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권, 위로와 웃음, 치유의 판타지
<삼봉이발소>, <삼단합체 김창남>, <두근두근두근거려>, <안나라수마나라>, <목욕의 신>….
만화가 하일권의 작품에는 웃음과 따뜻한 위로가 함께 숨 쉰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작가 화실의 구석진 자리를 7년째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 마감의 신, 하일권을 MANAGA 에디터 윤효정이 찾았다.
글 윤효정 | 사진 김기태
오랜만입니다. <삼봉이발소>로 파란웹툰에 데뷔할 당시 제가 담당이었는데, 벌써 8년이 흘렀어요.
반가워요. 그땐 작업실도 없는 학생이었고 연재하면서 학교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수업도 들어야 했어요.
남들은 공부하는데 강의실 뒤쪽에 앉아 몰래 콘티 짜고, 그림을 그렸 죠.
요즘은 학교에 다니며 웹툰을 연재하면 칭찬 받지만 그땐 “웹툰 같은 걸 왜 해? 그게 얼마나 간다고?”라는 얘기를 듣곤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마감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어요
. 작가마다 마감 스타일이 있는 거 같아요. 마감을 중시하는 작 가가 있는 반면, 마감이 좀 늦더라도 퀼리티를 높이는 작가가 있죠. 저는 전자 쪽이에요. 만화가 교수님들께 마감의 중요성 을 많이 배웠죠. 마감은 독자와의 약속이라 꼭 지키려고 해요.
그럼 마감에 얽힌 에피소드는 별로 없겠어요.
<목욕의 신>을 연재할 때, 몸이 좀 안 좋은데도 마감을 지키니 담당자가 먼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라고요. 하하.
연재를 안 할 때는 좀 쉬어야 할 텐데요.
연재 안 한다고 편히 쉴 성격이 못 돼요. 쉬지 못하니까 스트 레스를 받긴 하죠. 결혼하면서 1년 정도 제주도에서 쉴 계획을 세웠는데 결국 못 갔지요. 데뷔 후 정말 쉼 없이 일만 했어요. 동료 작가들이 저보고 다작 작가라고 불러요. 하하.
그 덕분에 독자들은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죠.
작가님은 인기 작가가 되었고요. 에고~, 과찬이에요. 저는 평생 이렇게 살 거 같아요. 몇 개월만 쉬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쉬려고 하면 어느새 일을 찾고, 또 일 을 만들고 있어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탓도 있어요.
그런 성격 때문인가요? 레고 관련한 인터뷰도 하고 홍보대사까지 했어요.
네. 레고는 정말 좋아하는 취미예요. 최근엔 경기세계도자비
엔날레 홍보대사도 했지요. 하하.
네이버 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 완결 후 휴식기가 길어지 고 있어요.
연재만 안 할 뿐 광고만화나 외주 제작 만화는 계속하고 있어 요. 몇 달을 준비해서 ‘웹툰 작가 하일권, 디지털 원화 + 100인 의 등장인물’이라는 개인 전시회도 했어요. 연재 때보다 더 바 빴네요.
이렇게 쉼 없이 달려 왔는데, 작업 환경이나 작업 스타일이 그동안 많이 달라졌나요?
많이 달라졌죠. 데뷔 때 동네 구립 도서관에서 원고를 했는데 지금은 개인 작업실이 생겼잖아요. 혼자 작업했는데 지금은 도와주는 문하생 친구들이 있고요. 또 예전엔 수작업을 했다 면 지금은 100%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웹툰 환 경이 많이 변한 거죠. 데뷔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니까요.
그런데 왜 여전히 ‘젊은 작가’ 이미지일까요?
제가 아직 철 이 안 들어서요. 아니면 아직도 학교, 학생 이야기를 많이 해 서 그런지도 몰라요. ‘웹툰의 젊은 피’라는 얘기를 여전히 듣 고 있어요. 하하.
작품의 소재나 감성이 남달라요. 작품을 위한 취재와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저는 취재나 자료조사를 꼼꼼하게 하는 작가는 아니에요. 그 래도 작품에 필요하다면 관련 인물을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 고 촬영도 하죠. <두근두근두근거려>의 소재가 된 ‘수구’는 물에서 하는 독특한 스포츠가 없을까 하다 찾게 되었죠. 우리 나라에는 수구 대표팀이 없어요. 그냥 아마추어 분들이 모여 서 하는 거죠. 그래서 수구 동호회를 찾아 취재했어요. 그런 데 직접 해보진 못했어요.
<목욕의 신>도 취재가 필요했을 텐데요.
목욕관리사 학원이 있어서 다녀보려 했는데, 연재 일정이 급 하게 잡혀서 못 했죠. 대신 찜질방 같은 곳을 다니며 때를 많
이 밀려 봤어요. 막상 연재가 진행되니 메일이 오더군요. 목욕 관리사인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주인공 ‘허세’는 탈 인형까지 제작 했었지요.
그럼, <안나라수마나라> 때는 어땠나요?
마술은 스스로 배웠어요. 마술 도구를 사서 직접 해보고요. 그런데 연재가 시작되고 독자들의 관심이 생기면서 연락이 왔어요. 마술사인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요. 연재 완결 후에는마술사 이은결 씨도 만났지요.
요즘, 작업을 하면서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100% 디지털 작업을 하면서 배경을 재사용할 때가 있어요. 수작업을 할 때는 컷마다 일일이 배경을 그려 넣었죠. 그런데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취할 수 있는 효율성이 있더라고요. 배경 먼저 그려 놓고 그 배경에 맞춰 컷을 짜게 되는 거죠. 구 도가 일정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어서 고민이에요.
이 만화가를 MANAGA에!
YAHOO(윤태호) 내 인생의 만화는 윤태호 작가님의 <야후>다. 방황하던 시절에 접했던 <야후>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 당시 주류를 이루던 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만화였다. 나와 주인공들이 나이대가 비슷했기 때문일까? 작품의 기세만큼이나 강하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만화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