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스크랩]
<캐셔로>의 team befar

인터뷰

<캐셔로> 작가진 team befar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선량하다고 생각하고 산다.”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로카
사진 최민호


 





"정말로 '돈이 곧 힘'이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빈곤한 두 남매 이야기". 다음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동시 연재중인 <캐셔로>의 작가들을 만났다.

주말이라 북적이는 홍대 인근의 카페에서 두 작가는 담담히 인터뷰에 응했다.






'그럴듯하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멍청한 소리는 사실이 됐고, 주어진 힘에는 의미가 생겼다.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한다.

노혜옥 <캐셔로>의 그림 작가 노혜옥이다.

이훈 <캐셔로>의 스토리를 쓰는 이훈이다.

최근 부산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훈 9월에 이사했다. 그림작가는 원래 인천에 살았고, 이제 둘 다 인천에 산다.

조금 늦었지만, 단행본 발간을 축하한다. 단행본 발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단히 듣고 싶은데.

이훈 2부 연재가 끝난 뒤 출판사 측에서 출간을 제안했다. 얘기가 먼저 오니 기뻤다. 그쪽에서 교정을 봐 줬고, 페이지 편집은 우리가 했다.

이후 웹툰도 단행본 출간 예정인가?

이훈 3부로 완결 예정이고, 책도 딱 3권까지 내는 걸로 얘기가 됐다.

현재 2부 완결까지 업로드돼 있다. 2부 완결 이후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이훈 3부 준비도 하고, 생계를 위해 잡다한 일도 했다.

노혜옥 단행본 작업을 주로 했다.

그러고 보니 단행본의 추가 에피소드가 많던데.

이훈 100페이지 남짓이다. 처음엔 계획에 없었는데 1부가 20화, 2부가 30화 분량이다. 1권은 얇고 2권은 두껍게 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출판사 측에서 분량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10화 정도 분량인 100페이지를 그렸다.

독자 입장에선 좋았다. 추가된 에피소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이훈 네 컷 만화 사이에 들어갔던 타이틀을 아이캐치나 작은 삽화 등으로 바꿨다. 추가된 에피소드 네 편은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이니 처음부터 지면 만화 형식으로 작업했다.

그래도 페이지가 남아서 메이킹도 만들어서 넣었고, 작가의 말과 김낙호 선생님의 평론도 받아 넣었다.

3부 연재 계획은 언제쯤인가?

노혜옥 4월 마지막 주나 5월 초로 생각한다. 총 30화 예정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컷. 이호정은 히어로의 힘을 숨기고 평범하게 결혼해 살려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며, 결국 이를 깨닫고 벗어난다.




30대 페미니스트 혼성 만화창작 듀오

트위터 프로필에 '30대 페미니스트 혼성만화창작듀오'라고 적혀 있다. 명쾌해서 좋았다. 계정은 함께 운영하는지?

노혜옥 스토리작가 혼자만 한다. 비밀번호는 공유했지만.

이훈 처음 계정을 만들 때는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각자 쓰고 싶을 때 마음대로 쓰자고  했는데, 이 친구가…….

노혜옥 내가 말수가 없어서.

트위터 프로필은 어떻게 정했나. 합의했는지.

이훈 합의했다.

노혜옥 아니, 안 했다. 저쪽이 주도해서 운영한다.

이훈 노혜옥 작가가 페미니스트가 아닌데 내가 멋대로 그렇게 밀었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노혜옥 하하하. 저쪽이 먼저 적어 놓고 허락을 구하는 타입이다.

스토리작가와 작화가가 어떻게 작업을 분담하는지, 간단한 작업 사이클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이훈 콘티를 만들어 넘기면 러프 작업을 한 뒤 그에 대해 피드백을 전하고, 펜 작업을 한 뒤 피드백하고, 채색한 뒤 또 피드백하는 식이다. 일일이 다 체크한다.

노혜옥 매번 피드백을 문서로 받아 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못 하면 만다. 시간이 촉박하면  못 하는 부분도 있다.




슬픈 일이다.




그렇게 촉박한 일인데 업로드를 나흘 남기고 2부 마지막 화 콘티를 전달했다고.

이훈 내가 지각을 많이 해서 노혜옥 작가가 고생이 많았다.

여유분 없이 작업한 것인가.

노혜옥 1부 작업 때는 세이브를 뒀는데, 2부 작업 때는 카카오 페이지에 유료분이 좀 있어 서 3화를 미리 만들어 놓고 했다. 한 화가 네 컷 만화 열 편인 40컷 정도로 구성되니까, 그렇게 빡센 일정은 아니긴 하다.

후기에서 대학 시절에는 서로 소 닭 보듯 지나가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둘의 전공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노혜옥 만화 예술을 전공했다.

어쩌다 같이 작업하게 됐나.

이훈 당시 함께 만화 이론 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노는 그룹이 서로 달라 술 한 잔도 같이 한 적 없었다. 졸업하고 한참 지난 뒤 어느 시점부터 네이트온으로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작업을 하게 됐다.

잘 맞았나?

노혜옥 최근 트위터에 스토리 작가가 올린 단편 만화가 있다. 대선 끝나고 작업했던 건데, 처음 함께해 본 작업이었다. 그 뒤 두 번째로 한 것이 <캐셔로>고. 합을 맞추는 법을  빨리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훈 사실 처음엔 한 번 차였다. 스토리를 하나 들이밀었더니 며칠 뒤 하기 어렵겠다는 답이 왔다. 다시 제안한 게 <캐셔로>다.

'befar'라는 팀 이름을 지은 경위가 궁금하다.

노혜옥 내가 지었다. 원래 이름만 병기할까 하다가 수익 비율이 오 대 오니까 팀으로 움 직이는 게 좀 더 좋겠다 싶었다. 'be far away'의 준말이다. 나는 인천이고 스토리 작가는 부산이어서, 실제 거리도 멀고 마음의 거리도 멀다. 근데 away까지 붙이면 좀 기니까.

스토리작가와 작화가가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훈 그 전에 웹툰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고, <캐셔로>를 준비할 때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다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차였다. 당연히 이쪽 사정은 전혀 몰랐고, 삼 대 칠 고료 배분이 일반적인 것도 몰랐다. 같이 하는 거니까 "깔끔하게 오 대 오로 반띵. 심플하고 좋네. 이걸로 가자!" 하고 그렇게 됐다.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수익을 많이 받는 만큼 더 하는 일이 있나?

이훈 물론 작화 쪽 일이 노동집약적이다. 나는 스토리를 짜면서 편집 같은 소소한 잡일을 하지만 노동량에 있어서는 여전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스토리가 그만한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로 여러 성과를 올릴 수 있으므로 절반을 받을 만하다고 여겼다.




놀랍게도, 김자연 성우가 '여자에겐 왕자가 필요없다'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인 적 있었다. 팀 befar는 이 때 김자연 성우를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한 웹툰 작가 중 하나였다.




작가들이 '메갈'이라는 이야기로 덧글창이 도배된 것을 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훈 김자연 성우가 입은 티셔츠 때문에 메갈 '사태'가 일어났다. 그걸 사태라고 부른다면. 옳고 그른 게 너무 분명한 일이었기 때문에 나도 김자연 성우와 뜻을 함께한다는 말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 뒤 나무위키에 김자연 성우 편을 든 '메갈' 작가 리스트가 올라갔는데, 우리는 빠졌다.

그래서 트위터로 "우리도 이런 데 좀 올라가야 나중에 역사로 남지 않겠나?" 같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더니 또 어떤 분이 이 분들은 김자연 성우님 편을 들 뿐이지 메갈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또 "아니다, 메갈리아 회원인데? 메갈을 하는 게 몹시 자랑스러워!" 라고 트윗했다. 그리고 나서야 리스트에 올라갔다.

노혜옥 작가는 동의했나.

노혜옥 저지른 뒤 통보하면서 메갈이라고 써도 괜찮을지 물어봤다. 괜찮다고 했다. 그 때문에 댓글란이 많이 시끄러워졌고, 그 뒤 또 괜찮냐고 물어봤다. 이미 다 벌어진 일을  뭐.

이훈 평소 노혜옥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니, 아마 분명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메갈'이라는 말을 듣게 된 뒤 작품이 듣는 평에 변화가 있었나?

이훈 없다고 본다.

노혜옥 별점이 깎이긴 했다.

이훈 별점이야 뭐. 노혜옥 작가에게 안 힘든지 물어봤는데 나는 너랑 일하는 게 제일 힘들고 다른 건 별로 신경 안 쓰인다는 답만 들었다. 만약 내 작품 퀄리티가 떨어져서 별점도 깎였다면 고민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일로 깎인 건데 뭐.



히어로물과 4컷 만화




이런 히어로. 익숙하지 않지만 친근하다.



이전부터 히어로물에 관심이 많았나? 특별히 좋아하는 히어로가 있는지?

노혜옥 영화 쪽을 엄청 좋아했다. 마블도 디씨도. 둘 중에는 마블이다. 아이언맨 때문에.

역시 돈의 히어로 편인가.

노혜옥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팬이기도 하다.

이훈 나는 코믹스 쪽의 데어데블을 좋아한다.

4컷 만화 히어로물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은 계기가 있나?

이훈 '돈이 그 힘의 매개가 되는 히어로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 생각났다. 처음엔 웹 소설을 몇 회차 썼다. 그 때는 내용이 더 어두웠다.

그러다 웹툰이 더 적절하겠다고 생각했고, <월간 소녀 노자키 군>처럼 가로가 넓은 네 컷 형식으로 가벼운 개그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순차적으로 들었다.

4컷만화라는 포맷에 익숙하셨는지? 기존 웹툰을 작업하던 방식과 다른 점이 있었나?

노혜옥 <캐셔로>는 첫 웹툰 작업이다. 4컷 만화도 처음이다. 원래 학습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쪽에서 일했다.



공간을 허투루 구성하는 컷이 없다.





4컷만화 내에서, 각 컷의 공간 구성을 그리는 밀도가 굉장히 높다.

이훈 처음엔 그보다 훨씬 가볍고 노동력이 덜 드는 그림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장인 기질이 있달지, 하는 일을 굉장히 파고 들어간다. 물론 완성도와 밀도가 높아져서 좋지만 힘들지는 않은지…….

노혜옥 괜찮다.

스토리 작가가 세밀한 배경묘사를 원했다고 생각했다.

이훈 이러다 죽는다고 말했는데도 본인이 그렇게 했다!

노혜옥 하하하.

후기 만화에서 스케치업도 새로 익혔다고 언급했는데.

노혜옥 이후 웹툰 작가로서 더 잘 일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사용하는 툴은?

노혜옥 1부에서는 포토샵, 2부에서는 클립스튜디오와 스케치업을 주로 썼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쓰나?

노혜옥 조화. 1부에서 처음 시작한 그림이 끝까지 같아야 하고, 각도가 돌아가도 같은 사람이어야 하고, 한 번 구상한 공간은 끝까지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도시의 공간을 구성할 때 모델이 된 곳이 있나?

이훈 없다. 특정성을 두고 싶지 않았다. 대충 한국 어디겠거니 정도의 느낌만 주길 원했다.

대도시는 아닌 중소도시 정도로 보인다.

이훈 뭐 그 정도다. 시기는 작중에서 연도가 표시되는 부분도 있고.

실내의 공간, 가구 배치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정하나?

노혜옥 상웅과 상안의 집을 위해 스토리작가가 집안 구조도를 미리 넘겨 주는 식이다.

이훈 단면도를 미리 그렸다. 가난한 느낌으로.




노혜옥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는 미성년자 주폭 영웅 윤수오.




인물 구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특별히 미남, 미녀를 그린다기보단 안경이나 숏컷 같은 세부 설정에 신경썼다는 인상이다.

노혜옥 삽화 일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미형인 캐릭터는 잘 안 그린다. 주변 인물이나 엑스트라를 그릴 때 편하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안경을 쓴 여자' 같은 기본적인 스타일을 요구하면 반영한다.

이훈 수오는 완전히 노혜옥 작가의 구상이다.

노혜옥 중간에 수오가 등장하며 급하게 정했다. 언밸런스 금발에 마른 체형의 캐릭터로.

이훈 처음엔 금발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이미지 덕에 일탈하는 학생 등의 이미지가 잡히면서 이후 스토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처음 원한 건 평범한 검은 머리였는데, 그랬으면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패션은 작화가가 완전히 알아서 한다.

노혜옥 말했듯이, 스토리 작가가 전달하는 건 안경, 포니테일, 통통하다, 같은 정도다.

스토리가 그림 자체에 영향을 받기도 하나?

이훈 아까 했던 수오 얘기도 그렇고. 작품은 내가 소품 구성이나 작화에 대해 요구하지 않은 곳, 즉 혜옥 작가가 채워 주는 공백으로 최종 완성된다. 혜옥 작가는 자신이 <캐셔로>의 첫 독자였다고 말했지만, 사실 첫 독자는 나였다.

내가 첫 독자였고, 그 뒷이야기를 내가 써야 하는 거다. 내가 아무리 세밀하게 설계도를 작성해도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혜옥 작가가 메꿔 준 그 커다란 부분에 의해서 작품이 완성된다.

콘티를 받고 가장 화나는 때는 언제?

이훈 항상이 아닐까…….

노혜옥 역시 야경이다. '둘이 옥상에 서 있다'는 지문.

이훈 나도 할 말 있다. 항상 노동력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가자고 설득하는데. 한 번도 아니고 누차 얘기했는데도 끝까지 빌딩을 하나하나 다 그린다.

노혜옥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 안에 가구를 배치할 때 택한 방식이 있다면 야경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훈 프로로서 완벽한 분이라서.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두 컷. 히어로들이 옥상에 자주 가서, 야경도 자주 나왔다.






<캐셔로>의 영웅들과 그 힘의 원천



 


수오가 원하는 것.




<캐셔로>의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착하다. 가난하게 살다가 힘을 얻게 되며 그 힘을 절대 나쁘게 쓰지 않는다. 모두가 사람들을 지키려고 한다. 작가가 그런 선한 힘을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훈 내가 저 힘을 갖는다고 상상해 봤다. 일단 큰돈을 벌 방법은 제한적일 것 같다. 한탕 하고 어딘가로 휙 가버리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돈 버는 데는 쓸모없는 힘이고, 사람이면 대부분 그 힘을 좋은 방향으로 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 명 중 여든 명 정도는.

나머지 스무 명은?

이훈 뻘짓하다 망하겠지. <캐셔로>의 힘은 소총이나 권총이 아니고 폭탄 같은 거다.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선량하다고 생각하며 산다고 본다. 특별히 얘네가 착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편이다. 내가 선한 의지를 신뢰하는 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은 대체로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역시 신뢰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류의 힘은 없나?

이훈 생각한 적 없다.




전 세대와 현세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힘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겨진다는 점이 좋았다.

이훈 노인이고 여성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이호정 여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려고 애썼다. 벌어 놓고 나서 자기 목적이 희미해지고, 돈을 번 목적을 잊기 시작했다.

자기가 축적해 둔 걸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얘기가 멋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2부의 전개방식 때문에 좋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예상했었나.

이훈 1부는 전적으로 상웅과 상안, 수오의 이야기였다. 익숙하던 캐릭터가 안 나오니까 걔들을 찾는 독자가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 전개 방식이란 생각은 안 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스피디하게, 즉각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웹툰의 특성 때문에 예상 밖의 어려움을 야기한 게 아닌가 싶다.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여태 악역이 없는 게 인상적이다. 나올 예정이 있나?

이훈 그렇다. 3부에 나온다.

그런가. 지금까지는 빌런도 없고 액션도 없는 히어로 만화였다.

이훈 액션은 애초부터 논외였다. 2부 끝의 민현과 수오의 액션신 정도가 예외적이었다. 넣지 않을 수가 없어서.

소시민이 영웅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이훈 소시민에게 영웅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 있나? 영웅 선망 같은 것이?

실제로 영웅이 되고 있으니까. 영웅이 되는 걸 목적으로 삼았다는 게 아니라 행동 자체가 영웅이 되는 과정이다. 이 사람들을 다 구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해야 하는 다른 일을 뿌리치지 못하면 결국 영웅이 못 된다.

이훈 그런 일이 있으면 대부분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개입할 것이다. 아이가 물에 빠져 있으면 대체로 손을 내밀듯이. 결국 그 일을 하는 걸 막는 가장 큰 요소는 피폐한 일상일 거고. 출근해야 하고 잠을 자야 하니까. 평범한 사람이 여유로워질수록 다른 사람과 더 건전하게 맞닿는 부분도 늘어날 것이다.

본인들은 이런 힘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노혜옥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훈 단순한 완력이 쓰일 만한 일이 있을까? 힘이 규격화돼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실용성이 적다고 생각한다. 방탄 피부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무엇보다 일단 연구의 대상이 돼 버리겠지.

<캐셔로>에서 힘을 불러올 수 있는 세 가지 요소인 술, 돈, 애정 중 하나를 택한다면?

이훈 당연히 애정이 최강 아닐까. 하지만 내가 히어로 회사의 사장이라면 애정으로 일하는 히어로는 절대 고용 못 한다. 신뢰할 수 없으니까. 돈이 우선이겠지. 술은 건강이 우려되고. 하지만 순간적으로 제일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건 애정이라고 본다.

노혜옥 수오 능력이 제일 좋다. 나는 술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수오와 비슷한 행동을 할 것 같다. 보통은 용기가 별로 없으니까 행동을 못 하다가, 술도 먹고 힘도 세지면 할 것 같다.





2부 완결과 이후 계획에 대해




이훈 작가에게 가장 기뻤던 두 가지 일 중 하나.



2부 완결까지의 소감을 말해 달라.

이훈 2부가 완결된 후 화책 미디어에 영상화 판권이 팔렸다. 그게 제일 기쁘다.

노혜옥 '아, 3부 남았다….'하는 생각이 든다. 끝났을 땐 끝난 게 너무 기뻤고. 댓글 반응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라 고민하다가 2부가 완결되니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돼 기뻤다.

화책 미디어에 팔린 영상화 판권은 어떻게 될 예정인가?

이훈 중국에서 제일 큰 미디어 회사다. 드라마화를 얘기했었고, 생각보다 꽤 높은 값을 불렀다. 이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언제 가능해질지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작업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훈 작업 파트너로서 혜옥 작가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에, 혜옥 작가가 '너랑은 못 해먹겠다'고 얘기할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그 때 가장 힘들었다.

노혜옥 역시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그리는 것이 제일 힘들다.

그럼 작업하며 가장 좋았던 순간은?

이훈 딱 두 가지다. 의도한 대로, 전달하고 싶은 걸 전달받고 기뻐하는 독자들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비싸게 팔렸을 때!

노혜옥 캐셔로가 공모전 당선된 작품이었다. 공모전에 당선됐을 때다.

이훈 화책보다 그 때가 더?

노혜옥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대하는 순간의 기쁨이 크니까.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이훈 콘티를 그린 뒤 이걸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다. 1부 때는 확신이 있었다. 1화를 처음 완성했을 때는 프린트를 해서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다녔다. 그런데 좋은 평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네, 난 재밌는데.' 하고 생각했다. 확신이 있었으니까. 분명히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고민이 더 커진다.

앞으로 작업하며 반드시 지키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훈 일단 실험해 보고 싶은 건 이제 할 대로 다 해 봤다. 전적으로 이 친구 덕이다.

노혜옥 어떻게 보면 1부와 2부의 작업 과정은 만화 작법을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4컷 만화인 만큼 애니메이션 스샷 같은 컷을 덜 구현하고, 더 4컷만화 형식에 가까운 표현법을 시도하고 싶다.

아직 이른 질문 같지만, 앞으로도 함께 작업할 계획인지, 차기작으로 생각해 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훈 이미 정해져 있다. 끝나면 각자 작품을 할 것이다. 나중에 다시 내가 작화가님께 매달려 볼 일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 때 일이고. 기본 방침은 서로 각자.

특별한 구상이 있는지?

노혜옥 극화 웹툰을 준비 중이다.

이훈 나도 원래는 그림을 그리니까, 개인 작품을 할 수도 있고 스토리 작가를 할 수도 있다. 웹툰을 계속하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차기작 구상은 작가들이 다 그렇듯 이런저런 아이템을 갖고 있는 정도다.




 




<캐셔로>의 주인공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은 대부분 <캐셔로>에서 주어진 상황을 맞으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훈 작가의 '상식적' 생각은 의외였다. 그 모든 공간을 그렇게 완벽히 그려내는 노혜옥 작가의 '장인 정신'도 마찬가지로 놀라웠다.

<캐셔로>의 평범한 영웅들의 모습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묵묵히 성실함과 선함을 믿고 지키는 두 작가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평범한 영웅들의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보여 온 <캐셔로>의 마지막 막이 오르기를 기다린다.



 

YOUR MANAⒸ로카




 

<캐셔로>(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