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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환, 경계가 없는 놀이형 아티스트

신명환, 경계가 없는 놀이형 아티스트 

만화가, 카툰작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전천후 아티스트 신명환의 파주 화실을 카툰캠퍼스 조희윤 대표가 찾았다. 부지런하고 다재다능한 아이디어맨의 행보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까? 신 나게 펼친, 놀이형 아티스트의 히스토리가 즐겁다.

글 조희윤  |  사진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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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작가 신명환 
필명이 'kudeki'다. 왜 하필 ‘구데기’인가? 내 만화가 사회 의 부조리함을 먹고사는 ‘구데기’가 되어 더러운 세상을 정 화하는 역할을 했으면 싶었다. 1993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kudeki’로 활동 중인데, 세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 이름 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서울정도 600주년 기념 서울만화전 입상(1994), 서울국제만화전 동상(1995), 운평만화대상 카 툰부문 대상(1996), 요미우리국제만화대상 가작(2000)까 지. 대학 시절, 박재동 선생님의 <한겨레 그림판>을 보고 영감 을 받아, 여러 매체에 시사만평과 카툰을 연재했다. 자연스럽 게 공모전에도 출품했는데 운 좋게 입상한 거다. 

여러 스타일의 카툰을 보여줬는데, 지금도 실험 중인가? 재미있는 스타일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소재에 대한 접근, 사물의 본질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내 작업 스타일의 근간 이다. 조인스닷컴과 미디어다음에 카툰 <도고> 시리즈를 연 재했는데, 그중 대표작인 <눈사람 아이스크림>이 많이 알려 졌다. ‘눈사람’은 표면은 차갑지만 물리적인 힘 앞에서는 한 없이 나약하다. 그 속성에 주목했다. <축구장에서 생긴 일> 의 경우, ‘공간의 변형’에 대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굉장히 열 심히 그렸다. 축구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과 아 이디어들이 막 떠올랐었다. 다시 봐도 ‘그때 정말 카툰에 푹빠져있었구나.’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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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신명환
 2003년은 작가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해다. 서울애니센터 의 공모에 당선되어 개인전 <Beyond the Frame - 일상에 서 만나는 또 다른 세상>을 열었다. 그때 조희윤 대표가 전시 기획과 큐레이터를 맡아줘서 고마웠다. 액자를 나열하는 기 존 전시 형식을 벗어나 설치 작품으로 공간을 구성했었다. 

작품 속 가상의 평면 공간을 현실의 입체 공간으로 재현하 여 새로운 서사구조를 갖는 게 기획의도였다. 덕분에 카툰 작가에서 카툰과 공간미술을 결합하는 설치미술가로 나 자 신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Beyond the Frame전> 이후 작품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그렇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쿠 사마 야요이전>을 함께 보러 가지 않았던가. 문화충격이 이 루 말할 수 없었다. 많은 영감을 받았다. 만화를 공간에서 입 체적으로 구현하면 더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Beyond the Frame전>에서 도전과 실험을 해본 거다. 그 때 설치했던 작품 <깔깔깔 구르기>와 <팔방치기>는 헤이리 아트팩토리,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센터, 장흥아트파크 등 미술관에 연이어 전시됐다. 만화가이자 설치미술가로 발돋움 하게 된 계기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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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품샵>, <취급주의>, <뽁뽁이별>, <웨하스 아파트> 등 신명환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치 작품은 미술계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 주제와 그와 연계된 소재의 선택, 공 간의 해석이 어느 미술가보다 탁월한 해석력이 있다는 평가 를 받았다. 이거 내 입으로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웃음)?

당연히 된다. 그런 걸 인터뷰하는 거다. <취급주의> 연작 시리즈 아이디어도 호응이 좋다. 작품 소재가 포장재질인 뽁뽁이다. 상품을 보호하는 뽁뽁이로 지구를 보호하고 싶었 다.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북극곰과 남극 펭귄, 지구 촌의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 어서인지 예술의 전당 <미술과 놀이-펀스터즈>, 장흥아트파 크 <지구를 구하라>, 국립생물자원관 특별전 등에서 이 작품 을 초대했다.

최근에는 <당당토끼>라는 작품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당당토끼>는 현재 내 생각의 집결체이자 나의 분신이다. 작품의 메시지와 캐릭터의 소재, 캐릭터의 정체성 이 <취급주의>와 연결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당당토끼>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올림픽 같은 대 회에서 원하던 메달을 못 따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죄송하다 며 고개를 숙인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고 1등만 주 목받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정당하게 경쟁하고 똑같이 노력했다면 당당한 꼴찌도 어깨를 펴야하는 것 아닌가. 비교 당하는 삶에서 우울해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스스로를 소중 히 하고 당당하게 여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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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토끼>의 재질도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잘 어울린다. 특이한 재질에 호기심이 많다. 남들이 버리는 물건도 작품에 활용하고 싶었다. E.V.A라는 소재도 그랬다. E.V.A는 새 차량의 문에 붙어 있는 하드한 스폰지 같은 거다. 이 재질은 외부 충격에서 상품을 보 호하는 완충재인데, 포장을 뜯으면서 바로 버려진다. 마치 1등 만 기억하는 현실처럼. 그래서 E.V.A로 <당당토끼>를 제작하 기 시작했다. 버려지거나 외면 받는 것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만화가 신명환 
최근에 고 이태석 신부님을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각색한 첫 장편 만화 <내 친구 쫄리 신부님>을 완 성했다. 이제 만화가 신명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다큐멘 터리를 그대로 만화로 옮긴 게 아니다. 신부님과 관련 된 자료 조사, 동료 신부님, 수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 방식대로 재해석했다. 만화를 그리며 신부님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세례명인 세례자 요한으로 가톨릭 신자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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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하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이상의 제비다방>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제비다방을 운영하는 시인 이상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당대의 예술가들과 건축, 예 술,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이다. 판타지 만화다.

건축 전공자(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인 신명환은 카툰작 가, 설치미술가, 만화가의 경계를 즐겁게 넘나들고 있다. 놀이형 아티스트 신명환의 꿈은 뭘까? 나의 최종 목표는 <당당토끼 하우스>라는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 온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은 그 집을 짓기 위한 과정의 기초단 계라고 할 수 있다. 터를 잡고 벽돌과 건축 자재들을 준비했던 것처럼 카툰, 설치, 조각, 사진, 회화, 미디어아트 등의 각기 다른 장르들을 준비 해왔다. 이 모든 활동은 내가 꿈꾸는 공간을 짓기 위해 설계된 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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