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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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와 휘민>의 섬멍 작가

인터뷰
 

<청아와 휘민>의 섬멍 작가
“여왕의 기사가 되거나, 아니면 절대군주가 되거나”

 
 

이연숙(리타)
사진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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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멍 작가는 <청아와 휘민>으로 레진 코믹스에서 데뷔했다. <청아와 휘민> 관련 소식 및 단편들은 섬멍 작가의 블로그(링크) 에서, 드로잉 작업은 전용 블로그(링크)에서 볼 수 있다.

 
 
 
 

<청아와 휘민> 스토리라인
 
‘청아’는 과외를 받는 학생이다. 과외 선생님이던 ‘휘민’에게 반해 결국 연인이 되는 것에 성공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청아’와 직장인이 된 ‘휘민’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생긴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청아’는 어리둥절하다.
 
현실에서, 두 명의 여자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휘민’은 ‘청아’에게 네가 그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청아와 휘민>(글 그림/ 섬멍)은 한 레즈비언 커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양한 정체성과 개성을 가진 조연들이 등장해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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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사가 있지만, <청아와 휘민>은 밝은 작품이다.

 
 
 
 
<청아와 휘민>이 첫 작품인데요.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섬멍 <세일러문> 애니메이션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에 어릴 적 좋아했던 ‘우라넵튠’ 커플의 팬아트를 그렸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청아와 휘민>을 구상했고요.

당시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던 때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죠. 콘티 짤 때만 하더라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연재하는 지금은 감회가 새롭네요.
 
회화 전공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작업 간의 차이가 있는지요?

섬멍 회화 작업은 천천히 해도 돼요. 근데 만화는 안 하면 남이 먼저 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빨리 시작해야겠다 싶었어요. 회화는 딱히 급하지 않았고요.
 
만화를 처음 시작하면서 많이 헤맸을 것 같은데요.

섬멍 초반에 콘티 짜면서 걱정이 되게 많았어요. “내가 이것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그때 쓴 일기 보면, “콘티를 짜고 있다. 이렇게 짜는 거 맞나?”라고까지 해요. 결국, 해냈지만요. 그제야 “어, 나 만화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당시 만화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요?

섬멍 제가 드로잉만 올리는 블로그가 있는데, 맨 처음에는 거기다 올렸어요. 그런데 드로잉 4년 간의 조회 수보다 만화 조회 수가 월등히 높은 거예요. ‘와, 사람들 만화 많이 본다.’ 싶었죠.

댓글은 ‘부치 이야기라니 재밌다.’ 이런 반응이 많았고요. 제가 느끼기에 레진에서 정식 연재하는 지금보다 오히려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작업하는 중에 제일 재미있는 단계? 반대로 제일 괴로운 단계를 꼽자면요?

섬멍 저는 연습장에 콘티를 짜는데, 그걸 컴퓨터에서 스케치 단계로 바꿀 때가 제일 재밌습니다. 제가 볼 때 제가 쓰는 스케치 선이 너무 예뻐서...

싫은 것은 채색입니다. 채색하면 그림이 못생겨 보여서 괴롭습니다. 요새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역시 저채도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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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멍 작가의 콘티 노트와 스케치 작업이 한창인 컴퓨터.



요즘 챙겨보고 있는 작품이 있나요?

섬멍 레진에서는 <여자친구>(청건), <하테마테>(랙). 이 작품들 보고, 저도 교복 입는 방식을 좀 다양하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채색도 신경 쓰고요. 최근 연재를 시작한, 성난 페미니스트 김달의 <달의 상자>도 좋아합니다.

네이버에선 언제나 <덴마>(양영순)를 기다리고 있죠. <오 주예수여!>(아현)도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구 기독교인으로서 제목이 불경해서 안 보다가 한 번 보고 나선 우울할 때마다 몰아봅니다.

다음에선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 외에도 꽤 보지만 너무 많이 꼽을 필욘 없죠.
 
 
 

“이런 캐릭터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되게 재밌을 것이다.”
 
 
 
<청아와 휘민>, 연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섬멍 호주에서 일하면서 혼자 작업을 시작했죠. 그 작업물을 다음웹툰 공모전에 냈어요. 기획서를 같이 내라고 했는데, 낙관적으로(?) 냈어요. ‘이런 캐릭터들이 있고, 얘 네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되게 재밌을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요. 당연히 떨어졌죠.

그러고 나서 네이버 도전 만화에서 연재했었죠. 또 그러다 새로 그림을 준비해서 레진 공모전에 냈고요. 그런데 떨어졌죠.

탈락 소식을 접하고는 슬픔에 젖어 술을 마시고 있는데, 레진 피디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연재할 생각이 있냐고. 바로 “네!” 하고 답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림 때문에 준비 기간이 길어졌어요. 1, 2화만 네 번 이상 그렸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는 ‘스케치업’까지 동원했습니다.
 
갑자기 3D 작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섬멍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저 학교 다닐 때 ‘3D MAX’도 써봤거든요. 그래서 3D를 만드는 자체는 참 재밌었어요. 그런데 제 그림하고는 조화가 참 안 되는 거예요. 일단 이질감이 너무 많이 느껴져요. 그걸 세련되게 만드는 법도 몰랐고요.

그래서 지금은 ‘스케치업’을 거의 쓰지 않고 있어요. 그냥 그려요. 3D요소를 넣는다고 해도, ‘스케치업’으로 디자인한 것을 보고 제가 그려요. 그편이 나아요. 거슬리는 요소를 제가 뺄 수 있으니까.
 
<청아와 휘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가요?

섬멍 사실 너무 오래돼서 어떻게 한 건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연예인 중에 청하 씨랑 휘인 씨가 있잖아요. 안 겹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어떤 인상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청아’와 ‘휘민’은 많은 차이가 있는 커플인데요.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각하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섬멍 네, 그렇습니다. ‘청아’가 자기의 사랑이 터부시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혹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만 어둡지 않게 ‘휘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아’는 아마 유치원 때부터 여자를 좋아했겠죠. 그런 ‘청아’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알았을까?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에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는 건 아마 직감적으로 알았을 가 같아요. 하지만 심각해질 이유는 없죠. 왜냐면 자기가 적당히 다루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만 ‘휘민’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애죠. 타인이든 가족이든 절대 성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저 빨리,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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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짐이 많은 ‘휘민’

 
 

이런 대비되는 유형의 인물을 설정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어린 ‘청아’의 성장을 위해서인가요?

섬멍 그렇죠. 그런데 ‘휘민’을 위해 서기도 해요. 제가 ‘휘민’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슬슬 꺼내고 있는 거죠. 둘이 왜 이어졌는지는 저에게도 처음에는 미지수였어요. 나의 어떤 판타지인가, 싶기도 했고.

그런데도 이게 가능한 이야기이려면 ‘청아’가 가질 수 있는 강점 같은 것이 있어야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청아’는 태양같이 밝은 사람이고, 그게 강점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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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는 잘 웃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두 사람의 목표는 ‘동성 결혼’인가요?

섬멍 아마 얘 네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 할 거 같아요. 최대한 원래 있는 법을 이용하는 식으로 살지 않을까? 공동명의의 통장을 만든다거나, 보험의 수혜자를 누구로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요.

동성결혼의 중요성이야 알고 있겠지만, 그걸 의제 삼아서 싸울 것 같지는 않아요. 둘은 기존에 마련된 법의 권리 내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을 할 거 같습니다. 뭐 세레모니는 정도는 가능하겠죠?
 
 
 

“매번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하려고 하고, 너무 귀찮고 싫었어요.”
 
 

 
그리는 인물 중에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대상이 있다면?

섬멍 대충 감정이입이 되는 건 ‘청아’요. 제 성장 환경이나 사고방식을 많이 투영했거든요. 어릴 때 저는 남자애들이랑 공놀이하면서 놀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2차 성징을 시작하면서 남자애들 무리에서 분리가 되는 거예요. 남자애들이 나를 자기네들 무리에서 탈락시키는 그런 경험을 했죠.

만약에 ‘청아’ 같았으면 그런 걸 많이 겪고도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저 같은 경우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좀 예민했죠.

그때 이후로 여자애들이랑 지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인형 놀이를 하고. 하지만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인기 가요를 보면서 H.O.T.를 좋아하려고 했지요. 사실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는데... 준비가 안 된 거죠. 하지만 뭐, 딱히 다른 방법은 없었네요.

그저 언니들이랑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녔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 보이시한 외형이었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머리를 길렀어요. 숏 컷은 절대 안 했어요. 남자애처럼 보이는 게 너무 싫어서요.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나는 숏 컷이 좋아서 한 건데, 누가 남자애로 오인해서 “쟤는 남자냐?, 여자냐?”고 물은 거예요.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매번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을 하려 드니까, 그게 너무 귀찮고 싫었어요. 그래서 길렀죠. 긴 머리로, 그게 딱히 이상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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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은 압박속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양호 선생님에게 혼이 난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고민이 <청아와 휘민>에 전반적으로 녹아있는 것 같아요. ‘청아’도 그렇고, ‘윤정’이도 그렇고요.

섬멍 ‘윤정’ 경우는, 부치와 ftm사이에서 자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만든 인물이에요. 저는 어릴 때 ‘혹시 내가 남자가 되고 싶은 건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다만 자기 자신을 ‘머리가 짧은 부치’, ‘티 나는 부치’로 정체화한 친구 중에서는 실제로 그런 식으로 고민한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심층적으로 다루지는 못하죠. 그렇게 고민한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요.

또 ‘윤정’을 넣게 된 이유는 이런 건데요. ‘청아’ 친구 중에 활동적이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의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윤정’이 있으면 ‘청아’가 그런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겠죠.

둘이 막 농구하면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잖아요. ‘휘민’을 좋아하는 모습도 편하게 드러낼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선 중간다리 같은 역할?
 
좀 딴 말인데, ‘윤정’은 왜 이렇게 과묵한가요?

섬멍 밝고 웃긴 애라고 설정했는데, 초반에 말이 많이 없어요. 말을 많이 뺐거든요. 읽는 사람들이 추측하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뺀 대사 중에는 이런 대사가 있어요. 친구들끼리 “너, 누구 좋아하냐?”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데, ‘윤정’이 속으로 그러거든요. “내 주제에 누굴 좋아해?”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내가 너무 많이 뺐나?
 
사실 ‘청아’가 많이 철이 없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그 ‘철없음’은 ‘정상적인’ 역할을 거부하는 ‘여자’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는 수식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섬멍 아무도 ‘아빠’ 역할을 맡기진 않을 테니까요, 청아한테. 사실 ‘청아’를 그리면서 주제 파악한 면이 없잖아 있었죠. ‘내가 그 동안 책임이나 의무를 최대한으로 유보하고 살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건 내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부치로 정체화했기에 가능했던 발상은 아니고요. 그저 엄마가 되거나 누군가의 반려자가 된다거나,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유보할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이런 생각의 필요성을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천천히 자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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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난 동창들은 ‘청아’에게 머리를 기르고 힐을 신을 것을 권한다.

 


“퀴어 만화가가 헤테로 커플을 그리면 진정성이 없는 걸까?”
 
 
<청아와 휘민>의 장르를 ‘백합’으로 봐야 할까요?

섬멍 일단 레진 코믹스 내에서 <청아와 휘민>의 하위 분류는 ‘백합’과 ‘드라마’예요. 제가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이지만,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여X여 커플이 나오고 있으니까 딱히 ‘백합’이 아닐 이유사 없긴 하죠. 그래도 처음에는 ‘백합 아닌데.’ 싶었어요.

제가 백합 장르를 많이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제가 생각하는 ‘백합’과 <청아와 휘민>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 작품 독자층도 제가 생각한 <청아와 휘민> 타깃과 겹치지 않는 것 같았고요.
 
아무래도 ‘백합’ 하면 긴 머리 여자애들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청아와 휘민>은 아니죠.

섬멍 ‘백합’이라는 장르에서만 보이는 그런 비극적인 정서가 있죠. 클리셰도 많은 장르잖아요.
 
그런데 <청아와 휘민>이 어떻게 ‘백합’이랑 다른지 잘 모르겠기도 해요. 외부의 레즈비언 공동체나 문화가 드러나지 않잖아요.

섬멍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닌데, 사실 ‘청아’랑 ‘휘민’이 활동적인 타입의 애들이 아니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백합’ 장르의 창작자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초반에는 굉장히 나이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 나이브함이요? ‘레즈비언이 그렸으니까 더 재밌게 읽어 줄 것이다?’

섬멍 네. “더 재밌게 읽어줄 것이다.” 내가 그린 만화를 친구들이 안 본다고 하면 삐지는 거처럼. 어쭙잖게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던 말이에요. 나 이렇게 사명감 가지고 했다, 이런 거.

그런데 내가 그렸다는 이유로 그런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 때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렸죠. 사실 별로 감수한 게 없더라고요. “만약 퀴어 만화가가 헤테로 커플을 그리면 진정성이 없는 건가?” 그런 거죠.

그런데 그런 의문은 들더라고요. 군대 안 간 사람이 군대 만화 그리면 뭔가 좀 이상하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네가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고.
 
당사자로서는 지분을 뺏긴다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죠.

섬멍 네, 초반에 확실히 그래요. “내가 먼저 말하고 싶어. 네 것을 보면, 내 것을 안볼 거 아냐.” 그런 류의. 사실은 뭐든 간에 콘텐츠로 경쟁이 되어야 하는 건데, 나한테 유리한 지점이라 생각하니까 그걸 장점으로 내세우고 싶었던 거였죠.
 

 





당사자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섬멍 ‘백합물’이 뭔지, <청아와 휘민>이 ‘백합물’인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건 내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인가?”, “그러면 그냥 헤테로 만화가가 <청아와 휘민> 같은 걸 창작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주 독자층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요.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데 유어마나에 허이모님이 쓴 퀴어와 웹툰에 대한 글(링크) 이 도움이 되었고요.

사실 카테고리라는 게 원래 정해진 게 아니고 사람들이 임의로 정리를 해놓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나랑 좀 안 맞아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화로 알게 되면 되니까. 다만 플랫폼 같은 데서 그런 차별점을 좀 알아주면 좋겠다, 그런 건 좀 있어요.
 
그리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섬멍 <19화, 사랑하는 당신은>. 이 이야기를 그리고 나서 여자아이를 위한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에 코웃음 치던 내가 사실은 여왕을 바라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이 비유의 생각을 단순하게 밀어붙이면,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할 것 같아요. 여왕의 기사 되기, 아니면 절대군주 되기.
 
기억나는 독자 감상평이 있나요?

섬멍 대부분 감상은 제가 검색해서 찾아내는데, 이런 게 있었어요. 네이버 지식인에 ‘2화까지 봤는데, 청아가 남자냐? 여자냐?’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답변도 달려있고.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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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커밍아웃 판타지가 있었나요?

섬멍 비슷한데, 스무 살이 되면 자동으로 엄청 예뻐질 것이라는 판타지가 있었어요. 친척 중에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엄청 예뻐진 그런 케이스가 있었대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은연중에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어떤 기점이 지나면 뭔가가 성취되면 좋겠다.’ 하는 그런 환상을 품었죠. 저한테 커밍아웃은 그런 판타지였거든요.

실제로는 커밍아웃을 했는데도 아무 변화가 없었어요. "내 세계가 왜 바뀌지 않지?" 아는 레즈 게이들 많아지고 그럴 줄 알았는데... 내가 이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이 되게 클 줄 알았나 봐요.
 
작가님의 커밍아웃 스토리가 궁금해지는데요.

섬멍 저는 대학 졸업 즈음 커밍아웃을 시작했어요. 당시도 티 날까봐 숏 컷을 안했어요. 심지어 <어서 오세요 305호>를 본다고 말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한 친구가 자기 친구 중에 게이가 있다고, 굉장히 좋은 애라고 해서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그러곤 그 친구에게 실컷 털어놓았죠.

그 후 주위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천천히 커밍아웃을 했어요. 나중엔 도장 깨듯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제 귀찮아지더라고요. 커밍아웃하면 레즈 월드가 열리고 애인 생기고, 레즈 파티 가서 방탕하게 놀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이 다 판타지였죠.
 
개인적으로 레즈비언 문화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섬멍 연재 초반까지는 클럽에 종종 갔었어요. 제가 ‘라브리스’만 가면 그렇게 술을 마셔요. 맨 정신에 춤을 출 수가 없어서. 한 번은 너무 취해서 봉을 잡고 돌았다고 하는데, 춤을 춘 게 아니라 진짜 애들이 놀이터에서 봉을 잡고 도는 것처럼 그렇게요.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있나요?

섬멍 저는 이제 판타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까 말한 ‘스무 살이 되면’ 판타지와 커밍아웃 판타지, 천재 판타지가 있었는데 차례대로 다 부서졌습니다.
 
<청아와 휘민>처럼 연애에 있어 불안한 요소가 있는지요?

섬멍 저는 경제적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껴요. 애인이야 괜찮다고 하는데. 어떤 결정에 경제적인 대처를 할 수 없을 때, “망하려면 혼자 망해야지.”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섬멍 자기답게 살기 아닐까요? 자기를 잘 알기, 내부에 가치 두기, 지금 행복하기, 이런 거요.
 
생생한 악몽이나 깨지 않았으면 하는 꿈을 꿔본 적 있나요?

섬멍 저는 꿈을 일상의 연장처럼 꾸는 편입니다. 아주 행복하지도 아주 불행하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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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요?

섬멍 처음에는 ‘뭐 이런 질문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저의 공동체 의식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이네요. 액수가 크다면 후원가 노릇을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주로 나를 후원할 것 같네요.

농담이고요. 서울근교의 건물 하나를 산 다음에, 잘 꾸며서 퀴어 프렌들리한 주거 및 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싶네요. 강당 같은 공간도 있어서 운동도 하고 강연도 열고 파티도 하고요.

액이 비교적 적으면 아마 지금보다 약간 규모를 키워서 거주하지 않을까요? 장기 체류하는 여행도 가고. 어 이게 더 좋네요.
 
소심하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나요?

섬멍 고등학생 때 식권 프린트 용지는 늘 여백이 남곤 했어요. 거기에다가 하이테크 C펜으로 식권을 그려서 밥을 먹곤 했지요.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요. 세 번 하면 한 번 걸려서 못 먹었어요. 그 당시에는 학교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게임으로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올해 목표가 뭔지요?

섬멍 만화를 더 잘 그리고 싶고, 저축을 조금 하고 싶네요.
 
 
 
 

yourmanaⓒ이연숙(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