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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그 자체가 바로 만화다

앙꼬, 그 자체가 바로 만화다

가는 비가 흩뿌리는 늦은 오후, 만화가 앙꼬의 화실을 작가의 오랜 팬인 MANAGA 에디터 양민재가 찾았다. 

화실을 카페처럼 꾸며 놓았기 때문일까?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솔직담백한 작가와의 정겨운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글 양민재  사진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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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는 민망할 정도로 솔직한 작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야기를 작품에 그대로 투영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부끄러

움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추억으로 포장하기엔 쓰라린 학

창시절의 방황을 그린 단편 <열아홉>을 본 후부터 그의 열

렬한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 취재가 더 설레었다. 직접 만

나 본 앙꼬 작가는 작품처럼 꾸밈이 없는 아름다운 사람이

었다. 그야말로 영혼이 맑은 느낌.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다.


정말 반가워요. 팬입니다. 만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그렸어요. 중고생 때

도 전날 일어난 일들을 그렸는데 친구들이 정말 좋아했지

요. 선생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렸으니까요. 그렇게 

그림일기를 꾸준히 그렸어요. 그러다 고3 입시 때, 친구가 

만화학과에 제 원서를 넣더라고요. 그렇게 청강문화산업

대학 만화창작과에 간 거죠.   

어느 날, 제 일기를 우연히 본 최호철 교수님이 ‘앙꼬, 너 자

체가 바로 만화다.’라고 하셨어요. 전 일기를 그리고 썼을 

뿐인데 최호철 교수님이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까 좋았어

요. 그 칭찬이 없었다면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몰

라요. 만화는… 완성한 뒤에 느끼는 성취감이 정말 커요.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돼요. 그 성취감과 희열 때문에 

그만둘 수 없어요. 


단편 만화집 <열아홉>에 개인사나 내면의 불안함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글로만 쓴 일기도 참 솔직해서 놀랐습니다. 

<열아홉>에 실린 열세 편의 만화는 제가 갖고 있는 ‘부끄

러움’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었어요. 책 끝에 실린 몇 편의 글로 쓴 

일기는 남에게 보여 주려고 쓴 건 아니었어요. 작업 중에 

일기장을 뒤지게 되었는데 재미있어서 새만화책 편집자에

게 보여 주었어요. 편집자가 그 일기도 책에 싣자고 하더군

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실은 거예요.


지금까지 발간한 <열아홉>, <나쁜 친구>, <삼십 살>에 실린 에피소드에 허구는 없나요?

네. 맞아요. 허구가 거의 없는 제 이야기죠. 이야기들을 새

롭게 조합하거나 순서를 바꾸긴 했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

해서 더 과장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끼워 넣지는 않았어요.


전 <나쁜 친구>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요?

우선, 아이들의 내면이나 그 속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보

이지 않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나쁜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그 아이들이 전혀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기성세대들은 그저 ‘비행 청소년’이라고 치부할 뿐, 그 아

이들에게 어떤 아픔을 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죠. 순수하고 착했던 아이들이 왜 비행 청소년이라

는 멍에를 써야 했는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잘 표

현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잘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나 쁜 친구>에서는 주인공 진주가 아버지에게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쁜 친구>의 앞부분에 아버지가 진주를 때리는 장면은, 

진주가 ‘날라리’가 된 후의 이야기예요. 그 전에는 딸에게 

손을 댄 적이 없죠. 엇나가는 진주를 바로잡기 위해 그렇게 

한 거죠. 아버지의 폭력으로 엇나간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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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친구>를 작가님의 아버지도 읽으셨는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게 얼마나 많은 걸 감수해야 하

는 건지 알게 됐어요. 어느 날 새벽녘에 아빠가 돋보기를 

끼고  <나쁜 친구>를 보고 계신 걸 봤어요. 가슴이 찢어지

는 거 같았지요. 

아빠는 책에 대해 ‘잘 봤다.’고 한마디만 하셨죠. 그런데 그 

이후로 아빠와 저 사이에 무언가가 풀린 것 같았어요. 아

빠가 <나쁜 친구>를 서른 권 정도 사서 친구분들에게 나

눠 주셨어요. 아빠는 제 만화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

셨어요. 정말 좋은 분이에요.


<나쁜 친구> 이후 나온 그림일기 <삼십 살>은 어떤 계기 로 출간하게 되었나요?

죽 그려오던 제 그림일기 중 한 편을 사계절 편집자가 보게 

되었어요. 이걸 책으로 만들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권 

분량으로 추려서 냈어요. 이 역시 남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그린 게 아니기 때문에 솔직한 제 이야기 그대로예요. 물

론 제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싶은 내용은 뺐어요.


그 솔직함이 독자에게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것 같습 니다.

 그런데 화실에 와 보니 뭔가 재밌는 일이 많이 벌어 지는 공간 같아요.


맞아요. 제가 만화만 하는 건 아니에요. 여기서 만화는 물

론 취미인 작사, 작곡도 한답니다. 기타 강습도 하고요. 그

리고 제 그림으로 팬시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해요. 인쇄, 

제본도 직접 진행하죠.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진짜 

카페는 아니지만, 메뉴판을 만들어서 오시는 손님들이 취

향대로 골라 마실 수 있게 했지요. 

실은 사설탐정 일도 하고 있어요. 인터넷 거래 사기 사건을 

몇 건 해결했어요. 또 지인들에게 물사마귀 제거 서비스도 

해 줘요. 


이 바쁜 와중에도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그럼요. 탐정물을 진행 중이에요. 동네에서 벌어지는 미스

터리한 사건을 친구와 제가 탐정이 되어서 해결하는 이야

기죠. 이것 역시 제 이야기이긴 하지만 픽션이 가미됩니다.


때에 따라 달라요. 원고만 할 때 많은 건 원고예요. 하지만 원고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때는… 원고가 전혀 없어요. 


차기작도 기대할게요.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이렇게 대화 를 나누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열아홉>과 <나 쁜 친구>는 제게 너무나 특별한 만화책이거든요. 

작가님 을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만나고 나니 더 좋아졌어요. 오 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평소 화실에만 있어서 제 책에 대해서 직접 듣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에디터님께 제 작품 이야기를 들으니 참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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