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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마나 초대만화 작가- OOO(세원), 류경호, 정재윤, 최봉수

인터뷰
<ㅇㅇㅇ만화>ㅇㅇㅇ(세원), <구간반복> 류경호, <재윤의삶> 정재윤, <꿈일기> 최봉수 작가
"제한 없이 원하는 것을 추구한다."

선우훈
사진 최민호

 

 

유어마나가 주목한 OOO(세원), 류경호, 정재윤, 최봉수 작가를 함께 만났다. 

유어마나는 '초대만화'를 통해 웹툰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형식의 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초대만화' 코너의 네 작가가 소규모 문화공간 '유어마나 가게' 오픈과 함께, 유어마나 첫 전시(2016. 11. 11. - 12. 10.)를 열고 있다. 


네 작가는 일민 미술관에서 열리는 독립출판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8'(2016. 11. 25 - 11. 27)에도 함께 참가 중이다.

 

                

 

 


 



선우훈 유어마나에 초대만화로 작품이 소개되었고, 홍대 유어마나 가게에서 합동 전시 중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OOO(세원)
OOO 만화를 그려 SNS에 올리고 있다.

류경호 <9gbb : 구간반복>을 그렸다. 시각 예술 종사자이다.

정재윤 시각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재윤의삶>이라는 단편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번에 첫 장편 <서울 구경>을 출간해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봉수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웹툰을 연재했고, 완결 이후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OOO 만화 OOO(세원) 작가



유어마나 '초대만화'에 게재된 OOO만화 <불신의 굴레>. "연어 아니잖아요"라는 대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선우훈 작가 이름이 읽기 불편하다. 뭐라고 읽어야 하나?

OOO(세원) 어떻게 읽어도 상관없고, 처음부터 그걸 정한 적이 없다. '3O(쓰리 오)'라고 부르기도 하고 '땡땡땡' 이라고 읽기도 하는데, 다 좋다. 그런데 물어보는 분들도 계셔서 요새는 'OOO(세원)'이라고 표기한다. 본명에서 따온 필명이다.


선우훈 작품 제목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OOO(세원)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지 않아서 단편마다 제목을 붙였다. 혹시 책으로 묶게 된다면 따로 생각해야겠다.


 

OOO(세원) 작가



선우훈 픽셀로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OOO(세원)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많이 그렸었다. 엉성하게 깨지는 느낌이 좋아서 그림판을 애용했는데, 그림을 많이 그리다 보니 어느 날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


선우훈 아이디어는 어떤 식으로 구상하는지.

OOO(세원) 감정 변화에 민감한 편인데, 그럴 때마다 메모를 많이 해둔다.

 


선우훈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OOO(세원) <불타는 옛사랑의 그림자>였는데, 너무 많이 봐서 <울고 웃는 만화>로 바뀌었다.

류경호 <불타는 옛사랑의 그림자>는 어떻게 그리게 된 것인가?

OOO(세원) 평소에 청승 떨다가. 상황극 같은 걸 상상해보는 걸 원래 좋아한다. 나보다 불쌍한 캐릭터를 만들기 좋아하는 것 같다.

 

유어마나에 초대만화로 게재된 <불타는 옛사랑의 그림자>(OOO(세원)) 포스터도 제작했다.



선우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요리의 요정>인데.

OOO(세원) 사실 요정 시리즈가 더 많이 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보니 조금 아껴두려고 한다.

류경호 등장하는 캐릭터는 곰인가? 이 캐릭터의 이름도 있는지.

OOO(세원) 완전히 사람을 그리기는 싫어서 동물중에서도 익명성을 강조하려고 만화적특징만을 따오다보니 곰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편의상 '곰사람'으로 부르고 있다. 이름은 OO이다. O 두 개.


선우훈 까마귀 같은 새 캐릭터는?

OOO(세원) 특별한 설정이 있진 않다.

류경호 이형의 뭔가가 필요할 때 나오는 캐릭터 같다.

최봉수 대체로 의사소통 안 될 때.

OOO(세원) 실타래를 그릴 때만 해도 기본 캐릭터가 부리 같은 것을 달고 있었다.

류경호 불쌍하지 않을 때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이 된 것 같다.

 


선우훈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는 어떤 작품으로 참여하나?

OOO(세원) <여행기>라는 단편으로 나간다.


 

선우훈 <여행기>는 어떤 작품인가?

OOO(세원)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뭔가를 채우러 간다는 느낌인데, 여행을 통해서 뭔가를 계속 잃어가는 내용이다. 거창하지는 않고 사소한 것들을.




<구간반복> 류경호 작가
 

9칸이 반복되는 동안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간반복>은 모든 작품 제목은 숫자로 이뤄져 있다. 31번째 작품의 소재는 볼링공이다.

 


선우훈 만화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류경호 원래 만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화의 언어로 뭔가를 하면 기존에 없는 게 나올 것 같아 일단 시작했다.

몇 편을 그려보니 마음에 들어서 더 그릴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



선우훈 출간을 생각하고 작업했다고 들었다.

류경호 웹툰 플랫폼에 맞는 작업은 아니니, SNS에 올리고 책으로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류경호 작가


선우훈 스스로 만든 제한이 매우 많은 만화다. 대사가 없는 것도 그렇고, 표정도 항상 같고. 9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

류경호 서사 장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단편으로 접근하려고 여러 만화를 살펴보니 9칸으로 된 한 페이지 만화가 없는 것 같아서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구간 반복’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면서 더 즐겁게 작업에 임하게 되었고. 99화로 끝내면 책 한 권에 담기도 좋을 것 같았다.

매화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혼자만의 게임이라 생각하고 퍼즐 풀듯이 접근했다. ‘99화까지 색 배합이 서로 절대 겹치지 않는다.’, ’이전 화에 나온 색을 쓰지 않는다.’, ‘얼굴이 무조건 한 번은 나온다.’ 같은 규칙을 정했다.



 

어떤 작품은 알아보기 쉽고, 어떤 작품은 복잡한 의미가 있는 것만 같다.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것도 <구간반복>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43번째 작품은 유명 일본만화 <도라에몽>을 소재로 삼았다.



책도 마찬가지로 각 페이지별로 만화가 순서대로 있는 게 아니라 1편 다음 34, 5, 82,49,6,70처럼 각 숫자가 겹치지 않도록 배치했다. 물론 색도 비슷하지 않게.

이런 건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들이지만 해결해 나갈수록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 만화는 아니지만, 이전에 했던 작업도 이런 식이었고.


선우훈 서사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작업 방식 자체가 서사로 느껴진다. 게임 플레이 같기도 하고. 또 각 만화도 추상적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것 같다.
 


류경호 엄밀히 말해 ‘서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칸 자체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니까.

짧은 서사가 있지만, 이미지에 주목하면서, 1컷 혹은 9컷 전부를 이미지로 인식할지 짧은 이야기로 해석할지 여러 선택지를 주고 싶었다.

이벤트를 열어 <구간반복>에 대한 여러 해석을 모아 <구구절절>이라는 책으로 내고 싶기도 하다.

 


선우훈 이름 짓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류경호 소질이라기보다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재밌기도 하고. 말장난을 좋아하는데, 말장난이 유효할 수 있는 것이 이름이니까 핵심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재윤의삶> 정재윤 작가

선우훈 만화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재윤 친구들과 SNS를 하면서 재밌었던 일화를 만화로 그려서 공유하곤 했다. 그래서 랜덤 채팅으로 이야기를 수집해 그리는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소재들이 너무 우울해서 그만뒀었다.

그 후 시각 디자인과를 졸업할 때쯤, 시각적인 접근 외에 텍스트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글을 써보니 뭔가 장면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 전에 만화를 그렸던 일을 떠올리고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를 풀었다.

조금씩 작업해 나갔는데, '가슴 만화'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시작했다.


 
정재윤 작가

류경호 매우 적절한 시기에 나와서 반응이 더 좋았다.

최봉수 조금만 늦었어도 호응이 덜했을 것이다. 너무 일찍 나왔으면 호응이 없었을 것이고.

정재윤 SNS상의 화제들을 보고 나서 그렸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여성의 신체적 자유를 말하는 <우연하게도>. 한 페이지 안에 사회적 시각의 모순을 드러내 큰 호응을 받았다.



선우훈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은?

정재윤 만화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어서, 초기에는 <두경>의 김인엽 작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렬하는 방식은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도 느낀 바가 많다. 지금은 다른 느낌을 만들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한다.



선우훈 최근 페미니즘적 이야기를 하는 자전적 만화가 많은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나.

정재윤 <재윤의삶>이 어떤 이념을 소개하거나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차별화보다는 내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존재하는 위계가 폭력의 구실이 아님을, 짤막하고 가볍게 그려낸 <투쟁의 역사>.




선우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모두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정재윤 페이스북이 제일 반응이 좋은데, SNS별로 호응하는 양상이 달라서 행사나 출간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인스타그램은 팬덤이 강하고, 페이스북은 호응의 정도가 크고 이슈가 오래 지속된다. 트위터는 가장 비판적이고.



선우훈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 예정인지.

정재윤 최근에 텀블벅에 성공해서 출판한 <서울구경>이라는 작품으로 참가한다. 아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꿈일기>의 최봉수 작가 


선우훈 <꿈일기>는 어떻게 그리게 되었나.

최봉수 원래 꿈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았다. 꿈을 꾼 뒤 주변에 이야기하면 굉장히 재밌는 꿈을 꾼다는 반응을 들었었다.

<나사식>으로 유명한 쓰게 요시하루나 영화감독 루이스 브뉴엘의 작품을 좋아한다. 비현실적인 꿈의 논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적 취향 외에 웹툰 작업을 하면서 장편 서사물이 보여줘야 하는 서사의 정합성에 피로를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선우훈 연재했던 웹툰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와 <꿈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작업 같다.

최봉수 오히려 웹툰이 원래의 관심사와 다른 방향의 작업이었다. 오히려 데뷔 전에는 로버트 크럼의 영향을 받은 공격적인 인디 만화를 그렸다.




 
최봉수 작가


선우훈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한데 그 연장선에 있는 작업인가.

최봉수 <꿈일기> 제일 마지막에 실린 에피소드를 전혀 다른 풍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었다. 꿈의 단절성이나 비약을 표현하려고 했던 작업이다.

그런데 12프레임으로 한 장씩 그림을 그리다 보니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서 선이나 인과관계가 너무 정제되는 것 같았다.

이번 <꿈일기>에서는 비정형성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묘사 등이 구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흐릿한 덩어리 느낌으로 작업했다. 리소그래프(Risograph)를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건의 인과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꿈일기>는 실제 꿈의 논리를 쫓는 작품이다.

 


류경호 애니메이션을 계속할 생각인가.

최봉수 물론 하겠지만,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각의 매체가 갖는 매력이 있으니까.

이모티콘이나 이모티콘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은데 일단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 집중하기 위해 중단한 상태다.

 


선우훈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는 <꿈일기>만으로 참가하나.

최봉수 각종 그림이 담긴 엽서도 함께 들고 간다.



최봉수 작가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을 맞이해 기존 스타일과 다른 풍의 그림을 그려 엽서로도 제작했다.



 

유어마나의 초대만화

선우훈 웹에서 만화를 그리면서도 웹툰 플랫폼을 지향하지 않는 점이 신기하다.

류경호 준비된 관객이 없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내가 하려는 것을 봐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OOO(세원) 나도 정확히 같은 생각이다.

류경호 아까 말했다시피 책을 목표로 한 것도 있었고.

정재윤 초반에 6, 7편 정도를 그려서 네이버 웹툰 공모전에 응모한 적이 있는데, 떨어졌었다. 발표가 나기 전에 만약 웹툰으로 연재한다면 어떨까 싶어 세로로 한 컷씩 배치해보기도 했는데, 스크롤이 위로 흘러가면 휘발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나니 오히려 한 페이지로 계속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시각적인 요소가 담기니까.

류경호 말하자면 유어마나에 <구간반복>을 초대만화로 싣기로 한 것은, 유어마나의 독자들이 조금은 시간을 들여서 작품을 봐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존의 플랫폼들이 정해진 형식이 있고 그에 맞춰주길 요구하는데, 나는 그렇게 작업하길 원치 않았으니까.

최봉수 <꿈일기> 역시 마찬가지다. 웹툰 플랫폼이 원하는 이야기, 아트웍의 방향이 있는 것이니까. 특정한 제한 없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다 보니 플랫폼과는 멀어졌다.

OOO(세원) 플랫폼을 생각했으면 지금과 많이 다른 방식으로 만화를 그렸을 것이다.

정재윤 독자들은 내 만화도 웹툰이라 부른다. 어쨌든 ‘웹’에 올라오는 작품이다 보니.


 

웹 상에서 한 페이지로 인식되도록 구상된 만화들을 유어마나 가게에서 물리적으로 구현되어 전시중이다.



선우훈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작품들인가.

정재윤 원래는 <재윤의삶>을 묶어서 참가할 생각이었는데 출판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쓰던 글을 만화로 그려 <서울구경>으로 만들어서 선보이게 됐다.

최봉수 <꿈일기>의 경우엔 추가한 마지막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모두 예전부터 그렸던 에피소드이다. 예전엔 리소그래프를 몰라서 흑백으로 그렸었다. 후반에 인쇄를 염두에 두면서 언리미티드 에디션 8도 의식하게 되었고.

OOO(세원) 나는 원래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하려고 보니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여행기>라는 단편을 따로 구상했다.

류경호 처음부터 책이 최종 형태였던 만큼 좋은 동기가 부여됐다.

 


선우훈 책으로 내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류경호 앞서 말했듯 책이라는 형태는 <구간반복>의 지향점이기도 했다. 때문에 만약 언리미티드 에디션 8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출판했을 것이다.

최봉수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많은 공정을 거쳐 어렵게 책을 만들었다. 인쇄 방식은 작년 언리미티드 에디션7에서 진행한 ‘포스터 온리’ 영향을 받았다.

리소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꿈일기를 리소그래프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다.

리소그래프를 모르다보니 무리한 계획을 많이 잡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행사장에 리소그래프 사장님이 와서 보더니 리소그래프로 양장본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뭘 잘 몰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고생했고, 리소로 왜 볼륨감이 큰 만화책을 안 내는지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너무 높게 잡힌다.

두 번 다시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오니 정말 좋았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손에 쥘 수 있는 물성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런 부분에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정재윤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웹에 한 페이지씩 올리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는데, 책이라는 것은 굉장히 폐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책을 보기 위해서는 구매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웹과 굉장히 다르다는 걸 새삼 체감했다.

다 팔리면 끝이고, 구매한 사람만 계속 볼 수 있고.

OOO(세원) 물리적인 결과물이 보고 싶었던 것도 있는데, 전업으로 작가 활동을 하지 않아서 수입원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듯하다.

최봉수 나는 만화와 조금 다른 스타일의 엽서도 많이 준비했다.


 

네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만화들을 엽서 크기로 자유롭게 배치했다. 책과 굿즈는 구매할 수 있다.


 

선우훈 작업의 최종 목표 같은 것이 있나.

OOO(세원) 4컷 만화로 책을 내는 것이다. 또 만화 작업도 즐겁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으서도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정재윤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을 잘 마치고, <재윤의삶>을 출간하는 것이다. 내 작품을 영문으로 보고 싶기도 하다. 내 작업은 말맛이 중요하고, 알게 모르게 문화권의 영향이 있을 텐데 그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어서.

좀 더 길게 보면 내 만화가 ‘사이다’처럼 일침을 위해 소비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목표다.

류경호 작업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의 돈으로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고.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작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없는 만큼 해외에 소개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9에 대한 집착을 끝낼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작업이었는지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최봉수 류경호 작가와 반대로 얘기하고 싶다. 내 돈으로 항상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협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언리미티드 에디션8의 참가자 모임처럼 되어 서로 힘이 되기도 했다고.

 

선우훈 유어마나 초대만화로 소개되고 전시를 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점과 아쉬운 점은.

류경호 많은 전시를 보고, 하고, 일하기도 했는데 평면 이미지로 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내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유어마나 가게라는 공간과 이 공간의 취지는 전에 볼 수 없었다. 이 네 명의 작가가 모인 것도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고. 그래도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만화를 전시한다고 했을 때 선뜻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고, 제한적이라 뻔한 면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작가와 작업의 성격에 맞게 적합한 방향을 찾아 전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재윤 이런 조합으로, 첫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만화 쪽 작업이 처음이었는데 이 전시를 계기로 작가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자잘한 시행착오 역시 앞으로의 전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류경호 언리미티드 에디션 8 참가를 준비하는 팀처럼 느껴져서 재밌었다.

최봉수 인쇄나 제책에 대해서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작업 방식을 서로 볼 기회도 흔치 않아서 좋은 경험이 됐다.

전시에 대해서도 항상 만화 전시는 상투적이었던 것 같은데, 굉장한 혁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합하고 신선한 결과물을 낼 수 있어 좋았고.

OOO(세원) 다양한 특성의 작업을 함께 모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특색있는 전시가 이뤄지면 좋겠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8이 시작되었다. 추운 날씨지만 독립 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금세 길어졌다.

행사의 열기 속에서, 1층을 미처 둘러보기 전에 외투를 벗어야만 했다. 지갑은 생각보다 빨리 가벼워졌고 가방은 무거워졌다. 그래도 여러 부스를 전전하며 새로운 책을 만나기 바빴다.

유어마나 '초대만화' 작가들의 부스를 소개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친다.


 

1층 입구에 위치한 류경호 작가. 거스름돈 100원이 눈에 띈다. 책의 가격도 물론 9900원이다. 


2층의 OOO(세원) 작가. <여행기>는 11월 25일 하루, 임시 품절되었다.


장편 <서울구경>을 선보이는 정재윤 작가. 심플한 캐릭터 수건이 귀엽다.


<꿈일기>의 최봉수 작가. 고양이 엽서의 인기가 대단해서 매진되었다고 한다. 


 

YOUR MANAⒸ선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