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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만화가 홍승우, 이제 웹으로 간다!

지면 만화가 홍승우, 이제 웹으로 간다!

<비빔툰>을 그리기 전에는 연재하는 매체마다 폐간되는 비운을 겪은 만화가였고, 그 전엔 전설처럼 회자되는 홍대 만화동아리 ‘네모라미’를 이끌던 만화가 지망생이었고, 훨씬 더 전엔 동네 만화방에서 낄낄거리며 명랑만화를 보며 꿈을 만들던 꼬마였다. 그 꼬마를 키운 공간 ‘만화방’에서 Keg-B 대표 김현국이 현재의 홍승우를 만났다.


글 김현국  |   사진 김기태



지금 여기는 만화가 홍승우를 키운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 다. 이곳 상수동 만화방에서 만화에 둘러싸여 있으니 기분 이 어떤가? 만화방에 정말 오랜만에 왔다. 나가고 싶지 않다. 그간 20년 동안 달려오면서 다른 만화를 두루 볼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개그물을 좋아해서 편식을 했다. 이렇게 많은 만화를 보니 조 금 후회가 된다. 몇 날 며칠이고 틀어박혀 만화만 보면 좋겠다.

홍승우의 대표작은 누가 뭐래도 <비빔툰>이다. 그런데 <비빔툰> 못지않게 과학 학습 만화도 많이 발표했다. 특별 한 이유가 있는 건가?  우리 세대가 거의 그랬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나 만화 방에서나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같은 만화 잡 지를 닳도록 봤다. 윤승운, 길창덕, 신문수 선생님의 만화를 끼고 살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요즘 아이들이 <메이플 스토리>나 <테일즈런너>같은 게임을 하 면서 게임 기획자나 개발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과 비슷한 거다. 중학교 시절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재 앙을 선물(?)한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한 고민을 어릴 적 부터 했다. 그래서 만화가가 되면 과학 만화나 곤충 만화를 그 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만화가가 된 후 첫 연재작이 <개미광 시대>라는 곤충 개그 만화인 게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잡지가 없어지는 바람에 연 재가 중단되는 비운의 작품이 됐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더했다. 참 암담했다. 그 당시엔 오천 원짜 리, 만 원짜리 일도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다. 큰애가 태어 나서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아, 왠지 울컥한다. 홍 작가는 작가로서 잡지가 없어지는 경험을, 나는 편집자로서 잡지가 없어지는 경험을 공유하 고 있으니…. 그 시절이 참 혹독했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아 함께 만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서로 위로하자. 힘들었던 그 시절, 안정적으로 만화를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하게 해준 작품이 바로 <비빔툰>이다. 허투루 할 수 없는 작업이었기에 십 년을 내달렸다. <비빔툰> 연재와 단행본 판매가 꾸준해지자 과학 만화까지 할 여력이 생겼다. <21세기 키워드>, <만화 파브르 곤충기> 그리고 <빅 뱅스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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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공부를 꽤 했을 거 같은데, 추천하고 싶은 책 혹시 없 는지? 책과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다. 그중 정점에 있는 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과학책이지만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는 철학책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우주 에서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존재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마음을 크게 만드는 책이다.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하나 더 꼽자 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진짜배기 ‘원조 보쌈’ 같은 느낌의 책이다. 

<비빔툰>에 투영된 가족의 모습, 그걸 보며 자란 홍승우의 2세들이 궁금하다. 아이들도 <비빔툰>을 좋아했나? 아이들이 마르고 닳도록 봤다. 내 가족의 삶이 소복하게 담겨 있는 만화가 <비빔툰>이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도 곳곳에 녹 아 있고. 늘 만화만 그리는 아빠를 보고 자란 큰 아이는 지금 고1인데, 결국 만화가가 되겠단다. 나보다 조금 늦게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지만 지지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아이 엄마가 적극적으로 방향과 방 법을 제시하고, 난 그 의견과 지시 사항에 매우 협조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런 결과 지금은 기러기 아빠다. 아이들은 대안 학교와 일반학교, 홈스쿨링을 거쳐 지금은 캐나다에서 공부 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들이 매우 행복해하고, 아내도 만족한 다. 가족이 모두 그러하니 물론 나도 좋을 수밖에. 

정말 궁금한 게 있다.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 문이 있다. ‘네임펜으로 그린 그림’ 페이스북 페이지는 대 체 뭔가? (https://www.facebook.com/hongtoonist)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하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분들만 아는 것인데 말이다. 그간 나는 지면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해 왔다. 그 런데 언제부턴가 변화하기 시작한 만화 시장의 환경 때문에 불안했다. 지면 만화의 영역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 감 같은 거다. 새로운 웹툰을 싣는 플랫폼들이 자고 나면 하나 씩 생기는 거 같다. 나만 혼자 떨어져 있는 거 같았다. 웹은 너 무 치열한 공간이라 계속 외면해 왔다. 하지만 이젠 막다른 곳 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게 <네임 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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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앞으로 <네임펜>은 어떤 길을 가게 되는 건가? <네임펜>은 웹툰이 아니다. 짤막한 카툰이다. 원래 긴 극화를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 취향은 단타, 잽 이다. 극화가 ‘소설’이라면 카툰은 ‘시’다. 처음부터 서사가 있 는 웹툰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어서 스토리를 압축해서 녹여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네임펜>은 <비빔툰>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본다. 페이지 구독자 수가 35만이 넘는데, 대개는 10, 20대일 거다. 요즘 청 소년들이 서태지가 신인가수인 줄 안다는데 그거랑 비슷한 심정이다. 뭐 물론 서태지 음악에 비하면 내 <비빔툰>은 배꼽 의 때만도 못하지만. 

배꼽의 때를 비하하는 건가? 배꼽의 때도 제 역할이 있다. <네임펜>은 그저 자유롭게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건가? 딱히 그렇지는 않다. 20년 넘게 지면 만화를 계속해온 관성이 있어서 내게 만화는 취미고, 일이고, 생활이었다. 난 딱히 즐 겨하는 운동도 없다. 만화를 그리지 않을 땐 책을 읽거나 낙서 같은 걸 한다. 반려견 페페와 소소하게 산책하고 그 모습을 페 이스북 계정에 올리고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네임펜으로 슥슥 그린 것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에 서 벗어나 그리는 만화가 즐거웠다. 그런데 반응이 오기 시작 했다. 그냥 사진이나 개인적 이야기를 포스팅하는 것보다 반 응이 컸다.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아니면 홈페이지를 만들어볼까? 그러다가 페이스북에 페이지 기능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익명으로 그림을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만화 그리는 걸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 다. 막연한 불안감을 실체적 행동으로 이겨보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토끼와 거북이를 캐릭터로 확정했는데 그리는 자체가 즐거워 서 오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왔다.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나면 서 갑자기 ‘좋아요’가 오천, 일만, 이만, 순식간에 오만, 십만이 되더라. 놀라웠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터지는 게 비정상처럼 느껴졌다. 그건 내가 그토록 불안감을 느꼈던, 지면 밖에서는 ‘못 겪어 본 현실’이었다. 먼저 10대와 20대가 반응했다. 내가 겪었던 그 시절의 연애 감정이나 느낌을 끄집어내 압축해서 보여줬으니까. <네임펜>은 한 플랫폼과 계약을 해서 이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연재가 될 예정이다. 지면 만화를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즐겁게 할 수 있 을 거 같다.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듯하다. 미래 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연재가 되는 곳이 유력한 곳인가? 요즘엔 플랫폼이 너무 많아 마치 불바다 같다. 새 플랫폼을 준비하는 회사이다. 출판 계약도 했다. 조금 부 끄러운 얘기도 있다. 반응이 크게 온 후, 후배 만화가 김양수한테 보여주고 네이버 연재를 타진했다. 김양수가 그러더라. “형, 까이더라도 상처받지 마세요.” 물론 까였다. 네이버가 어 떤 곳인가? 네이버의 생태계에 맞지 않은 만화를 들이밀었으 니 당연히 까이지. 지면 만화 20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곳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선두 플랫폼이니까 당연한 결과다. 네이버에 들이댄 걸 조금 후회했다. 겉으론 담담했지만 속으 론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비빔툰>의 홍승우가 아닌, <네임펜> 홍승우로 성공적인 길을 가기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이제 가족을 만나러 캐나다로 간다. 4개월 동안은 캐나다에 서 일도 하고 쉬기도 할 거다. 일할 거 바리바리 싸들고 간다. <네임펜> 연재 아이템도 들고 간다. 운이 좋으면 <네임펜> 만화가 캐나다에서 영어판으로 출판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 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캐나다에서 계속 지내길 원하는 거 같 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시간이 많을 거 같다. 세상이 참 좋아 진 게, 작업에 대한 시스템과 마감 일정만 잘 짜놓으면 내가 캐나다에 있든, 아프리카에 있든 상관이 없는 작업을 할 수 있 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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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가를 MANAGA에!

양영순(누들누드, 아색기가) 양영순 작가는 개성적인 데생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 천재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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