만화 잡지 <만끽>도 제작했는데, 그 당시 황남용 

대표가 <만끽>에서 일하다가 독립했다. 이후 2009년에 다른 회사를 

차리며 함께하자고 제안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앞 서 해 외 시 장 의 반 응 변 화 에 대 해 서 도 말 했 지 만 , 폴 더 폰 의 

컷 툰 이 스 마 트 폰 의 웹 툰 으 로 바 뀌 는 과 정 에 대 한 격 세 지 감 을 

느끼겠다.

노은정 내가 2007년 처음 만화 업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웹툰 연재는 

안 하겠다는 작가들이 다수였으니까. 

내 만화가 왜 무료냐, 이런 반응이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이 성장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했다. 나는 일본 시장을 많이 보는데 저쪽에서 

컷뷰 만화가 인기가 있는 것처럼,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는 일이 

활성화될 거라고 봤다. 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시장에 대한 예측과 별개로 웹툰에 호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있을까.

노은정  귀귀 작가의 <정열맨> 같은 젊은 감각의 개그 만화들. 편하게 

누워서 킬링 타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과거의 만화와는 다른 콘텐츠, 다른 시장이 생긴 건데 이것이 

국제적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나.

노은정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만화 보니?”라고 물을 땐 부정적인 

의미가 숨어 있지 않았나. 공부 안 하냐, 혹은 애처럼 만화나 보느냐, 

같은. 그런데 요즘 “웹툰 보니?”라는 말에는 그런 비하적인 뉘앙스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웹툰이라는 매체가 좋은 대접을 받고 있고 원천 콘텐츠로서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가들 역시 스스로 지위 향상이 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경향이 해외로도 이어지면서 웹툰이 망가와는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유저를 모으고 있다. 접근도 쉽고. 그런 면에서 

앞으로 해외에서도 원천 스토리로서 인기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만화> 제1호~제5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