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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되지 않는 개그만화, 규정되지 않는 청춘, 규정할 수 없는 미래

규정되지 않는 개그만화, 규정되지 않는 청춘, 규정할 수 없는 미래 

- <무슨 만화>의 OOO 작가 인터뷰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포털에서 웹툰을 연재하는 분들이 다 같이 모여 캠프파이어를 하는 거라면, 독립만화 쪽은 캠핑장 곳곳에서 각자 캠핑카 안에 있는 거랄까. ”

2월 9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는 <한국만화 또 다른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소위 ‘비주류’ 작가들의 단편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먼저 

소개되며 네이버웹툰 독자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긴 건 OOO 작가의 

 

‘지구멸망의 날’이었다. 지구멸망을 앞두고 각 분야의 달인이라는 이들이 

벌이는 헛소동을 코믹하면서도 조금은 시니컬하게 그려낸 이 작품을 본 

네이버웹툰 독자 일부는 일부러 작가의 이름을 지운 거냐고 물었고, 또 다른 

댓글에선 네이버웹툰에서 OOO 작가의 꽤 긴 단편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출판물인 <무슨 만화>를 5쇄까지 찍으며 독립만화가로서 눈에 

띄는 상업적 성취까지 이뤘지만,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익명에 가까운 

무명씨인 존재. 하여 그가 자신을 지칭하는 OOO이라는 기호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 누군가에겐 OOO이 본인의 정체를 숨겨 지시체에 

닿을 수 없게 만드는 불투명한 표지판이라면, OOO의 작품 세계를 

경험한 이들에겐 이미 그것이 구체적인 작품과 스타일의 창작자를 

가리키는 꽤 선명한 이름이 된다. 이번 인터뷰도 어쩌면 이러한 

양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을지 모르겠다. OOO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솔직히 이야기한 반면, 자신이 

어떤 이름과 스타일에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고 또 거부했다. 동그라미 

세 개, 그래서 그 안을 채우고 상상하는 건, 독자의 몫이 되겠다.


지 난 2 월 네 이 버 웹 툰 < 한 국 만 화 또 다 른 시 선 > 연 작 에 ‘ 지 구  

멸망의 날’로 참여했다.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OOO 사실 나는 포털 웹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냥 갑자기 

전화가 와서 고료는 얼마고 기한은 언제까지고 분량은 어느 정도라고 

해서 그에 맞춰 보낼 생각만 했지 포털에서 웹툰을 소비하는 방식 

이나 댓글 분위기 같은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네이버는 큰 

포털이니까 거기 올라가면 좋으려니 막연히 생각만 했다. 단편 

하나니까 댓글도 별로 안 달릴 줄 알았고. 어차피 다른 작가의 단편이 

올라가면 잊히겠지 싶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처럼 가벼운 일이 

아니더라.


작 품 자 체 와 전 체 연 작 기 획 에 호 의 적 인 댓 글 이 많 았 던 거 로 

기억하는데?

OOO 그렇게 큰 포털에서 수많은 독자를 만나고 댓글이 많이 달린 건 

처음이라 내 눈에는 안 좋은 댓글만 띄더라. 내가 주로 작품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에선 굳이 와서 악플을 다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구성하는 건 어땠나? 단편이라지만 평소의 4컷 만화보단 

훨씬 긴 구성이었는데.

OOO 10페이지 이상 분량이라고 해서 평소에 그리던 4컷 만화를 10

페이지씩 해야겠다고 구상했다. 전체적으로 처음과 끝을 정해놓고 

그사이에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처음엔 청소의 달인 

아이디어부터 떠올렸다.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 수미쌍관 

스타일로, 결말에서도 똑같이 뭔가를 지우는 식으로 마무리하면 

재밌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청소의 달인 다음엔 

복원의 달인,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됐다. 아무래도 달인이라는 키워 

드가 있으면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뽑아내면 되니까. 

그러면서 유머의 달인, 미용의 달인 등이 추가로 구성될 수 있었다. 

특별히 어렵진 않았고 다만 분량이 평소보단 많아져서 4컷 구성마다 

다음 4컷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평소 작업과 비교해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정도 분량은 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더라.


독 자 반 응 에 서 나 작 품 스 타 일 에 서 나 인 스 타 그 램 이 맞 는 다 는 

건데, 처음 계정을 만들 땐 무슨 생각이었나?

OOO 처음엔 일러스트 포트폴리오를 쌓을 생각으로 만들었다. 

조소과 출신이라 학교 다닐 땐 평면 회화 작업을 아예 하지 않았는데, 

졸업하고 나니 막막했다. 그럼 우선 하루에 하나라도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계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는 일러스트를 

그려서 올리는 커뮤니티나 플랫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올리면 와서 볼 사람도 없을 테고.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와서 내 작품을 볼 수 있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이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보고 싶었고.


사람들이 와서 반응하려면 그 계정이 알려져야 하지 않나.

OOO 결국 만화를 그리면서 팔로워가 늘었다. ‘불신의 굴레’ 시리즈 

4컷 만화를 올려봤는데, 누가 트위터로 퍼갔고 리트윗이 많이 됐다. 

그걸 트위터 유저인 친구가 알려주며 트위터에 계정을 직접 만들어 

만화를 올리라고 했고 그때부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두 가지 

계정을 운영하게 됐다. 그러면서 처음 

생각했던 일러스트 대신 만화 위주로 

작업을 올렸고. 


반응이 좋아서?

OOO 그런 것도 있지만 만화를 그 

리는 게 재밌었다. 재밌으니까 좀 더 

해봐야겠다, 일러스트는 시간 날 때 

좀 그리지 뭐, 이런 식이었다. 내가 

멀티가 잘 안 되는 타입이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 

보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더 쉽다.   

일러스트는 구도나 색감을 마음에 

들게 하려면 3일 정도 걸린다. 그에 

반해 만화는 콘티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저장해놨다가 그릴 때 연출만 좀 하면 

작화에 들이는 시간은 비교적 적게 

들어간다.


거친 그림체이긴 하지만 도트 작업이라면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OOO 그 정도는 아니고, 4컷 만화 한 편을 그리는 데 3~4시간 정도 

걸린다. 일러스트 계정으로 운영할 때도 도트 작업을 올렸고,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오히려 도트로 그리는 게 더 

편하다. 펜 작업에 비해 수정이 쉬운 편이다. 펜은 한번 잘못 그리면 

지울 수가 없으니까. 물론 내가 포토샵 프로그램 기능에 능숙하면 

그런 문제가 덜할 텐데, 단축키도 잘 모르고 좀 원시적으로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도트가 

작업량이 많다고 하지만 내 경우 

하나하나 도트를 찍는 게 아니라 

선을 정리하는 정도고, 색은 페인트 

툴로 찍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진 

않다.


그 런 데 그 와 중 에 도 컬 러 를 원 

톤으로 갈 때와 투 톤으로 갈 때가 

있더라.

OOO 처음에는 거의 원 톤으로 

했는데 조금씩 디테일해지면서 투 

톤이 들어가게 됐다. 사실 처음엔 

일부러라도 막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랬을 때 더 재밌는 

컷이 나오기도 하고. 예쁜 모양으로 

그릴 때에 비해 ‘날림’ 느낌으로 

그려야 더 웃길 때가 있다. 그런데 

그리다 보면 점점 공을 들이게 된다. 어쨌든 작품으로서 쌓이는 

거니까. 그러다 자연스럽게 투 톤으로 명암을 주게 됐는데, 보통 

원 톤에서 명암이 들어가면 분위기가 심화되거나 반전되기 때문에 

만화 안에서 그런 전환이 필요할 때만 명암을 넣으려 한다. 안 넣어도

되는데 넣으면 너무 공들인 느낌이고 초심을 잃은 (웃음) 느낌이다. 

개성이 덜해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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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트 만 큼 시 그 니 처 라 고 할 수 있 는 게 귀 달 린 캐 릭 터 인 데 , 

모티브는 정확히 어디에서 출발했나?

OOO 솔직히 3년 전이라서 기억이 확실하진 않은데, 딱 사람 같진 

않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면 동물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와서 보면 사람의 눈 코 입을 지닌 그런 캐릭터? 나는 이젠 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리는데 토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리고 사람들이 까마귀라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도 

처음엔 그냥 입이 삐죽 나온 인간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그린 거다. 

기본 캐릭터를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형상인데, 이제는 까마귀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와 스토리에서 OOO 만화를 대표하는 ‘요정’

은 어떻게 탄생했나?

OOO 최초의 요정이 설거지의 요정이었는데, 굳이 요정이라는 

키워드를 정하고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왜 그런지 잘은 모르지만, 

요정 에피소드는 임팩트가 있다고 느끼는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그래서 만들어 놓은 콘티 중 요정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골라 그리는 

경우는 있지만, 일부러 이번엔 소재가 없으니 요정을 이용해서 콘티를 

짜보자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편한 분량 이야기를 했지만, 원래부터 4컷 만화를 좋아했던 

건가?

OOO 처음부터 4컷 만화를 그리겠다고 목표로 삼았던 건 아니지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긴 하다. 처음 샀던 만화책이 아즈마 키요 

히코의 <아즈망가 대왕>이었다. 대학 시절 학과 선배 추천으로 학교 

신문사에서 삽화 작업을 하며 4컷 만화를 계속 그리기도 했다. 평소 

업무는 기사에 붙을 삽화를 그리는 건데, 근무하는 3학기 중 1학기 

 

는 4컷 만화, 두 번째부터는 칼럼에 붙는 삽화, 그다음에는 한 컷짜리 

만평을 부가적으로 그려야 했다. 만화에 관심이 없어도 일이라 

억지로 그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항상 취미로 만화를 

그려왔고 다이어리 쓸 때도 그림일기를 그렸던 터라 만화가 제일 

편했다. 나중엔 데스크와 합의하에 칼럼 삽화를 생략하고 4컷 만화를 

2학기로 연장해서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4컷 만화에서 지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OOO 그땐 거의 패러디 위주였던 것 같다. 당시엔 동화 내용을 

모티브로 삼아서, 인터넷에 떠도는 웃긴 유머나 짤, 밈을 가져와 

패러디하는 게 습관이었다. 지금은 패러디를 잘 안 하니 그때와는 

다른 것 같다. 


사 실 현 재 스 타 일 도 전 통 적 인 기 승 전 결 구 도 의 4 컷 만 화 와 는 

다른 편이다.

OOO 보통은 소재에서 출발한다. 어떤 소재를 두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는 거다. 예를 들어 여기 화분이 있으면 화분이라는 

소재에 대해 가상의 A와 B에게 대화를 시켜보고, 마지막에 농담을 

넣는 식이다. 사람들이 농담할 때의 사고 과정과 똑같은 것 같다. 

일종의 아재 개그 같은 건데, 말로 하면 안 웃길 썰렁한 농담 소재에 

비현실적 상황이라는 살을 입혀 웃기게 만드는 거지, 이걸 현실에서 

하면 다들 무표정하게 볼 거다. 현실 세계에선 어떤 가상적인 배경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가상적인 상황을 말로 설명하며 

 

‘이러저러하면 재밌겠지?’라고 설명하고 혼자 재밌다고 생각하면 

다들 그게 뭐냐고 하겠지. 하지만 만화에선 그에 대해 구구절절한 
사전 설명을 할 필요 없이 제시만 하면 되니까 적어도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들은 와서 보게 되는 것 같다.

본인 유머 코드에 자양분을 준 콘텐츠가 있다면?
OOO 역시 어릴 때 본 만화들인 것 같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을 보며 낄낄대기도 했고, <돌격 크로마티 고교> 1권은 지금 봐도 
재밌다. 같이 묶여서 많이 이야기되는 <멋지다 마사루>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사실 만화를 아주 많이 본 건 아니라 뭐라 말하긴 어렵다.

만화를 보며 자랐지만, 소위 ‘만화 키드’는 아니었나보다.
OOO 반절 정도? 아니 3분의 1 정도? 만화를 자주 보긴 했었지만, 
부모님께서는 내가 만화 보는 걸 싫어하셨다. 만화를 그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셨고. 중학교 이후엔 나도 만화에 대한 흥미를 많이 
잃었다. 그래서인지 미래에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스스로도 
해본 적 없었고 오로지 디자인과를 목표로 자연스레 입시 미술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림 자체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려왔기 때문에 
부모님도 당연히 내가 미술을 할 거로 생각하셨고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그렇게 디자인 입시 공부를 하다가 재미가 없어 조소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입시 미술을 해도 보통 그림을 꽤 잘 그린다 싶으면 만화 좋아하는 
친구들이 바람을 좀 넣을 수 있을 텐데.
OOO 딱히 주위에 만화 좋아하는 친구들은 없어서 만화 동아리 활동 
같은 걸 해본 적은 없다. 다만 초등학교 때 자기들이 원하는 만화 
캐릭터들을 그려달라는 요청은 많았던 게 기억난다. 포켓몬, 디지몬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도 그런 캐릭터 그리는 걸 재밌어했다. 그걸로 
일종의 게임을 만든 적도 있다. 내가 몬스터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분양을 해주는 거다. 마치 포켓몬을 고르듯. 그러고선 몬스터끼리 
싸움을 붙여서 그 과정을 연필로 그려서 보여줬다. 어떤 몬스터를 
선택한 친구가 ‘~한 공격을 썼다’라고 하면 그 기술이 나가는 걸 
그려주는 식으로. 그땐 꽤 심취해서 나중에는 한 페이지 가득 이상한 
몬스터 형상을 구상해 그리기도 했다.

그 정 도 재 능 과 흥 미 가 있 었 음 에 도 만 화 가 가 될 생 각 은 하 지 
못했던 건가?
OOO 초등학교 땐 했지만 중학교 올라오면서부터는 만화가가 되고 
싶단 생각이 없었다. 잘 모르겠지만 그땐 일러스트레이터가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요즘처럼 웹툰을 보는 시기도 아니었고. 다만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나는 전주에 살았는데 입시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홍대의 유어마인드에 가니 너무 좋은 거다. 못 
보던 책들, 정말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현재 독립만화계의 일원으로서의 자각이나 자부심도 
있을 법한데.
OOO 독립만화라고 하면 단어에서부터 이미 독립적인 어감이라 어떤 
그룹으로서의 자각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가령 포털에서 웹툰을 
연재하는 분들이 다 같이 모여 캠프파이어를 하는 거라면, 독립만화 
쪽은 캠핑장 곳곳에서 각자 캠핑카 안에 있는 거랄까. 친근함 정도는 
있지만, 소속감이 있진 않다. 그냥 각자 멋지다, 이렇게 응원하는 정도. 
그리고 독립만화계라는 바운더리 안에 오래 버티고 있는 분도 많진 
않은 것 같다. 뭔가 생계를 생각해서 다른 일을 하는 분도 많고. 그러다 
보니 솔직히 말하면 독립만화계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나마 
만화 공간 유어마나가게(만화살롱 유어마나의 전신)에서 첫 번째 
전시를 함께 했던 작가님들 정도는 꾸준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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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만화>의 성공으로 ‘가장 대중적인 독립만화가’가 되었는데 
스스로 자각할 때가 있을까?
OOO 원래 항상 독립출판으로 내다가 출판사를 통해 처음 낸 게 
 
<무슨 만화>인데 생각보다 많이 팔리고 좋은 평을 받아서 확실히 
좀 크게 다가오긴 했다. 독립출판에서는 300부 팔면 많이 팔았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걸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외주 작업이 약간 더 들어오긴 하지만 또 엄청나게 많아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 경험 때문에 좀 더 초조해진 것 같다. 언제까지 
내가 뭔가를 내놓았을 때 다 팔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또 새로운 걸 
기대할 텐데,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실례가 안 된다면 현재의 주 수입원을 물어볼 수 있을까?
OOO 정말 때마다 다르다. 정기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긴 하지만, 
외주나 행사가 더 도움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포털 연재처럼 좀 더 안정적인 방향을 고민해본 적은 없나?
OOO 그분들이 나에게 제안을 한 것도 아니지만 (웃음) 당장 
하라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만화 일에 애정이 있어도, 전업 웹툰 
작가가 되는 일엔 큰 욕심이 없다. 재정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하는 
게 맞겠지만, 직업으로서 매주 자신을 쥐어짤 자신은 없다. 지금은 
루틴을 정해놓고 마감하고 있지 않으니까. 내가 언제까지 재밌게 
연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만화를 그리는 게 더는 즐겁지 않을 
수도 있고.  당장 이번 <한국만화 또 다른 시선>에서의 분량만 해도 
버겁더라. 포털에서 매주 연재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로서 안정적 미래에 대한 욕구가 있지 않나?
OOO 안정성에 대한 욕구는 언제나 있다. 있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하고 싶은 게 다양하다. 이게 하다 안 되면 저거 하고 저거 하다가 안 
되면 또 다른 걸 해야지, 이런 식? 가령 요즘의 가장 큰 목표는 직접 
내 작업물을 파는 스튜디오 겸 편집숍을 여는 것이다. 뭔가 새롭게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이 재밌고 적성에 맞는다. 그 외에는 도트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GIF 파일이 
들어간 만화나 게임도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또 지금까진 
익명성이 강조된 4컷 만화를 그렸다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장기적인 흐름의 만화도 그려보고 싶다. 

그렇다면 만화가로 사는 삶을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OOO 만화로 해보고 싶은 일도 남았고 당장은 만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해서, 그렇다. 다른 작업과 비교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에 자신감이 있다기보다는 다른 일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에 가깝다. 가령 일러스트 경우엔 그리고 있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데, 적어도 만화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니까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고 작업을 할 원동력이 생긴다. 다만 만화는 
내게 직업이라기보단 일상에 가깝다. 오랫동안 해왔고 또 계속 같이 
하고 싶은 삶의 일부지만, 그래서 더 직업으로 의존하고 싶지가 않다. 
<무슨 만화>도 애초에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서 더 잘 풀릴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 ‘만화가’로 규정하고 살면 만화 일이 의무로 
느껴지면서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순간이 올 것 같아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안 좋은 작품을 그리게 될 테니까. 그래서 언젠가는 
생계와 관련 없이 즐거운 취미만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