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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린이 우리에게 질문했지만, 우리가 수신지에게 듣고 싶었던 것들

민사린이 우리에게 질문했지만, 우리가 수신지에게 듣고 싶었던 것들


“며느리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겪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합의를 이루는 역할은 

어느 정도 하지 않았을까?”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수신지 작가를 만난 건 추석 연휴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는
추석을 맞아 다시 한번 명절 에피소드로 주인공 민사린의 내적
갈등을 그린 <며느라기> 특별편을 연재했고 인터뷰 당일 해당
에피소드를 완결하고 나왔다. 

<며느라기> 본편 완결 후 민사린은 좀 더 민감하게 부조리를 
인식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남성들은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명절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주인공은 성장했지만 내적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특별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민사린은 
세상이 바뀌더라도 천천히 바뀌어야 탈이 없다는 어머니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한다. ‘탈이 나지 않도록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익숙해지면 어쩌지?’ 민사린이 성숙해질수록, 
<며느라기> 혹은 수신지 작가의 문제의식이 깊어질수록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 대한 위화감은 더욱 커진다. 

작품을 연재했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며느라기>가 
일으킨 반응이 얼마나 센세이션했는지 이야기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일 것이다. 수많은 여성이 공감했으며, 플랫폼 없이 SNS를 
이용해 연재하는 방식에 만화계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당연히 수많은 상찬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된 걸까? 
<며느라기>는 많은 것을 바꿨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세상이 
있다. <며느라기> 추석 특별편이 인상적이었던 건, <며느라기>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을 딛고 더 나아갈 어떤 지점들에 대한 
전망을 남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며느라기>와 수신지 작가가 
이뤄낸 것이 아닌, 그가 이뤄낸 바탕 위에서 새롭게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 가부장제의 부조리함을 인식한 이후에 대해, 
SNS 연재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의 모델에 대해, 
여성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낀 이후에 대해.

<며느라기>는 올해 초에 완결됐지만, 추석을 맞아 특별편을 또 
연재했다.
수신지 명절 때마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지난 설 연휴 즈음 연재가 다 끝났고, 그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또다시 추석이 다가오면서
들리는 여러 소리는 여전한 것 같았다. 반복되는 걱정과 고민, 
그런 걸 보고 들으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특별편을 그리게 됐다.

특별편이지만 본편의 연장이기도 한 게, 어쨌든 민사린이라는 
주인공은 본편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 변화하지 않았나?
수신지 변화할 수밖에 없지. 특별히 본편의 연장이라는 
느낌으로 그린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사이의 시간 동안 우리는
 모르는 어떤 일들이 민사린한테 있었고 그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조금은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주 느리게 변화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남편 무구영을 비롯해 세상은 거의 그대로라는 지점에
서 또 갈등이 생긴다.
수신지 무구영은 별로 변하진 않았고, 명절에 사린이 집에 
먼저 간다는 것만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한다고 생각할 거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하지만 그런데도 민사린이 변하면 
그 역시 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사실 민사린 입장에서 
안 간다고 했을 때 그걸 무력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러다 큰 싸움이 생길 수도 있을 테고. 물론 그런 갈등을 
겪기 전에 남편이 변화하는 게 좋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
남편들은 이걸 본인 일이라고 생각 안 하니까 무구영처럼 
한 걸음 뒤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처럼 절박하지 않지. 
그렇다면 언제까지 남편이 변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고 여성이변화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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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구조적 피해자가 여성인데, 왜 변화까지 여성에게 
요구하느냐는 독자 불만도 있었다.
수신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우선 내 작품으로 남성보단
여성 독자를 향해 말을 걸고 싶었다. 나 스스로 며느리로서 느낀
부조리함과 나에 대한 의구심을 다른 여성들한테도 물어보고 
싶었던 거지. 우리는 어쩌다 이런 마음, 며느리라는 자리를 
당연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됐을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라고
할까? 결말 같은 경우도 내가 답을 내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원하게 소위 ‘사이다’ 결말로 끝낸다면 오히려
책을 덮는 순간 그걸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사린이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어떤 질문을 남기고
끝냈을 때 독자들 스스로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 잘 봤다, 후련해’라고 끝내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문제 제기를 위한 토대를 마련
하는 걸까?
수신지 어떤 책에서 그런 말을 봤다.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했던 운동이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 노력의 방향이나 성과 같은 것이 기록되고 역사로 남으면,
그다음 세대에서 그걸 공부하고 그 지점에서 더 앞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며느라기>가 가부장제의 문제를 모두 다 파헤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며느리’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겪는 이러저러한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합의를 이루는 역할은
어느 정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다음에 이어질 또 다른
논의가 있겠지. ‘명절에 시가에 가서 전 부치는 게 불합리하다’
라는 수준을 넘어선 논의.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비혼’, ‘비연애’
를 선언하는 젊은 여성들 입장에선 <며느라기>를 보며 며느리 
역할을 전복하는 걸 넘어, ‘그렇다면 왜 결혼을 굳이 해야 하는
가?’라고.
수신지 비혼인 여성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프랑스의 생활동반자법처럼 결혼 제도가 
바뀌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 나는 개인적으로 남편과
관계가 좋은 편이고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얻는 게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또 운의 문제일 수 있는 거니까. 
도박처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데 해보라고 하는 건 무책임
하지.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비혼도 하나의 선택지가 되고. 동반자법을 통해 결혼 아닌 
형태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굳이 꼭 결혼하지
않더라도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작품 안에서 뭔가를 후련하게 끝내기보다는 작품 바깥의 세상
으로 문제의식을 이어나가길 바란 건데 스스로 그런 영향력을 
느낄 때가 있나?
수신지 영향력까진 모르겠지만 어떤 독자를 개인적으로 
만났는데 <며느라기>를 보고 본인 생각이 변했다고도 했다. 
주인공이 너무 자기 모습 같아서 예전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문제로 생각하고 변화하게 됐다고. 내 작품이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며느라기>라는 만화를 보기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게 내게는 너무 소중한 기회였다.
내가 하는 말을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상황이니, 말을 잘 고르는 동시에 또 빠뜨리면 안 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며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연재 플랫폼으로 사용하면, 컷 수에 제한이 생기
지 않았나?
수신지 한 번 올릴 때 10장씩 밖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짧은 
분량 안에 뭔가를 담아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올리기 전에 보고 또 보고 문제 될 건 없는지 
고민하고. 또 10장 안에서 어떻게든 1회 연재분으로서의 
결말이 있어야 하니까 그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갑자기 뚝 
끊기는 느낌이 들면 안 되니까. ‘몇 컷만 더 올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많긴 했다.

그것과 달리 인스타그램 연재라 좋았던 게 있다면 어떤 걸까?
수신지 우선 그릴 컷 수가 적다는 거?(웃음) 일반 웹툰 플랫폼
이었다면 한 회당 60컷 이상 그렸어야 했을 텐데, 여기선 
어쩔 수 없이 10컷으로 제한당하니까. 사실 전에 플랫폼에 
연재할 땐 컷 수 부담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SNS를 
활용하니 정해진 요일에 60컷씩 올리는 게 아니라 어느 때는
연휴에 맞춰 이야기를 몰아서 풀어내거나 이번 특별편처럼 
명절에 맞춰 이야기하는 게 가능했다. GIF 파일을 이용한 짧은
애니메이션을 넣어 볼 수도 있었다. 그런 게 재밌던 거 같다. 
좀 더 유연하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결과론적인 이야기인 한데, 과거 출판으로 냈던 <3그램>을 인
스타그램으로 공개한 걸 봤는데 한 컷, 한 컷만으로 의미를 주
는 것에 특화되어 인스타그램 안에서 조금도 위화감이 없었다.
수신지 나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니까 한 컷, 한 컷이 딱 놓여 
좋더라. 책에서 흘려보낸 것들이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나서. 

서양화 전공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출발한 작가다. 그래서 처음
부터 만화가가 되려 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작가만의 스타일이 
생긴 게 아닐까?
수신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엔 ‘만화 작법을 제대로
공부하면 좋을까? 안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처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만화 연출을
따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내 스타일이 있을 것
같긴 한 거다. 그런데 만약 제대로 된 만화 공부를 했다면 
그런 게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것도 안 좋은 것 같고.

자신의 작업이 사람들이 말하는 ‘만화가’라는 자각을 확실히 갖
고 있나? 아니면 일러스트를 그리던 사람으로서 내 도구로 내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 생각하나?
수신지 후자에 가까운 것 같긴 한데, 좀 더 정확히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그림’이랑 같이 한다는 것 같다. 예전에 
그림책 그림을 그릴 때 내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굉장히 하고 싶었는데도 잘 안됐다. 보기에 
별로였다. 그러다가 만화라는 형식으로 해보니까 작업이 참 
자연스러웠고 반응도 더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만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SNS와 만화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좋은 확장성과 효율
성이 가능한지 보여준 게 <며느라기>의 큰 성과 중 하나다. 
그런데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게 그다음 
문제가 됐다.
수신지 사실 연재를 하면서 돈을 벌지는 못했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돈을 받으며 연재한다고 알기도 
하더라. 그런 건 없었다. 사실 나도 구독자 수가 좀 되니까 
광고 같은 걸 붙여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만화 내용이 
민감하다 보니 잘 안 되더라. 만약 그게 가능하고 유의미한 
수익이 나왔다면 굉장히 멋진 독립적인 수익 모델이 됐을 텐데. 
만약 또다시 SNS 연재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수익 방식을 
찾아보고 싶다.

책과 굿즈를 판매하는 온라인 팝업 스토어인 민사린닷컴을 만
들기도 했는데.
수신지 만화의 경우 기본적으로 책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좀 전통적인 방법이다. 나만의 
색다르고 독립적인 뭔가를 해보고 싶어 만들었다. 좀 멋있게. 
그래서 네이버스토어팜 같은 곳에 입점하기보다는 직접 
사이트를 만들어서 깔끔하게 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당시 <며느라기> 책을 내면서, 독자들이 
설날 즈음 책을 받았으면 했는데, 그에 맞추다 보니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았다. 민사린닷컴에서만 5천 권을
팔았는데, 일주일 안에 5천 권을 배송하려니 그것도 엄청난 
일이더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을 
직접 대하기도 해야 하고. 1년 단위로 산 스토어 계정이라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고, 기회가 있다면 또 스토어를 열 수 
있겠지만 당장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책은 현재 일반 서점을
통해 2만 부 정도 팔렸다.

독립출판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수지만 작품이 일으킨 신드롬에 
비하면 판매 부수가 적은 것 아닌가?
수신지 좀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 작품을 
SNS에서 구독하는 인원’이 60만이니 10분의 1만 되어도 
6만 명은 사서 봐주지 않을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웃음)
내 마음 같지는 않더라. 요즘 다른 여성 창작자들을 보면서 
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부분 책을 사는 편이다. 
꼭 <며느라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구매하면, 그것이 좋은 응원이 되고 힘이 된다는 걸 
독자들이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냥 대형 출판사에서 내면 어땠을까? 실제로 수많은 
출판사가 출간 제의를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수신지 후회까진 아니지만 그런 생각은 많이 해봤다. 나는 
일단 내가 책을 내는 일을 해봤기 때문에 독립출판으로 혼자 
책을 만들고 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마케팅이나 영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책에 대한 
보도자료도 써야 하는데 내가 내 작품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만약 큰 출판사에서 
내봤더라면, 마케팅을 제대로 해봤더라면 같은 가정을 하게
되더라. 그래도 독립출판인 귤프레스를 만들었으니 더 지속해
보고 싶기는 하다. 처음 책을 내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으니 
이제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한 것처럼 수익도 수익이지만 책을 구매한다는 건 응원
의 측면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2017년 오늘의 우리 만화’ 상
을 탄 건 좋은 응원이 됐나?
수신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가령 어떤 도서관에서 <며느라기>
구매 신청이 반려될 때, 구매 신청인이 이거 상 탄 책이라는 식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내가 어디 연재한 것도 아니고 상업적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 기댈 곳이 없었는데 상이 명분이 되어준 
거지. 그리고 그때 받은 상금 500만 원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만들 수 있었다. 10월에는 <여성신문>에서 주는 ‘올해의 성 평등 
문화상’도 받는다. 그것도 큰 영광이자 응원이다.

만약 일반 출판사였다면, 띠지에 ‘오늘의 우리 만화’ 수상! ‘성 
평등 문화상’ 수상! 이렇게 적었을 텐데.
수신지 그렇게 해볼 수도 있었겠다.(웃음)
응원이나 용기라는 측면에서 최근 여성주의적 관점의 여성 작
가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본인한테 힘이 될까?
수신지 이 흐름 안에 내가 같이 있다는 것은 느낀다. 내 만화도 
그렇고, 어떤 시대 흐름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니까. 네이버에 
연재됐던 <아기 낳는 만화>가 임신과 출산의 문제를 다루고, 
인스타그램에 연재 중인 이아리 작가의 <디 이아리>는 작가가 
직접 겪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런 것들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는 생각은 든다. 기존에 데뷔 했던 여성 
작가들도 그런 관점의 작품을 내기도 하고. 가령 결혼에 대해
다룬 미깡 작가의 <하면 좋습니까?>도 있다.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는 꾸준하면서도 섬세한 변화를 보이는데 
그걸 노골적이지 않게 작품 안에 잘 녹여내더라. 분야는 다르지만 
김숙, 송은이 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분들이 팟캐스트를 
하면서 자기 영역을 개척하는 걸 보며 꼭 정해진 루트를 따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SNS 연재를 결정할 때 그분들의 
영향도 받았다.

앞으로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그리게 될
까? 
수신지 당장 다음 작업으로는 예전에 그렸던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후속편을 할 생각이다. 이거 외에 다음 작품을 
한다면 ‘성 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며느라기>를 많은 분이 읽고 지지를 해줬는데, 
‘그건 그거고, 난 이제 그냥 웃긴 이야기를 그릴 거야’라고 
하는 게 맞나 싶긴 하다. 괜한 고민일 수도, 괜한 책임감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