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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베스파를 탄, 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본 적 있나요?

빨간 베스파를 탄, 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본 적 있나요?

빨간 베스파를 타고 제주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라이더. 게스트하우스 여행만화를 그리다 제주도민이 된 만화가.

 ‘제주 날라리 배낭자’의 작가 배낭자를 MANAGA 발행인 강인선이 만났다. 서로 어색해 하며. 왜? 

글 강인선  사진 부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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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은 알 수 없다 
강 뭐, 궁금한 게 있어야 인터뷰를 하지.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벌인 일들이나 추억하자. MANAGA 독자들을 위
해 그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 죽 읊어 달라. 배 아, 어색해. 어디서부터 뭘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강 마음 내키는 대로 풀어 보시라. 배 간간이 삽화를 그리며 동인 활동을 하던 나에게 거북
이북스의 여행만화 제안은 큰 이슈였다. 그것도 제주 여행
만화! 무조건 O.K를 했는데 준비가 안 되어서…

강 뭔 말씀을! 보석 같은 신인이었는데 제주도를 한 번도 
안 가봤고, 운전면허도 없다고 했을 때 좀 놀라긴 했다. 배 ‘20대 싱글녀가 스쿠터를 타고 제주 게스트하우스를 
여행’ 한다는 만화 콘셉트 자체가 무리였다. 하고 싶은 마
음보다 걱정이 앞서더라. 일단 스쿠터를 못 타니까.

강 그래도 원동기 면허를 금방 땄다. 배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베스파 협찬이 이루어졌을 때 
완전 좋았다. 제주항에서 빨간 베스파를 인도받아 처음으
로 타던 날, 정말 설렜다. 강 그냥 달달달 떨지 않았나? 렌터카를 타고 앞서 가며 백
미러로 다 봤다. 배 지금은 스쿠터가 많이 익숙해졌다. 나도 내가 이렇게 
잘 타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강 맞다. ‘제주 날라리 배낭자’가 올레마켓웹툰 연재작으
로 전격 결정될 줄도 몰랐었지. 그때 어땠는지? 배 그때 뭐… 셀레… 아니 많이 기뻤다.  하지만 스크롤로 
내려 보는 웹툰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출판만화 동인녀 
출신이라.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다. 

제주도민이 되다니!! 
강 ‘제주 날라리 배낭자’ 웹툰 연재를 시작하며 주인공들
을 사람에서 동물로 바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배 원래 동물 그리기를 좋아했다. 실재 인물들을 등장시
키다 보니 자꾸 닮게 그려서 그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
도 있었고…. 강 11화까지 완성해 놓고 전면 수정하긴 아까웠겠지만 잘
했던 거 같다. 올레마켓웹툰을 운영 중인 투니드 엔터테인
먼트 박철권 대표의 “다 뒤집자.”는 제안도 한몫한 거지. 배 문제는 연재가 계속될수록 게스트하우스의 인간들이
나는 왜 이런 동물이냐며 항의들을 한 거다. 더 멋지게 그
려 달라고도 하고. 심지어 바꿔 달라고도 했다. 왜 나는 
‘새’냐며. 강 주인공인 배낭자도 ‘쥐’인데 온갖 동물들이 말이 많았
군. 하하. 배 맞다. ‘돼지’인 애도 아무 말 안 했는데…. 아무튼 게스
트하우스를 전전하며 만화 그리는 게 쉽지 않았다. 도미
토리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니까. 노트북으로 작업했는
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 게스트들이 내 주위로 모여
들곤 했다. 강 좋은 구경거리 아닌가? 눈앞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
니. 그래서 결국 숙소 마련? 그것도 제주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들과? 그럼, 만화에서 꿈꾸던 ‘썸’은 없었던 거? 배 만화와 현실은 다르더라. ‘썸’ 탈 일은 없었다. 그 후로
도 오랫동안. 제주도에서 빨간 베스파를 타고 다니는 유일
한 여자라 소문나는 게 싫었다.
같이 살게 된 룸메이트인 ‘사리’는 액세서리를 만들고, 
‘햄’도 만화를 그려서 우린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통했다. 두 
사람이 고산에 이미 집을 얻어 놓은 상태라 제습기 하나 
달랑 사 들고 합류한 거다. 셋이 살면서 신기하게도 별 
트러블이 없이 재밌게 지냈다. 내 만화에 다 나온다. 강 그래도 주민등록까지 제주로 옮길 줄은 몰랐다. 
제주도민이 되다니! 배 제주도민이 되면 혜택이 많아서. 입장료도 할인되고, 
비행기도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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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압박의 쫀득함 강 ‘제주 날라리 배낭자’는 작가가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하면서 맘에 드는 곳을 소개하고 주위의 맛집, 멋집,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만화다.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게스
트하우스 하나만 꼽으라면 어디인가? 배 내 만화에 등장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은 거의 괜찮은 
곳이다. 협찬을 받지 않았으니 여행자 입장에서 자유롭게 
소개할 수있었다. 그래도 굳이 한둘을 꼽자면… 달팽이
하우스랑 뿌리게스트하우스?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주인
장도 좋으시다. 달팽이는 혼자 작업하거나 조용히 구상할 
때 좋았고,뿌리는 여행자들과 어울려 놀기 딱이다. 강 그럼, 제주의 가볼 만한 곳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어디였나? 배 역시… 겨울 한라산! 눈 쌓인 한라산은 정말 장관이었
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도 깨달았다(웃음). 강 MANAGA 지면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은 제주 핫 플
레이스를 한 군데만 꼽자면? 배 서귀포 이중섭 거리? 홍대 프리마켓 같은 아트마켓이
주말마다 열린다. 룸메이트 사리가 토요일마다 액세서리
를 직접 만들어 팔고 있으니 좀 사주시길. 브랜드가 꼴뚜
기와 송사리다. 강 하하. 이렇게 친구 영업을. 본인 책이나 광고하지. 아무
튼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보내며 
아름다운 제주 사계를 36화 만화에 담았다. 매주 연재하며
살 떨리는 주간 마감도 경험하고… 소감이 어떤지? 배 통장의 잔고가 비어가는 것처럼 세이브된 원고가 바닥
을 들어낼 때면 어찌나 불안하던지. 

마감 압박의 쫀득함
은 어쨌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취한 양들의 시간 강 차기작 소개도 해 달라. 이제 슬슬 시작할 때다. 배 판타지다. ‘취한 양들의 시간’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
다. ‘취한 말들의 시간’이라는 영화가 맘에 들어서 오마주
한 거다. 내용은 완전 별개인데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을 
빌렸다. 이래도 되나? 강 물론. 기대가 크다. 첫 책 ‘제주 날라리 배낭자’가 올해 
안에 나올 텐데. 배 예쁘게 만들어 주실 거라 믿는다. 강 그 믿음 고맙다. 배 작가 덕분에 우리 거북이북스 식구
들이 제주 워크샵도 갔었다. 우도 서빈백사 해변의 눈부
신 백사장과 에머랄드빛 협재 바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
던 용눈이 오름을 잊지 못하겠다. 보말 칼국수와 고기 국
수, 밀면과 제주돼지 수육도. 배 흐흐. 갑자기 제주 막걸리가 땡기네. 함께한 행복한 추
억이 참 많다. 강 정말이지 배 작가는 단순한 선과 절제된 색채로 아름
다운 제주 사계절의 풍광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만
화만 봐도 힐링이 되더라. 빨간 베스파를 타고 제주 속으
로 사라지는 배낭자의 엔딩 컷은 아련한 여운으로 남았다. 
배 아, 감사. 다음 작품은 ‘도연’이라는 본명으로 시작할 건데, 정말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강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좋다. 더 잘될 걸 믿는다. 
배작가는 성격이 축복인 사람이다. 


내게 많은 건 무한 긍정. 없는 건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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