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스크랩]
박훈규, 나의 모든 경험은 만화를 위한 트레이닝이다

박훈규, 나의 모든 경험은 만화를 위한 트레이닝이다

박훈규를 표현할 한 줄 설명이 마땅치 않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이고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인기 강사이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영상감독 그리고 VJ이기 때문이다.

 모든 작업이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라는 이 종합 예술가를 MANAGA의 에디터 윤효정이 찾았다. 

글 윤효정  사진 김기태


MANAGA는 만화가는 물론 만화 언저리에 있는 예술인들
의 삶과 작업을 들여다보는 매거진이다. 만화 언저리의 예술
가라면? 나는 박훈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부
터 만화가가 꿈이었고, 만화적인 상상력과 자유로움으로 항
상 새로운 작업을 보여준 그였으니까. 

성산동 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발걸음이 설렌다. 박훈규의 
그림 강좌 ‘행복한 화실’을 듣던 학생이 이제 MANAGA 에
디터가 되어 인터뷰를 하러 가게 됐으니. 반갑게 맞아주는 
작가의 얼굴이 정겹다. 사람 좋은 웃음. 이렇게 좋을 수가…!

MANAGA 독자들을 위해 작가님 소개를 해 주세요.   
만화가를 꿈꿨던 난 지금 뷰직(VIEWZIC)의 대표이자, 그래
픽 디자이너와 VJ로 활동 중이에요. VJ는 흔히 비주얼 자키
(Visual Jockey)라고 하지만 내가 하는 작업은 ‘사운드를 들
으면서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미지를 보면서 사운드가 떠오
르는 예술’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작업을 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들어요. 

뷰직(VIEWZIC)에 대해 더 설명해 주세요.
뷰직(VIEWZIC)은 보이는 것(VIEW)과 음악(MUSIC)을 조
합한 단어예요. 현대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정점을 말
하는 것인데요, 뷰직이 추구하는 이상향이죠. 뷰직의 작업
은 새로운 장르의 아티스트, 엔지니어 등의 다양한 사람들
과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죠. 우리들이 하는 활동은 공연기
획, 라이브콘서트, 공공예술, 모션그래픽 그리고 아카데미 
등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요?  
에픽하이, 넬, 지드래곤, 데이브레이크 등의 콘서트에서 작업했고
 많은 인디밴드의 무대도 함께했죠. 요즘은 뮤지션 
하임과 작업 중이에요. 다양한 공연을 기획·진행하고 있어
요. 나이키 같은 상업적인 광고 작업도 합니다. 사운드와 이
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지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마찰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뷰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일
을 의뢰해요. 오래 하다 보니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
지 아는 거죠. 많이 편해졌어요. 

박훈규를 세상에 알린 책,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이야 기를 하고 싶어요. 
그 책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언더그라운드 여
행기>는 내 20대의 기록이죠. 노동의 현장에서도 만화가를 
꿈꿨던 나는 시드니, 서울, 런던, 에든버러 등을 400일간 여
행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때 겪은 이야기와 돌아온 뒤
의 일상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거죠. 인생은 축구처럼 전반
전과 후반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전반전인 20대를
정리하다 보니 책이 된 거예요. 

저는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에 있는 ‘떠나라!’는 메시지 가 참 좋았어요. 
많은 독자들이 보면 좋겠는데 절판이라 아쉬워요.
다시 출간할 거예요. 새로운 그림을 추가하고 북디자인도 
새롭게 해서요. 청춘을 위한 책이니 20대 친구들이 많이 봤
으면 좋겠네요. 이 책을 보고 ‘꿈’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졌으면 좋겠어요.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지인들에게 많이 선물했었는 데 기쁜 소식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선물해 줘요. 하하.

44167cc975932397cad45326dc1fced9.jpg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에 이어, 디자인 여행기인 <오버 그라운드 여행기>도 냈어요. 
난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무조건 떠나요. 여행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즐거움과 함께 어떤 배움을 주니까요. <오버그
라운드 여행기>도 그렇게 나온 책이에요. 여행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난 젊은 친구들한테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하라
고 해요. 등록금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러면 ‘와~ 멋있다!’고 하지
만 아무도 떠나지는 않아요(웃음).

박훈규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내가 사진을 찍는 건 스쳐가는 일상과 인연을 맺는 것이에
요. 내가 글을 쓰는 건 그 인연들과 만남을 기억하기 위한 것
이고,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건 잠자는 나의 감성을 끄집어내
어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죠. 내가 디자인하는 건 사
진 찍고, 글 쓰고, 그린 것들을 가방에 담는 것이에요. 그리
고 내가 여행을 떠나는 건 그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는 
거예요.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해 주세요.    
세상을 등지고 멀리 떠나세요. 그래야 자신이 보입니다. 

작가와 독자로서의 인연도 좋았지만, ‘행복한 화실’ 강좌 로 맺어진 강사와 학생의 인연도 제겐 너무나 소중한 추 억입니다. 
설문지까지 작성하고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 니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진행했던 수업이었죠. ‘행복한 화실’은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수업
이었어요.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받은 까닭은 학생
들을 좀 더 알고 싶어서였어요. 받고 보면 신기하게도 수강
생들의 생각이 비슷했어요. 그림, 음악에 대한 것은 물론 수
업을 듣고 싶은 이유까지. 배우고 가르친다는 느낌보다 서
로 나눈다는 느낌이 컸죠. 좋았어요.

‘행복한 화실’이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나누는 수업이었 다면
 요즘 하고 있는 ‘파펑크 뷰직 스튜디오’ 는 어떤 수업인가요?
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수업을 해요. 소프트웨어는 
쿼츠 컴포저(Quartz Compozer)와 VDMX, 모션 파이브
(Motion5)를 학습하며, 총 10주 수업을 마치면 DJ를 초대해 
파이널쇼를 기획하고 공연해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항상 마련해요. 인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해요.
그런데 학생들은 배울수록 어렵다고 해요. 새로운 장르를 
알아가기에 10주는 짧은 시간이죠. 저는 길만 알려줘요. 학생들이
스터디 클럽이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스스로 공부하
죠. 이 수업이 참 유쾌합니다.

1ff6f4bdb7c7bce665b1a27881568bc0.jpg
bc96bcf411ae3ba796fac24ffe09b21d.jpg

정말 많은 사람을 끊임없이 만나고 있어요. 혹시… 힘들 지 않나요? 
만남은 상처를 동반해요.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다 이해하
겠어요. 누군가의 만남에서 뭔가를 바라면 안 돼요. 서로가 
존중하고 신뢰하는 게 중요해요.

작가님의 꿈이 만화가라고 했잖아요. 친한 만화가가 있 는지요?
호철이 형. <을지로 순환선>의 작가, 최호철 형요. 못 본 지 
좀 됐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입니다.
 
만화가의 꿈은 아직도 유효한가요?
만화는 정말 소중해서 아껴두었던 꿈입니다. 10여 년 전에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 유명 소설가의 삽화를 그린 적이 
있었어요. 그림은 자신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사적인 영역인
데, 돈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게 힘들었어
요. 그림은 작가의 의식이 현실화되는 작업이라,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 이후로 돈 받는 그림을 안 그렸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해
요. 대신 거짓말을 안 하려면 경험을 많이 해야겠구나 생각
했죠. 그래서 인생의 하프 타임인 30대 때,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한 거죠. 
이젠 ‘나’로 돌아가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내 꿈은 만화가이
니까요. 나의 모든 경험은 만화를 위한 트레이닝인 셈이죠. 
이제는 내 얘기를 해야 할 때입니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
겠지만. 

060c67bb7e28ded30b60a422aa064465.jpg
52450d78db99a3520b15200b5f8858bd.jpg
ecf85485a3360d09d7f1a8d163d12c6d.jpg
680292eb16cda3c75d23521e4c338181.jpg
c35c7dba751aaac248de6519178a3e2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