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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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계룡산을 거쳐, 한계 없이 뻗어가는 이야기의 세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는 
내가 만들 수밖에 없겠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계룡산을 거쳐, 한계 없이 뻗어가는 이야기의 세계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솔직히 말하겠다. 
돌배 작가가 미국에서 잘 다니던 게임회사의 
인수 합병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감사한 일이다.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연재했던 그는 비자발적인 퇴사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웹툰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 이후는 다음과 같다. 그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비웃듯
<계룡선녀전>,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라는 두 편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연재 및 완결했고, <계룡선녀전>은 가장 ‘핫한’ 
채널인 tvN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꿨던 작가 본인한테도 좋은 일이었겠지만, 실력 있는 이야기
꾼을 기다려온 만화 웹툰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샌프란시스코의 태권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지만 한국의 독자들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하지만 동시대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재해석을 보여준 이 솜씨 좋은 이야기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곳에 도착하게 됐을까? 그리고 또 그가 만들어낼 
이야기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온 지 
2년째인 돌배 작가를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미국까지 가지 
않고 그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올해 <계룡선녀전>과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장편 두 작품을 
동시 연재 및 완결했다. 좀 쉬고 있는 중인가?
돌배 원래는 작품 연재를 마치고 좀 쉬려고 했는데 브랜드 
웹툰을 비롯해 이것저것 외주 작업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계룡선녀전>에 이어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단행본을 
만드느라 별로 쉬지 못했다. 강의 같은 것도 종종 들어온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로 보는 인문학’ 강의를 부천시 
두 군데 중학교에서 진행했다.

‘만화로 보는 인문학’이라면?
돌배 나도 정확히 나한테 기대한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학생이 대상인만큼 좀 더 쉽게 전달하려고 했다. 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특징 같은 것들, 가령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에 나오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춘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에는 성 소수자나 이민자 등이 
등장하는데, 그런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목적이었나?
돌배 꼭 다양성을 보여줘야지, 하고 보여준 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당시에 내가 살던 곳이 샌프란시스코였는데, 
그곳의 지역적 특색이 다양성이었다고 봤다.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런 포용적인 공간에 다양한 
계층과 성 지향성 그리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건데, 
그런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표현한 것 같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정식 연재를 목적으로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올렸다기보다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일기 쓰듯 그렸던 거니까. 
사실 그래서 정식 연재를 할 땐 혹시 독자들한테 비난 받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게이가 왜 나와? 미혼모가 왜 나와? 
이런 식으로. 하지만 내가 한국을 떠났던 2005년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개방적인 마음으로 봐주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일기 쓰듯 그렸다고 말했지만, 주인공 가야 외의 많은 인물의 
과거사를 설명하는 것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돌배 가야 주변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들의 사연도 
궁금해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그러다가 그 
캐릭터 각각의 배경을 만들고, 점점 구체화하다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고 애정이 갔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되더라.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비롯해 지금껏 연재한 모든 
작품이 해피엔딩에 가까운데, 그것이 서사적 쾌감을 위한 
해피엔딩인가? 아니면 각 인물들이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해피엔딩인가?
돌배 각각의 인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그들이 
처음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품 속 환경에서의 상황도 나아지고, 인물 스스로 조금은 더 
발전해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 당연히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결말이 움직인 거고.

가령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의 가야나 <계룡선녀전>의 
정이현,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의 태수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보면, 결국 이들이 더는 휘둘리지 않는 삶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돌배 좋은 해석 같다.(웃음) 나 스스로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는 
면이 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과 판단력을 
갖췄지만 또 유연하게 행동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살아야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무엇에 휘둘리는 것 같나?
돌배 공포? 앞날에 대한 두려움? 당장 지금도 회사를 그만둔 
프리랜서니까. 미국에서 다니던 게임회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내가 속한 팀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면서 
비자발적 퇴사를 하게 된 거지. 솔직히 처음엔 꽤 신났다. 
아침에 10시까지 자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엄청 피곤했던 
시기였다. 회사 일도 있었고,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연재도 
해야 하고, 태권도장도 다녀야 했으니까.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작품을 완결하고 회사에 집중하려 했는데 잘린 거다.(웃음) 
퇴직금도 두둑이 받고 나름 즐거웠는데 3개월 동안 일을 안 
하니까, 어느 순간 엄청 불안해지더라. 그렇게 일 안 하고 1년 
정도 쉬면서 불안해했다.

마음을 먹으면 게임회사에 재취업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계룡선녀전>을 그리며 복귀한 건 결국 두 갈림길 중 만화를 
선택한 거라고 보면 될까
돌배 게임회사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재밌었지만 
그래도 만화를 그리는 게 좀 더 재밌고, 더 하고 싶었다. 나는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내가 인물한테 이입되어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을 좋아한다. 그런데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은 이야기 
창작이 아니니까 만화를 선택하게 됐다. 확정된 건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 정식 연재를 해봤으니 꼭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한 번 정도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었다.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구였을까?
돌배 우선 만화를 정말 좋아했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어머니가 혼낼 정도로. 그런데 좋아하는 작품에서도 미묘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갈 때가 있었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서브 남주인공이 여주인공과 연결되면 
좋겠는데, 그 남자가 죽어버리는 거다. 나는 그게 너무 마음 
아팠다. 내가 작가라면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텐데. 
여주인공과 연결해줬을 텐데. 그러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는 내가 만들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일기에 가까운 마음이었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보다는 <계룡선녀전>에서 좀 더 이야기꾼의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돌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첫 작품이니까 내가 제일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걸 그려보자는 마음이었다면, <계룡선녀전>부터는
욕심을 내서 판타지 장르로서 용도 넣고 호랑이도 넣고 시간여행도 넣었다.
그런데 다들 작품이 잔잔하다고만 하니.(웃음)

설화인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판타지를 만들어냈는데, 
원작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정한 기준이 있을까?
돌배 어릴 적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읽은 이야기지만, 
요즘엔 이 나무꾼의 행태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있지 
않나? 자기 욕심을 위해서 선녀의 선택지를 없애고, 결혼을 한 
거니까. 이야기의 설정을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그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슴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치는 역할을 하며 죄의 덤터기를 쓰게 됐다.

작품 안에서 갈등의 핵심 인물은 환생으로 연결된 거문성
사슴-정이현인데, 그런 사슴의 이야기가 나머지 두 캐릭터의 
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돌배 사슴이라는 존재에 깊이를 줘보고 싶었다. 그러면 이 
캐릭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래서 선인이었던 과거를 주었고, 재미를 위해 현시대에 
남자로 환생하게 했다. 솔직히 말하면 환생을 믿지 않지만, 
문학적 장치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다. 사람이 죽어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과거 일의 기억도 갖게 된다고 
했을 때, 이걸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면 적어도 한국에선 
그 메커니즘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 
환생이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하니까. 그렇게 구성을 짜다 보니 
내가 만들었지만, 이 설정이 너무 재밌었다.

정이현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전생이었던 거문성의 죄를 
봉사활동으로 속죄하려 하는데, <계룡선녀전>의 세계관에선
전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는 건가?
돌배 책임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음에 꺼림칙함이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정이현은 
거문성이나 사슴과는 다른 개체지만 그들의 숙제를 대신 
한다는 기분으로 봉사활동을 선택한 것 같다. 속죄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속죄가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거라면, 정이현의 경우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즐겁게 선행을 선택한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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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건 더 도덕적인 인간이 됐다는 뜻일까?
돌배 도덕, 비도덕의 문제로 접근하진 않았다. 그런 윤리적인 
측면보다는 인물의 괴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은 너무 
괴로운데 그렇다고 남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그런 상황 
말이다. 분노와 괴로움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승화될 수 
있을까? 사실 거문성의 기억을 되찾은 정이현이 분노를 
거둬들인 건, 도덕적 깨달음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일방적으로 
믿던 것이 진실이 아니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은 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그 하나의 진실만으로도 무지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 자유로워졌다는 것, 그거면 엄청나게 
나아진 것 아닐까?

그런 주제 의식을 포함해 복선의 회수까지 이야기가 어떤 
모순이나 오류 없이 굉장히 깔끔하게 완결됐다.
돌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다 보니 흔히 3막 구조라고 하는 
영화 스토리에 익숙하다. 영화는 TV 드라마보다 러닝타임이 
짧고 그 안에 기승전결이 있다. 내 만화도 그 구조에 맞춰 
원하는 길이의 작품이 나온 것 같다. 딱 적당했던 것 같다. 
복선이 모두 회수됐다고 했지만, 작품이 길지 않아서 
스스로 깜빡한 복선이 없을 뿐이다. 독자가 보기에는 모든 
게 딱 들어맞는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부분에선 
담당자한테 너무 감사하다. 처음 설정을 짤 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 의인화한 북두칠성을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땐 탐랑성과 파군성, 거문성 외에 다른 북두칠성 선인들이 다 
등장했다. 아무래도 작가 입장에선 하고 싶은 게 많고 욕심이 
많으니까. 하지만 담당자가 그런 부분을 과감히 빼길 제안했고, 
결과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본다.

그렇게 이야기를 쳐내는 과정에서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있다면?
돌배 주인공 3인방과 점순이? 정말 포기할 수 없었다.      
                
점순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SF 작가인 곽재식이 작법서에 
“이도 저도 안 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라고 했다. 문득 
점순이를 비롯해 돌배 작가 작품엔 항상 고양이가 등장했다는 
게 떠오른다.
돌배 개인적으로 곽재식 작가님 팬인데, 그걸 작법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준 건 불만이다. 완전 ‘꿀팁’인데,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건데!(웃음) 포기할 수 없는 게 고양이다. 꼭 
있어야 한다. 효과 만점. 다만 요새는 작품에 고양이를 집어넣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나는 점순이를 고양이이자 호랑이로 
설정했다. 빅 캣(Big Cat)으로.

혹 또 다른 ‘꿀팁’은 없을까?
돌배 미국 유학에서 배운 감정 그래프라는 것이 있다.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픽사 스토리보드 담당하시던 분인데, 
그분이 작업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먼저, X축에 
시간을, Y축을 감정으로 둔다. 시간이 0인 지점에서 감정이
-1에서 시작하면 그 그래프는 반드시 +로 끝내야 한다는 그런 
가르침이었다. 슬픔에서 시작해서, 조금의 기쁨으로 올랐다가 
더 큰 슬픔으로 가면서 파국으로 치닫다가 다시 +로 끝나는 
식. 물론 그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건 아니다. 그러면 작품이 
천편일률적으로 되겠지. 다만 성공률이 높은 방식인 만큼 그 
공식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짜긴 한다. 앞서 <계룡선녀전>이 
영화 같은 구성이라고 했는데, 감정 그래프 자체가 1시간 30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관객을 몰입시키는 공식이다. 

굳이 따지면 감정 그래프가 아주 낮은 곳까지 떨어지지는 않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 같다.
돌배 이야기가 좀 심각해질 상황마다 개그를 집어넣어서 그럴 
수도 있다. 너무 진지하게만 흘러가는 건 못 그리겠다. 진지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개그가 들어가야 만화를 그릴 맛이 난다. 
개그 욕심도 포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다음번엔 
감정 그래프의 파고가 높은 작품을 그려보고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만화가의 삶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돌배 회사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지금이 좋다. 사실 내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만화가라고 하면 정말 굶어 죽고, 절대로 
하면 안 될 직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한테도 말하지 
못했고. 그런데 최근 강의를 나가보면 부모님들이 와서 자기 
자식이 만화가 지망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요새는 그런 
시대가 됐구나 싶다. 이변이 없는 한 계속 만화가로 살 것 같다.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나?
돌배 불안했다. 의지할 것이 없어진 기분이랄까? 당장 나한테 
지시를 내려줄 상사가 없지 않나. 회사 다닐 때는 구속된 만큼 
보호받는 것도 있었고, 실수해도 코치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가서 물어보면 됐는데, 만화가는 혼자 모든 것을 하고 책임져야 
해서 불안했다. 내가 용어를 잘못 써서 그게 공론화되어 욕먹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것들. 또 한국을 꽤 오래 떠나 있었고,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에티켓 같은 것들도 잘 모른다. 거기에서 오는 걱정이 있다.

가령 비하 표현 같은 것?
돌배 나도 모르고 썼다가 고친 표현이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비하 표현이나 혐오 표현 같은 것에 대해서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일어날 뻔한 대참사를 막아준 거니까.

전업 만화가로서 새로운 삶과 새로운 고민을 갖게 된 것처럼,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지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다.
돌배 굉장히 재밌다. 우선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니까. 
중 고등학교까지는 대구에서 살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샌프란시스코로 유학 갔다. 거기 가서 눌러 앉아 
회사에 다니다가 서울에 오게 된 거다. 재밌는 도시다. 문화 
예술적으로도 풍부하고. 어느 정도 포용적이고 익명성도 
보장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좀 보수적인 도시 출신이라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던 좀 꽉 막힌 느낌의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스스로 말했지만, 대구라고 하면 좀 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돌배 10대 시절에 선생님한테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한마디 했다가 뺨을 맞은 적도 있다. 딱히 대든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다 보니 그 시절엔 항상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권위에 대항하고 싶고. 게다가 신문반과 미술반 활동을 
했는데, 여고였는데도 군기가 굉장히 셌다. 3학년 때야 좋았지만 
1, 2학년 때는 선배들한테 정말 많이 혼났다.

그런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 갔을 때 상당한 인식 
전환이 있었겠다.
돌배 그 도시도 좋았고, 성인이 된 것도 좋았지만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화도 
풀리면서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되고. 예전에 화냈던 일 중 
후회되는 것도 많아졌다. 지금 10대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나의 
암흑 시절이었던 것 같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다. 내가 그래서 
다른 작품은 봐도 학원물은 안 본다. 그 시절이 떠올라서.

태권도는 서울에서도 하고 있나?
돌배 당장 마음에 드는 도장을 찾지 못해서 요즘은 무에타이를 
배우고 있다. 너무 재밌다. 무에타이가 킥복싱이랑 비슷한데, 
킥복싱은 또 태권도랑 비슷한 데가 있다. 무예는 다 통하는 
걸까? 이 인터뷰가 끝나면 오늘도 무에타이 배우러 가야 한다.

태권도를 다룬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마라톤을 다룬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에서도 드러나지만 운동이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나 보다.
돌배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지탱하게 해준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운동에서 오는 해방감이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마감을 하는 것에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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