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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작가

인터뷰

<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작가
단색으로 그린, 현대 도시의 신화

 

DCDC

 

<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작가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장소는 작가의 집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며 지나는 골목은 <혼자를 기르는 법>의 시다와 해수가 걷던 그 길과 몹시도 닮아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주인공 이시다와 작가 김정연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둘은 어디까지 유사하고 어디부터 차이가 있을까? 서로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일까?
 
여러 가지 질문과 기대를 품고 김정연 작가의 집 문을 열자, 그곳에는 서울이라는 못생긴 도시에서도 누군가가 고상한 취향과 꾸준한 노력으로 레이아웃을 가꾸었음이 분명한 아름다운 수조 같은 방이 있었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흑백의 단순함, 디자인 감각, 6컷 만화의 호흡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거기에 차분한 말투와 관조적인 태도, 낭만적이지 않은 절묘한 비유, 삶의 현재성에 대한 성찰이 한 데 어우러진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을 축하한다. 데뷔작이면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시작하면서 잡은 목표는 어디까지였나?

김정연 최종적인 목표는 단행본에 가까웠다. 예전에 책을 만드는 일을 했었다.
 
다른 콘텐츠의 책을 디자인하는 업무를 하다보면 나도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기 마련인데,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던 때 잠깐 만화 조판 작업을 할 기회도 있었다. 당시 만화에는 표현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만화 작업을 처음으로 고려하게 된 계기였다.



만화와 무관한 일을 하다가 베스트 도전만화를 통해 데뷔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은 어떠하였나?

김정연 연재처를 찾는 과정이었다. 포털의 경우 직접적인 송고 루트가 열려 있지 않아서 지망생 게시판을 이용했고, 내 작품이 폭넓은 연령층을 품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독자의 반응이 분산될 것을 우려해 한 사이트에만 올렸다.



다음 만화속세상을 연재처로 결정한 이유는?

김정연 작품을 시즌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다. 좋은 조건이라 생각한다.
 
작품에 가장 개입을 하지 않기로 이야기된 곳이기도 하다. 이건 플랫폼의 성향은 아니고, 담당자 또는 작업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곧 시즌2 마지막 화가 올라올 예정이다. 시즌을 나눈 기준이나 이유가 있나?

김정연 작업에서도 개인적인 삶에서도 호흡 문제다. 휴재를 하는 기간 동안 쉬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다른 호흡, 다른 성격의 일을 하는 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장거리 선수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행본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분량이나 권수는 어떻게 예정되어있나?
 
김정연
내년 초에 관련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자세한 것을 말하면 지켜야 하니까 대답하지 않겠다.
 


연재 작업에서 출판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지점은 있나?
 
김정연
망점을 가져간다거나 1도로 채색하는 것들이 단행본 제작을 의식하고 설정한 부분이다.
 
 
단행본 편집에 있어 희망하는 지점은 있나?
 
김정연
출판사와 세부적인 조율이 된 상황은 아니다. 데이터로 연재를 하고 있지만 연재의 목표부터가 단행본의 출간이었고 책은 물성을 갖고 있으니 좋은 만화책인 동시에 좋은 물건이기도 했으면 싶다. 내 만화다운 콘셉트를 관통하는 책이면 좋겠다.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혼자를 기르는 법>은 이시다의 이야기인 동시에 서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해 특히 더 염두에 둔 것이 있는가?
 
김정연
일단 서울은 내 삶의 터전이고 깊게 경험한 도시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어떤 환경을 경험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부동산을 통해 여러 집을 둘러보던 때였다.
 
당시에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조건의 좋은 집도 가봤었다. 일하고 관련해 사무실도 알아봤었고.
 
서울의 부동산은 곧 서울의 조건들이다. 서울에 자리 잡기 위한 과정에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가격표들과 그에 따르는 결과 및 공정을 보는 것이다. 부동산을 가면 내가 안착할 수 있는 기준과 견적이 나온다.


 

 
 
 

혼자를 결심하는 것은 공간을 획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자주 나온다. 이시다는 인터넷으로 여러 공간을 찾아보기도 한다.
 
김정연
나 스스로부터가 공간에 대한 욕심이 있다. 내가 사는 환경으로써 구현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이것들은 부동산에 요구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미운 보편이 있다.

 
작품 안에서 이시다가 자취집의 꽃무늬 벽지를 보고 식물의 성기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자조하는 문장도 있었다.
 
김정연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다. 이 벽지에서는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벽지로 교체를 희망했을 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반응을 받은 적도 있다.

 
이시다의 직업도 인테리어 관련이다.
 
김정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동물을 사육하는 환경과 관계해서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을 다루는 작품이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넣는 이유는 사람의 사육환경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나의 사육장을 설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시다가 살고 있는 집도 디테일한 설정이 있을 것 같다.
 
김정연
스케치업으로 마련해 놓았다. 가장 보편적인 집을 만들고 싶었다.
 
원룸을 돌아다니다보면 특정 가격대의 보편적인 기준이 머리에 잡히기 마련이다. 나는 발품을 많이 파는 타입이기도 했고. 그 기준에 있어 특별한 점이 없는 집으로 만들었다.


성공적이었다고 보는가?
 
김정연 예전 어떤 독자로부터 시다가 살고 있는 집의 구조가 아는 사람의 집과 무척 닮았는데 혹시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는 메일을 받아서 무척 만족한 기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 친구들이 살고 있는 집, 내가 부동산을 통해 돌아다녔을 때 보았던 집의 평균치를 구하고 싶었다.
 

부동산에서 얻은 경험이 큰 것 같다.
 
김정연
부동산을 통해 돌아다니는 것은 희망이 없어지는 과정이다. 이런 집에 살고 싶어라는 욕구가 현실에 부딪혀 점점 사라지는 과정이고 이것만이라도 지켜야지 싶게 되는 과정이다. 열심히 찾으면 더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열심히 살아서 더 좋은 집에 가야지라는 합리화로 바뀐다.

 




 

"나의 사육장을 설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문화, 그 안에 할당된 공간과 동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진Ⓒ박현웅)

 
 

 

주인공인 이시다에 대해

 
 

이시다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이 들어있나?
 
김정연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나를 노동자로만 보는 업무환경은 서울에서 보편적이다.
 
특수한 회사처럼 보이지 않게 설정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면 나는 일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베도 시절에 "오늘도 중장비보다 오래 일했습니다."라는 문장이 많은 이목을 끌었다.
 
김정연
직장생활 당시에도 내가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불만족을 다루는 태도의 이야기이다.

 
이시다가 춤추는 장면이 의외로 많다. 학생 때 체육시간에 춤을 추는 법을 배우다가 체벌을 받거나 클럽에서 춤을 특이하게 추거나.
 
김정연
학생 때의 춤은 외워야 하는 춤이다. 나는 행동을 외워야 한다는 것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춤은 생산성과 거리가 있는 흥의 행위이기도 한데 내가 왜 춤을 배워야 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를 평가하는 기준에 만족하지 못했다.

 
춤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다 분위기가 어둡다. 의자뺏기 놀이를 하며 다 같이 율동을 하는 장면이나 회식 장면에서 노래 부르며 춤추는 장면 모두 어두웠다.
 
김정연
맞다. 내가 추는 춤에 목표가 있다는 것이 슬펐다.
 
 
이시다의 연애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김정연
시다가 지나간 연애를 뒤돌아보는 장면은 많아도 연애하는 장면은 없다. 연애에 대해 판단할 때는 도중보다는 끝나고 난 뒤에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진행 중인 연애는 말하고픈 생각이 없다.


 

시다와 주변 인물, 동물에 대해

 


쥐윤발은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 이시다 다음으로 중요한 캐릭터 같다. 소개를 부탁한다.
 

김정연 실제로 내가 키웠던 햄스터다. 작중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내가 사육을 원해서 분양을 받았다. 윤발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서 동생 같은 존재가 되었다.
 
회사에 다녀와서 윤발이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는 입양 받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서적인 교감이 비교적 떨어지는 동물이고, 나는 햄스터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윤발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키우는 내내 들었다.
 
이 만화는 윤발이에 대한 의미가 크다.

 

 
 
 

이시다와 김정연은 다른 인물이지만, 키우는 햄스터의 이름은 같다.

 
 

 

어느 정도의 의미인가?
 
김정연
나는 윤발이를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쥐로 만들어 주고 싶다. 너무 빨리 있었다가 너무 빨리 사라진 존재라서 그렇다.
 
나한테 무척 중요한 존재다. 나한테만 나타나서 나한테만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서울로 특정한 이유는?
 
김정연
미키마우스는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쥐윤발은 서사가 없다.
 
김정연
서사를 주지 않는 이유는 내가 윤발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서 동물한테 말풍선을 붙이지 않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시다의 상상 속이나 설명하기 위한 말풍선만 넣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감히 쥐를 대변하지 말아야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햄스터를 기를 때 햄스터는 항상 불만족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동물만화란 느낌이 강하지 않다.
 
김정연
중요한 부분이다. 동물을 사육하는 방법은 가르쳐줘도 사육을 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애쓴다.
 
나는 윤발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영향을 엄청나게 받고 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그때로 돌아간다면 입양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시다와 해수의 차이가 독특하다. 시다는 공감툰, 에세이의 문법이지만 해수에게는 작가로서 만든 서사가 존재한다.
 
김정연
맞다. 시다는 캐릭터를 먼저 만든 다음 분명한 욕구를 설정해 알아서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둔 케이스고 해수는 인물보다 서사가 먼저 존재하는 케이스다.
 
해수의 서사는 인어공주 서사를 레퍼런스로 완전히 기댄 이야기다.

 

 
 
 

일상툰, 에세이툰의 형식 안에서 독립된 서사를 보여주는 인물인 해수.

 
 
 


그래서 덴마크 태생인 노아와 관계가 생기고 언어가 중요한 키워드인 것인가?
 
김정연
맞다. 서구사회에 대한 선망과 애정에 대한 욕구가 있으면서도 내가 내 언어와 기반을 포기하고 다른 세상에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서사다.

 
이별하는 결말 역시 영향을 받았겠다.
 
김정연
낚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미숙한 릴리즈로 인해 낚시바늘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의 물고기를 잡았단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그 물고기가 해수의 모델이었다. 그래서 피어싱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남기는 것에 대한 강박이 보인다. 술집에서 넘어져서 흔적을 남긴 에피소드도 있고, 이시다가 시다상이 된 에피소드도 있고, 내 인생은 필름을 넣지 않은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김정연
그 술집은 내가 자주 갔던 술집의 이야기다. 죽은 사람의 노래를 너무 크게 틀어서 산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런 영향력을 윤발이에게 구축해주고 싶었다. 물리적인 생을 뛰어넘는 소비가 있다.
 
윤발이가 나한테 잠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에 대한 충격이 있었다. 사실 이건 약속된 충격이었다. 누구나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적지만 그동안 스스로 어떻게 남아야 하는가는 개인으로서 중요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런 정서가 YOLO의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거 마음대로 해버리자는 투는 아니다. 남겨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김정연
그렇다. 어차피 끝이 있기 때문에 모든 걸 제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는 동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에는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원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통제의 의미도 크다.


많은 서사물에서 이런 주제를 다룰 때 가장 대표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핏줄이다. 하지만 <혼자를 기르는 법>은 그런 답안을 경계하거나 혹은 포기를 한 느낌이다.
 
김정연
그렇다. 후손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장면이 많다.

 
쥐윤발도 친구가 아이를 기르느라 기르기를 포기한 햄스터를 입양했다는 설정이다. 버블티를 마시며 구강포란을 떠올리는 에피소드도 그렇고.
 
김정연
누구든 죽는다는 팩트는 있다. 남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출산으로 혈통을 잇는 자식을 낳는 행위일 것이다. 유전적인 남김, 작업적인 남김은 중요한 테마다.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도 구체적으로 예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데이빗 보위나 티 렉스의 마크 볼란이나.
 
윤발이를 서울에서 제일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이 작품이 소비되는 동안은 윤발이가 살아있는 것이다.
 
이는 유전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작품을 그리는 동안은 시다의 윤발이는 살아있다. 여전히 살아있는 윤발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이것밖에 기회가 없다.


 

 

작품 밖에 대해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김정연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에 있어서 기본적인 훈련이 축적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즐기는 편도 아니다.
 
핸드 드로잉을 애초부터 전혀 못한다. 컴퓨터에 의존해 벡터로 다 작업을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베지어 곡선을 그려놓고 다듬어나가는 방식이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서사에는 필요한 것만 그리면 되는 작화력이면 충분하다. 목표의 설정 자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는 말하고 싶은 것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차기작을 하더라도 디렉터의 역할을 키우고 싶은 것이지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오히려 그림을 되도록이면 안 그리는 프로세스를 짜고 싶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모든 그림은 벡터로 그려졌다고 한다.

 

 
 

동식물을 비롯해 자잘한 상식에 대한 지식량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리 많이 아는가.
 
김정연
스트레스를 받으면 하는 행동들 중에 하나가 동물 사육법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기후적으로/환경적으로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동물들이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사한다.
 
어떤 업체에서 무슨 동물을 새로 수입했다거나 어떤 동물을 기르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소식 등도 마찬가지다.
 
제목인 혼자를 기르는 법도 내게는 익숙한 문장이다. 무엇무엇을 기르는 법으로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혼자를 기르는 법>의 이시다는 게임을 하는데 본인은 어떠한가?
 
김정연
심즈를 좋아한다. 하지만 집만 만들고 플레이 하지 않는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집을 만들면 끝이다.
 

공간감이 뛰어나다. 여타 생활툰과 다르게 앵글을 다각도에서 잡는다. 하이에서 로우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떠오른다.
 
김정연
스케치업을 사용하는 덕분이다. 구도점을 잡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보니까 스케치업을 쓰고 그러다보니 구도를 활용하는 능력도 생겼다.

 

 

 

일상적 내용을 다루는 만화에서 흔치 않은 구도의 활용이 공간감을 만든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문화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공간적인 만화다. 

 
 
 


그림체 덕분이기도 하겠다.
 
김정연 버릇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애초부터 훈련이 되지 않았다. 손에 익은 방법이 없다. 일일이 무언가를 그릴만한 능력도 없다. 그림을 못 그려서 가능해진 일이다.

 
남다른 문장력이 놀랍다.
 
김정연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림으로 할 수 없는 것은 말로 하고 있다. 내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르기 때문에 결과물이 나온다.
 

문장에 선명한 힘이 있다. 비평이 어려울 정도다. 어디에서 기인했다고 느끼는가?
 
김정연
영화를 많이 보기는 한다. 구상을 할 때도 영상으로 떠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라서 가능한 텍스트와 그림 사이의 선택을 활용하게 된다.

 
시지푸스 버거나 하데스 실내 낚시 등 스쳐지나가는 간판의 작명 센스도 좋다.

김정연
아무 단어나 쓰고 싶지는 않았다. 즉흥적이기는 싫고 내가 다 선택하고 싶다.

 

 
 
 
 

김정연 작가가 '쉴 때는 이웃집에 놀러 가서 그 집 개랑 논다'면서 제공한 사진. 초점이 나간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작가답다. (사진 Ⓒ박현웅)

 
 
 
 

신화적이다. 유어마나에서 도시의 신화라는 비평도 있었다.
 
김정연
나에게는 죽어서도 소비되는 사람이 신이다. 그리고 내가 윤발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햄스터로 만들고자 한다.
 
 
차기작이나 기타 혼기법 외 다른 작업에 대해서 묻고 싶다.
 
김정연
단행본이 하나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시나리오 몇 개를 구상하고 있다. 웹툰이 아닐 수도 있다. 차기작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혼자를 기르는 법>이 끝나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정할 문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은 <혼자를 기르는 법>이 이룬 성취를 납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데뷔 1년이나 될까 말까한 신인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깊이와 감성은 작가 안의 단단한 밑받침이 있기에 가능했었던 것이고 이 인터뷰는 내게 있어서 그 밑받침을 이해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서울을 무대로 한 신화다. 이 신화 속의 신들은 죽어서도 소비되는 자들이며 서울은 죽은 자들의 노래 속에 산 자들의 대화는 들리지 않게 된 도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의 곁을 떠난 누군가를 신들이 자리한 위치에, 인터넷이라는 하늘 위 별자리로 새겨 넣으려 고행을 감수하는 인물이다.
 
이 현대신화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천천히 말라죽어가는 인간들에게 있어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타고난 무산자들을 위한 진혼가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