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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균(Bhead)의 기억장치 소녀

정연균(Bhead)의 기억장치 소녀

숨막히는 디테일의 피규어로 세기말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있는, 피규어 아티스트 정연균(Bhead)을 서울비주얼웍스 대표 에디유가 만났다.

 끈적한 피와 땀과 눈물, 공허한 눈동자까지 생생한 그의 캐릭터들은 디스토피아의 암울함과 혼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시, 만화, 영상으로까지 확장될 그의 가공할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

 글 에디유  사진 최민호


게임 회사의 아티스트 
에디유- 피규어 아티스트인데 직장을 다니고 있다.
 비헤드- 맞다. 게임 회사의 콘셉트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에디유 게임 장르가 다양한데…. 
비헤드-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SD스타일의 판타지 
MMORPG다.
 에디유- 회사 생활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비헤드- 아무리 바빠도 퇴근 시간은 있다(웃음). 10년 차 
직장인이지만 시간을 분배해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한 
지는 불과 몇 개월 안 된다. 직장 업무와 개인 작업에 대한 
스케줄을 꼼꼼하게 짠다. 작업 시간을 아끼려면 완성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한다. 이동 시간에 최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그대로 실행한다. 모든 일에 
데드라인을 정하고 해낸다.

콜렉터에서 크리에이터로 
에디유- 어쩌다 피규어 아티스트가 된 건가? 
비헤드- 원래 피규어 중독 환자였다. 그러다 결혼을 앞두고 
내 수입과는 무관하게 피규어를 수집하고 있는 나를 제3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2007년도인가? 그동안 수집한 
피규어를 모아 놓고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갖고 
있는 피규어들을 서로 조합해 커스텀 피규어를 만들어 
봤다. 재밌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 때마다 솜씨가 늘었다. 
결국 서울비주얼웍스의 <TOXIC>에 작품을 실은 게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에디유- 작품의 콘셉트를 밀리터리로 봐야 되나? 펑크적인 
요소도 있고…. 지금 작업 중인 피규어들의 세계관이 
궁금하다. 
비헤드- SF장르에 펑크적인 요소를 가미한 거다. 전반적인 느낌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기말이다. 
주인공들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모험하며 대국의 실험체인 변종 괴물들을 
소탕한다. 그러다 또 다른 인류를 만나 대립하고 때론 
동맹을 유지한다. 결국 그들의 최대 적으로 설정된 
‘대국’의 숨겨진 게이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에디유- 콘셉트를 세기말로 잡은 동기는? 
비헤드- 그냥 본능적인 것 같다. 이런 쪽이 좋다. 몬스터 
캐릭터와 세기말적인 배경을 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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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피규어 
에디유- 현재 완성한 피규어 캐릭터는 몇 종인가? 
비헤드- SD 피규어로 확실하게 완성한 건 5종이다. 30cm인 
1/6 사이즈는 3종 정도 만들었다. 
에디유- 피규어 양산은 어떻게 하나? 외주 제작을 하는지?
 비헤드- 내 손으로 직접 하고 있다. 그래야 똑같은 
퀄리티가 나온다. 바디 복제 부분만 리캐스팅 업체에 
맡기고 도색 등은 직접 한다. 기본 도색을 맡길 수 있지만 
내 맘에 안 드니 어쩔 수 없다. 의상은 디자인한 뒤 의상 
업체에 맡긴다. 소량으로 제작하다 보니 단가가 상당히 
비싸다. 
에디유- 그런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캐릭터 당 몇 
개씩 만드는가? 
비헤드- 10개 정도.  
에디유- 10개? 피규어 양산은 보통 100~200개인데 너무 
적은 거 아닌가?
 비헤드- 프로덕션에서는 1,000개까지도 만들지만 내 제작 
수량은 20개 미만이다. 하나하나 직접 도색하고 조립한 뒤 
최종 세팅을 해서 구매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에디유 감성적인 부분들은 작가가 다 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하나가 작가 아트워크라 볼 수 있겠다. 
비헤드-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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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장치 소녀 
에디유- 지금까지 제작한 피규어 작품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소개한다면? 
비헤드- ‘기억장치 소녀’다. 내가 가장 만들고 싶었던 이미지가 
가장 잘 녹아 있는 작업물이다. 한정판으로 소량 제작했다. 
에디유- 기억장치 소녀의 의상 퀄리티를 위해 스타킹 등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한다고 들었다. 
비헤드- 우아, 어떻게 알았나? 극세사 재질의 스타킹을 
따로 의뢰해 밀도를 높였다. 하지만 일본산은 아니다. 
가발을 비롯한 소품도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소재를 주문 제작하고 있다.
 에디유- 기억장치 소녀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비헤드 먼저, 만들고 싶은 비주얼 자료를 토대로 1차 
스케치 작업 및 러프 모델 작업을 진행한다. 드로잉을 해 
보고 모형을 만들어 보는 작업을 번갈아 가며 되풀이한 뒤 
디자인을 최종 완성한다. 
에디유- 작품 제작 시 피규어 이미지를 먼저 구상하는가? 
아니면 스토리가 먼저인가? 비헤드 스토리를 먼저 만들고 러프하게 콘티를 짠 뒤 
이미지를 만든다. 에디유 콘티까지 짜는 작업이라면 나중에 피규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만화도 만들 수도 있겠다. 
비헤드- 그렇다. 출판 만화로도 계획 중이다. 막상 작업해 
보니 스프레드 페이지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만화 
한 컷마다 높은 퀄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에디유- 작품 ‘DAYAFTER WW3’는 하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런 
부분이 참 좋다.
비헤드- 좋게 봐 줘서 고맙다. ‘기억장치 소녀’의 경우, 
피규어 10개 만들고 난 후, 작품 스토리에서도 실제 
10명이 등장한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그래서 10개의 
피규어에 각각의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에디유- 그럼, 기억장치 소녀 캐릭터가 이제 종족이 된 
것인가? 정 그런 셈이다. 오리지널 소체를 소중하게 여겼던 ‘닥터 
폴’이라는 캐릭터가 기억장치 소녀의 DNA를 복제하여 
똑같은 소체들을 만드는 것으로 스토리를 설정했다.

닥터 폴 
에디유- 닥터 폴은 누구인가?
 비헤드- 닥터 폴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의도하고 만든 
인물이다. ‘DAYAFTER WW3’의 메인 캐릭터는 소녀 
생체 병기인 ‘기억장치 소녀’인데 그걸 개발한 게 닥터 
폴이다. ‘소년’, ‘소녀’, ‘헌터’라는 피규어를 만들 때만 해도 
스토리는 나중에 구상했었다.
 에디유- 닥터 폴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더 해 준다면? 
비헤드- 닥터 폴의 슈트는 방사능에 관련된 이들이 지하 
셸터에 들어가기 위해 입는 옷이다. 닥터 폴과 함께하는 
원숭이는 닥터 폴의 아들이다. 심한 사고를 당한 아들의 
뇌를 원숭이에게 이식했다는 설정이다. 구매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라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에디유-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할 계획이 있는지? 
비헤드- 자세한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아트토이에 
관련된 전시회라면 참여할 것 같다. 
에디유- 아트토이 전시회도 좋지만 작품의 비주얼에 
관련된 아트워크를 할 예정이 있는지? 예를 들면 1분 
정도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라도.
 비헤드- 영상 작업은 정말 나의 꿈이다. ‘기억장치 소녀’를 
라이프 사이즈(실물 크기)로 만들고 모델도 섭외해 영상을 
촬영한 뒤 음악과 함께 선보이고 싶다. 
에디유-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비헤드- ‘닥터 폴’ 피규어 작업. 현재 마스터는 완성되어 있다. 
그림과 사진, 스토리가 접목된 스타일의 그래픽노블도 준비 
중이다. 스토리가 묻어나는 다양한 라인업의 피규어들도 
소량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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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 희열을 느끼는가? 
에디유- 제작한 피규어들을 어디서 구매하고 있는가? 
비헤드- 전 세계? 러시아, 호주, 독일, 스페인… 등등.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예약이 들어왔다. 
에디유- 주로 어떤 사람들이 구입하는지? 비헤드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민속품 같은 희귀한 것들을 수집하는 콜렉터도 있고, 순수 
예술계통에 있는 분들도 많다.
 에디유- 작품마다 넘버링이 있나? 비헤드 피규어 어깨 뒤에 일일이 고유 번호를 넣고 있다. 
에디유- 앞으로의 피규어 양산 계획을 알고 싶다. 
비헤드- 아트토이처럼 한정판으로 간다. 기억장치 소녀는 
현재 레깅스 컬러나 드레스가 좀 바뀌고, 약간의 디테일을 
바꾼 버전 2의 피규어를 20개 정도 만들고 있다. 이미 다 
예약된 상태이다. 내년쯤에 다 완성할 것 같다. 
에디유- 내년이라고? 제작 기간이 얼마나 걸리기에? 
비헤드- 처음엔 한 종을 만드는 데 보통 1~2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같은 종의 피규어 10개를 만들 
경우 5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1년 동안 만들 수 있는 
작품은 20개 정도다.  
에디유- 상업적으로 시작한 작업이 아닌 좋아서, 재밌어서 
한 것이니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작업 방식으로 꾸준히 
가면 좋을 것 같다.
 비헤드- 양산형 피규어 시스템으로 가면 지금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 리캐스팅 업체에서 나오는 도색의 
터치, 질감, 웨더링 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고수하고 싶다.
 에디유- 인터뷰 정말 고맙다. 한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느낀 점도 
많고. 아티스트로서 피규어 작업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


없는 건 시간이다. 시간이 너무 없다. 많은 건 생각, 아이디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없는 시간이지만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 늘 바쁘다.


비헤드-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지만, ‘느낌’에 더 중점을 

둔다. 피규어의 눈빛, 표정 등을 살려서 세계관과 이야기를 

더욱 리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유 피규어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비헤드- ‘만들 때 얼마만큼 희열을 느끼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자. 만든 이의 영혼이 느껴지는 작품은 보는 이가 외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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