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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텃밭, 물고기 그리고 캠핑

최민호의 텃밭, 물고기 그리고 캠핑 

<텃밭>, <폐어>로 만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만화가 최민호. 물고기를 기르면서 텃밭을 가꾸고 캠핑을 즐기는 이 자연주의 만화가를 MANAGA 에디터  임종관이 만났다. 작가의 싱그러운 텃밭에서 도란도란 나눈 만화가 최민호의 일상과 작업 그리고 꿈 이야기.

글 임종관  |  사진 최민호 



<텃밭> 작가를 그의 텃밭에서 만나다니! 만화가 최민호를 만 나러 사진가 최민호와 함께 서울시 끝자락 밖의 의정부로 향 했다. 동명이인인 두 사람은 활동 영역이 다르지만 빼어난 비 주얼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넉넉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기는 만화가 최민호에게서 농부의 훈훈함이 느껴진다. 그 가 가꾸는 배추, 고구마, 쑥갓을 둘러보며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페어> 발간 후의 일상이 궁금하다. 거북이북스에서 나온 <텃밭> 판권이 프랑스 AKATA 출판사 에 수출된 덕분에 AKATA 초청으로 프랑스에 다녀왔다. 알제 리국제도서전에서도 초청이 와서 다녀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우수만화 선정 작가답게 활동 무대가 넓어졌다. 맞다. <폐어>도 곧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 정이라 원고를 손 보고 있는 중이다. <텃밭>은 애니메이션으 로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프랑스 현지의 <텃밭> 반응은 어땠는지. 생각보다 좋아 서 깜짝 놀랐다. 방송에도 소개되었다. 프랑스 독자들은 <텃밭>을 환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더라. 만화 속의 토종 씨 앗을 지키는 이야기나, 땅을 살리면서 짓는 농사법에 대한 이 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AKATA 출판사의 도미니크 편집장은 아시아에 이런 만화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 매력을 많이 느꼈 다고 했다. 그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탓에 내 작품이 좀 더 어필한 거 같다.

<텃밭>에 이어 <폐어>도 프랑스 AKATA에서 나온다. AKATA에서 <텃밭>이 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쇄를 찍 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그쪽에서 도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거 같다. 판권 수출은 판매량을 떠나서 작가에게 여러모로 좋은 기회 이다. 앞으로는 내 작품을 읽을 해외 독자까지 생각해서 만화 를 기획하고 싶다.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텐데, 어떤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대 학 때 만든 애니메이션 <만선>이 멜버른국제영화제 같은 많 은 영화페스티벌의 초청작으로 상영된 적이 있다. 만화가로 데뷔한 후에도 애니메이션 작업은 병행하고 있다. 만화 연출 에 영향을 끼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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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 최종 결과물을 애니메이션을 할 지, 만화로 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작품 소재나 이 야기를 더 능숙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내겐 방법보다 이야기 자체가 더 중요하다.

애니메이터가 만화를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1987년 공동체출판사에서 발간했던 <만화시대>라는 만화 책을 봤을 때였다. 만화에 대한 욕구가 솟더라. 이후 1993년 <소년중앙>에 <눈 내리는 날>로 데뷔하고 연재를 했지만 독 자들이 원하는 만화는 아니었다. 

그 간극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당시는 <점프>, <챔프> 같 은 만화잡지에 실리는 일본 출판만화 스타일이 대세였다. 나 도 그런 만화를 그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가 추구하는 만화 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만화시대>라는 책에 참여했던 이희 재 선생님이 <소년중앙>의 내 만화를 보시고 몇 명의 작가와 함께 불렀다. 이희재 선생님은 일본 만화를 좇아가지 말고 지 금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말 씀이 참 감사했다. 그때 내 만화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선 거 같다. 

그래서 <텃밭> 같은 작품이 나온 거 같다. <텃밭>을 보면 유기농 농사와 우리 씨앗 보존 같은 신념도 느껴진다. 살면 서 바라고 느낀 것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 화에 드러내는 거다. 나는 그림에서도 자연스러운 수작업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만화의 밑그림만큼은 연필선을 살려 직접 그린다. 더 이상 디지털화 하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고집이다. 내 만화를 보며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힐링이 된다 면 좋겠다.

작가가 체험한 일들이 만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애써 먼 곳 에서 소재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직접 겪고 깨달은 이야기를 가장 잘하지 않겠는가? <텃밭>을 본 많은 사람들이 실제 텃 밭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디테일에 자신도 농사를 짓는 느낌 이어서 공감이 갔다고 하더라. <폐어>도 물고기를 10년 넘게 길러왔기 때문에 아이디어 착 상이 가능했다. 요즘도 텃밭을 가꾸며 일기를 쓰고 있다. 언젠 가는 웹툰으로 연재하고 싶은 마음이다.

텃밭을 가꾸며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것을 얻었다. 책도 냈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있다.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 물을 나누면서 주위 사람들과도 더 돈독해졌다. 동네 노인정 에도 가져갔는데 어르신들이 줄을 서시더라. 가족 간 관계도 좋아졌다. 함께 텃밭을 일구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추억도 많이 쌓는다. 아홉 살 아들은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꾸고, 추수하는 어린 농부다.
 
<텃밭>에서는 자연을 예찬했지만 후속작 <폐어>에서는 아픈 사랑을 이야기했다. 두 이야기 다 힐링이 되더라.  <폐 어>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내 주변 사람들에 대 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폐어>의 주인공들처럼 감당하기 힘 든 상처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많다. 상처의 크기가 어떻든 스 스로 치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란 버거운 것이다. 그 상처를 보듬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바라보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텃밭>이 주는 힐링 메시지 와 다르지 않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폐어> 속 두 주인공의 삶은 물고기들의 습성과 오버랩된다. 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물 고기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한다. <폐어>는 오랜 시간 물고기 를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은 애정이자 경험이다. 이야기 무대가 집창촌인데, 수족관에서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물고기 와 유리문 안, 붉은 조명등 아래 여인들의 삶이 오버랩됐다.

 <폐어>는 ‘치유될 수 없는 상처’에 대한 여운이 큰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상처를 준 사람의 진 심어린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 <폐어>의 주인공들에게 상 처준 이들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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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폐어> 이후의 행보가 궁금하다. 새 작품의 키워 드는 ‘캠핑’이다. 산으로 들로 캠핑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예정이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려 흑백으로 작업할 생각이다. 새로 운 스타일로 작업할 생각을 하니 설렌다. 이 맛에 만화를 그리 지 싶다.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하며 차곡차곡 작품을 쌓아가는 모습이 작품처럼 감동적이다. 자연을 소재로 한 연작 시리 즈를 완성해나가는 느낌이 참 좋다. 더 크게 성장하길 응 원하겠다.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 
 

 이 만화가를 MANAGA에!

만화시대 1987년 공동체출판사에서 낸 만화책이다. 
만화에 대한 편견을 깨게 하고 만화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이 책에 실린 이희재 선생님의 <민들레>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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