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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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뽀삐>의 마영신 작가

인터뷰

<19년 뽀삐>의 마영신 작가
모두에게 상처를 안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순 없다


 

 이연숙(리타)
사진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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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신 작가는 최근 <19년 뽀삐>를 완결했다. 그간 출간한 작품으로는 <엄마들>, <빨간약>(공저), <삐꾸 래봉>, <섬과 섬을 잇다>(공저), <남동공단>, <길상>, <욕계>, <빅맨>, <뭐 없나?>.

  
 

마영신 작가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다. 그간 정말 많은 작품을 그려왔다. 올해 <벨트 위 벨트 아래>를 출간했고, 얼마 전 웹툰 <19년 뽀삐>를 완결했다. 마영신 작가가 다루는 소재는 엄마의 연애사부터 자신의 공장 노동기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재미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고민을 한 지점이 있었다. 독자들이 '뽀삐' 밖에 모르면 어떡할까? 알 만한 사람은 마영신 작가를 다 알지만, 웹툰 작가로서의 마영신 작가 인지도(?)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는 웹툰 <19년 뽀삐>를 중심으로 마영신 작가를 소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마영신 작가의 오랜 팬이어서 머릿속에서 쏟아지는 여러 질문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인터뷰는 마영신 작가의 브뤼셀 한국문화원 전시(3rd Belgian Korean Comics Exhibition -The Song of our Families 2016. 9. 1-10.22)(링크) 오픈 이후에 이루어졌다. 작가의 전시 작품은 <엄마들>의 원화이다.
 

 
                
 
 
 

<19년 뽀삐>에서의 한 장면. 뽀삐 시점에서 진행되는 대화가 귀엽다.

 
 
 

 

최근 해외에서 전시할 기회가 있었는데 잘 다녀왔는지.

마영신
벨기에 간 김에 프랑스인 친구 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친구의 세 살짜리 딸과 친해질 때 쯤 와서 아쉽다. 엄마가 대만 여성이라, 아이의 눈동자가 새까맸는데 예뻤다.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덜 다듬어진 만화가들이 데뷔하고 돈을 벌기 좋은 환경이 어디 있을까? 새삼 느끼고 왔다. 현재 한국은 상업만화를 만들기 정말 좋은 나라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마영신
웹툰 시장이 이 정도로 활성화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유럽만 해도 웹툰이 거의 없다. 걔들은 인쇄 매체로만 작품 활동을 하는데, 그렇다고 많이 팔리는 게 아니라서 대부분 가난하게 산다.
 

벨기에에서 웹툰을 수입하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을 텐데.
 

마영신 벨기에에서 웹툰을 들여오고 싶어 하는 분이 있었다. 실제 사이트도 만들었다. 한국 웹툰을 중심으로. 근데 잘 안 될 거 같다. 그 나라 사람들은 폰도 안보고 느긋하고 한적하게 걷더라. 웹툰을 볼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걷기만 해도 너무 좋은데 굳이 웹툰을 왜 보나? 즐길 문화도 다양하고. 자라날 다음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유럽 만화에 별 관심이 없어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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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마영신 작가의 엄마의 연애사를 그린 만화다. 실화에서 소재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엄마 주변의 인물들이 불편해 한다.

 

 
 

어떻게 만화를 그리게 되었나?

마영신
이런 질문은 패스하자고 하려다 재미 삼아 얘기해야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교에서 제일 만화를 잘 그렸다. 만화 잘 그리기로 치면 2등이랑 3등인 내 왼팔 오른팔이, 다른 반에 가서 연습장 보여주면 다 바르고 오던 시절이었다.

이후 중 고등학교 땐 전혀 만화는 안 그렸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심심해서 미술 학원 애들 대상으로 일상툰 같은 걸 그렸다. 이게 복사되고 여자애들이 몰래 돌려보고 그랬다. 이후 거부할 수 없는 팔자처럼 만화를 그리게 됐다.



그때 그렸다던 일상툰은 무슨 내용이었나?

마영신 당시 다니던 미술학원에 여자가 7명, 남자가 7명이었다. 서로 하나도 안 친해서 대화도 안 하는 그런 사이였다. 그런데 캐릭터가 다 웃겨서, 누가 누굴 좋아하고 어쩌고 이런 거로 만화를 그렸다. 어떤 누나는 석고 데생 시험 중에 내 만화 내용이 생각나서 웃음 터지고. 완성 심사할 때 그림이 구리면 선생님이 놀렸다. "너 만화나 그려라~" 이런 식으로.

 

예전 인터뷰 보니까, 만화가 돈이 안 되어서 안 하려고 했다던데.

마영신 맞다. 가난한 이미지가 강했다. 발표 매체가 잡지밖에 없는데, 잡지는 점점 폐간되고 작가는 굶는다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하고 싶겠나.


결국,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게 돈이 된다고 판단했나?

마영신
아니다. 그저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거다. 예전에 종사하던 영화미술 일도 그렇고 공장 일도 그렇고, 일하면서 생기는 갑갑한 부분들을 만화로 풀어내는 게 재미가 있었다. 일 갔다 와서 매일 하나씩 그렸다. 친구들 보라고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내가 드러내고 싶을 때,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드러내는 것일 뿐"



대부분의 작가는 자기 수치스러운 부분을 잘 안 드러내는데, 왜 이렇게까지 당당한가?

마영신 일단 한 번 드러내면 별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진짜 수치스러운 건 절대 안 드러낸다. 미쳤다고 드러내나?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합리화부터 하는 거 같다. 언제나 자기가 제일 좋은 사람이다. 난 안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내 만화도 마찬가지다. ‘찌질 하긴 해도 결국엔 그게 멋있는 거’란 식으로.

결국, 내가 드러내고 싶을 때,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수치스러운 부분을 드러낸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여태까지 그런 작가가 별로 없었던 것뿐이지.



단지 찌질함을 포장하기 위해 자기를 드러내는 건 아니지 않나?

마영신
물론 아니다. 내가 내 부끄러움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건, 일종의 자가심리치료 같은 거다. 내 만화 중에 <길상>이라고 있다. 이 만화도 나한테 힘을 주려고 만든 거다.
 

<길상>은 나도 보면서 굉장히 위로 받았다.

마영신
 나한테 위로가 될 정도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공감이 되겠지.
 


"산동네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는 경계해야 한다"


 

언제부터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마영신
사회에 속한 인간으로서 내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내 문제 아닌가? 미세먼지만 해도 그렇다. 공기가 왜 이러지? 원인이 뭐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녹색당이라도 가입하자. 이렇게 생각한 거다.



보통은 ‘공기가 왜 이러지? 짜증 난다.’ 하고 끝나게 되지 않나?

마영신
나도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거다. 그런 활동을 해야 사회가 전체적으로 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다 나한테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이런 믿음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 당장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뭔가가 조금이라도 변하려면 나부터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서 일상적인 소재 안에 사회적인 이슈를 녹아내려고 하는 건가?

마영신
일단 노동 이야기만 하면 사람들이 재미없어한다. 그리고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노동은 사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내가 그리는 게 사회적인 만화인지 잘 모르겠다.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닌데 한국에서만 유독 특별하게 취급되는 것 같다.
 

특별한 것 맞다. 이렇게 소수자에 대한 미화가 없는 작가는 처음 봤다.

마영신
산동네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는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 소재로 이용할 땐 조심해야 한다. 작가로서 내가 이걸 이용한다는 걸 알고 하는지 모르고 하는지, 여기서 갈린다. 실제로 살아보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작품들은 물론 인기가 많다. 작가가 똑똑하게 접근하든, 소위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서든, 독자들은 그런 거에 반응한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44536;&#47548;&#51077;&#45768;&#45796;.&#50896;&#48376; &#44536;&#47548;&#51032; &#51060;&#47492;: &#49296;&#47785;&#50837;.png&#50896;&#48376; &#44536;&#47548;&#51032; &#53356;&#44592;: &#44032;&#47196; 928pixel, &#49464;&#47196; 569pixel<19년 뽀삐>는 강아지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사실적이면서도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그림.

 


 

<19년 뽀삐>가 얼마 전에 완결이 났다. 만족스러운 결말인지 궁금하다.

마영신
생각한 대로 나왔다. 반응도 예상범위였고. 책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그럼 만족할 거다.



독자들 반응을 댓글로 확인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땠나.

마영신
그림 지적하는 댓글 보면 짜증 난다. 날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잘 그린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못 그리는 것도 아니다. 근데 그동안 봐온 그림체와 다르다고 못 그린다고 한다.

다행히 누가 나 대신 항변을 해줄 때가 있다. "전 미술 전공한 사람인데 이 작가님은 못 그리는 게 아닙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럼 댓글보고 기분이 좋았던 적은?

마영신
댓글이 많으면 기분이 좋다. 많이 달리는 편은 아니라서다. 또 예상대로의 반응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댓글 보고 더 잔인하게 표현하려 했던 장면을 약하게 표현한 적도 있다. 독자들 마음이 약한 것 같아서. 다 떠날까 봐. 댓글에 영향받는 건 이 정도인 것 같다.

 

 
 

마영신 작가가 ‘잔인한 표현은 자제했다’고 말한 솥 장면. 유기견이 솥 안에 들어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19년 뽀삐>는 어쩌다 그리게 된 만화인가?

마영신
후기에 나올 예정이지만, 내 친구에게 21년을 키운 개가 있다. 걔 이름도 뽀삐다. 몇 년 전에 죽었다. 친구 생일에 재미 삼아 뽀삐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어 줬다. 근데 그걸 보더니 옆에 있던 여자분이 막 울고 그러는 거다. 깜짝 놀랐다.

‘대중이 이렇게 쉽구나!’ 생각했다. 다 자기가 기르던 개에 감정 이입하더라. 개 안 키워본 애들은 그냥 깔깔 웃고. 돌이켜보니 나도 개를 키웠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 추억을 살려서 작업을 시작했다.



독자들이 계속 ‘작가의 실화’같다고 했는데,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허구인가?

마영신
나는 노견을 키워본 적이 없다. 다만 죽음을 두 번 경험했다.

엄마 따라 횡단보도까지 따라갔다가 차에 치인 아롱이. 울면서 들어오는 엄마 말을 듣고 횡단보도에 갔더니 핏자국만 있어서 시체를 청소부 아저씨가 치웠나 보다 했다.

습관처럼 뒷산에 올랐는데 청소부 아저씨 둘이 두꺼운 나무 같은 걸 태우는 게 보였는데, 우리 아롱이인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눈물은 안 났다. 아... 이랬던 거 같다.

두 번째 죽음은 똥개 뽀삐였는데 병에 걸려서 죽었다. 그때 온 가족이 울었다.

병걸이 소이증은 어릴 적 내 친구 이야기다. 그 친구는 일본에서 살고 있을 텐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병걸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지 궁금하다.

마영신
병걸이 인생에서 가장 현실적인, 최고의 결말을 줬다고 생각한다. 병걸이 뒤의 인생은 나도 모른다. 내 앞날도 모르는데...



<19년 뽀삐>에서 가장 미워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이 누구인지.

마영신
딱히 없는데... 친구 배신한 주영이?



그런 밉상 캐릭터를 만드는 비결이 너무 궁금하다.

마영신 
캐릭터가 생각 안 나면 졸업앨범을 뒤진다. 이름이 생각 안 나면 휴대폰 주소록을 뒤지고. 그냥 내 이야기 속에서 흘러가게 두는 거다.

주영이가 배신하는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내 친구들 이야기에서 따온 거다. 기억이 잘 안 났었는데 한 8년 전의 내가 다큐같이 디테일하게 만화로 만들었던 게 있었다. 과거의 나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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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9년 뽀삐>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조금씩 다 밉상이다.

마영신
뽀삐도 마찬가지다. 되게 얍삽하다. 강아지들이 맨날 충성심이 있고 의연한 거처럼 묘사되는데, 그렇지 않다. 뽀삐한테 얍삽한 부분을 넣어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인간적인 면을 줘야 정이 갈 거 같아서.



그럼 특별히 정을 주는 캐릭터가 있나?

마영신
사실 다 좋다. 이번에 <19년 뽀삐> 단행본 뒤에 후기처럼 에피소드를 몇 개 더 넣을 거다. 참치 같은 애들의 현재 모습 이런 거. 이 인터뷰가 나올 시점에는 1권이 나왔을 거고, 10월 중순에 2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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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출간된 <벨트 위 벨트 아래>는 마영신 작가의 유년기를 다루는 척하지만 사실은 픽션이다.

 
 
 

 

<벨트 위 벨트 아래>는 제목 보고 또 노동 이야긴 줄 알았다.

마영신
안 그래도 제목 바꾸라는 말이 나왔다. ‘이태원의 음성’ 이런 걸로 바꿀까 고민했다. 음성적인 이야기고, 음성 메시지라는 소재가 나오니까.



트랜스젠더라는 소재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마영신
이태원 가까이에서 자랐으니까, 많이 봤다. 그땐 트랜스젠더 바에 가서 ‘형’이라 그랬다. ‘형, 사랑해봤어?’ 하고 물어보면, 자긴 한 번도 누구랑 사귀어 본 적 없다는 거다, 못생겨서. 또 무서워서 수술도 못 하겠다고 했다.

내가 <벨트 위 벨트 아래> 뒷부분에서 묘사한 못생긴 트랜스젠더와 예쁜 트랜스젠더 사이의 대화는 그런 경험에서 나온 거다.


트랜스젠더 박성희 님의 일기가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마영신 맞다. 그 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실 더한 곳까지 드러내고 싶었는데 인터뷰 자체를 거부하셨다. 그래서 일기의 어떤 부분을 대사로 써도 되냐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 내가 원하는 만큼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모르는 부분을 함부로 건들면 안 되니까.
 

<벨트 위 벨트 아래>의 한 장면. 등장인물들은 무지하기에 게이와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마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도서출판 수다 제공)





"만화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

 

민감한 소재인데, 트랜스젠더가 이걸 보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마영신
모두에게 상처 안 주는 사람이 될 순 없다. 사실 나는 더 강하게 하고 싶었다. 미디어에서 얻은 정보가 아닌, 개인적인 진짜 정보가 없어서 수박 겉핥기처럼 방향을 바꾼 거다.

작가의 말에도 적어놨지만, 이 만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만화’가 되기를 바란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인식이 만화를 통해서 허물어지길 바라는 게 내 소망이다. 게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등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는 소리다.



<벨트 위 벨트 아래>를 상당히 아끼는 것 같다.

마영신
<벨트 위 벨트 아래>는 한 번에 다 작업했고, 나중에야 연재할 곳이 정해졌다. 이 만화가 돈이 될까, 사회적 의식이 있는 만화 인가, 품위가 있는가. 따위를 고민하지 않고 순수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내 사춘기 시절의 정서가 녹아있기도 하고.

그런데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유명해지면 책이 나오겠구나 했는데, 어쨌든 나와서 다행이다.

 

실어줄 매체가 없는데 혼자 그리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나?

마영신
매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꼬꾸라진다. 못 버틴다. <남동공단>도 그렇게 작업했다. 얼마 안 걸린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일처럼, 공장처럼 하면 된다. 사실 젊으니까 가능했던 거지. 언젠간 책이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쏟아 내는 거다.

만화는 얼마든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 영화에 비하면 돈 하나도 안 든다. 얼마나 좋아. 실어줄 곳이 없어서 만화를 못 그린다는 건 다 핑계다. 지금은 뭐, 도전 만화부터 각종 SNS에 올릴 곳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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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구상 중인 작품들이 또 흥미롭던데.

마영신 <연결과 흐름>이란 50 페이지 정도의 만화가 있다. 몇 년 전에 초반 몇 페이지까지 만들었다가 <엄마들> 연재와 <19년 뽀삐> 연재를 하면서 묵혀뒀다. 일단 완성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편만화를 구상 중인 게 있다. 메갈리아 사이트를 예전부터 모니터링하면서 꽤나 많은 자료를 모아뒀다. 내가 한남동 출신인데, ‘한남충’? 이런 게 너무 웃긴 거다. 물론 반성 되는 지점도 있고.

전에 내가 일베 안에 들어가서 ‘일베충’인 척하고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을 만화로 그린 게 <일베는 우리동무_빨간약>라는 만화다. 메갈을 쭉 보다보니 이것도 생각나고.

아무튼, 좀 묵혀놨다가 숙성해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메갈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가들, 좋은 만화를 많이 알리고 싶다"


이런 주제를 계속 다루게 될 경우, ‘주류’가 될 확률은?

마영신
마인드를 아예 바꿔야겠지, 거기로 진입하려면. 그런데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지금의 비주류가 주류가 될 수도 있다.



소수자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리 잡기란 숙명적으로 어려운 일 아닐까?

마영신 소수자 이야기는 어쩌다보니 만들어왔는데... 거기까진 고민 안 한다. 일단 내가 재밌겠다, 싶으면 한다. 현재로써는 나란 사람의 세계관을 최대한 단단하게 해놓는 게 최선이다. 조회수랑 상관없이 매체가 믿고 자리를 줄 수 있게.


만화로 대박나고 싶다는 욕망은 없나?

마영신 당연히 있다. 내 만화가 성공하게 된다면 일단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못 봐줄 정도의 수준이거나 아니면 정말 괜찮거나.


작가로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마영신 매해의 만화 심사만 해도 그렇다. 대체 왜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 와서 심사를 하나? 그건 자기가 자기를 낮추는 거다.

한국 만화는 수준이 낮으니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좀 도와달라는 얘기다. 영화 대상 줄 때 심사위원으로 만화판에 있던 사람을 부르는 거 봤나? 우리가 전문성이 떨어지니 외부 사람 부르겠다는 거 아닌가? 스스로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내부에서 비판해야 하는데, 서로 아는 사이라고 못하는 것 같다. 감싸주기 바쁘고.

물론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가들, 좋은 만화를 많이 알리고 싶다.



웹툰으로 첫 완결을 했다. 고민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마영신
지금보다 고료가 1.8배는 올랐으면 좋겠다. 



정확히 왜 1.8배 인가? 2배도 아니고.

마영신 내 경력에 비하면 그 정도 받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내가 검증이 안 되었으니까, 3개월 후에 고료를 재협상하겠다는 거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조회 수가 많이 안 나와 보였다.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고료를 인상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 1위 하면 돈 많이 주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경력대로 주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내 경력이 그들이 보기엔 비주류 경력이니 뭐... 큰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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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삶에서 가장 고민되는 건 뭔가.

마영신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다음 생이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 왠지 불길하다.

 

그럼 그냥 다음 생이 없다고 치자. 그다음 고민거리는?

마영신 아무래도 작품이 계속 좋게 나와야 되는데, 그런 게 좀 걱정이다. 만화를 하나도 안 그리면서 선생 노릇하는 사람이 될까 봐.

그런 작가들을 볼 때마다 다짐한다. 나는 저렇게 안 되겠다고. 그러면서도 내가 그 나이 되었을 때 저러면 어쩌나 하고 두렵다. 하지만 계속 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내가 내뱉은 건 지키려고 하고.


삶에서 가장 낙이 되는 게 뭔지 궁금하다.

마영신
술과 섹스. 대낮의 커피. 가끔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떠들고.


마지막 질문이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었다면 말해 달라.

마영신 
<19년 뽀삐>를 연재하는 동안 사진이랑 사연이 많이 왔다. 대부분 뽀삐가 자기 강아지를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볼 땐 미안하지만 다 뽀삐랑 안 닮았다.
 


 
                
 

 
 

마영신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부천에서였다. 나는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마영신 작가는 너무나 지친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사인을 해서 줬다. 그 모습이 <남동공단>에 나오는 본인의 모습 같아, 인터뷰 요청을 하면 거절당하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막상 만나 물어보니 유독 그날 피곤했다고 한다. 직접 만나본 마영신 작가의 모습은 최근 한겨레21에서 연재 중인 <모두가 래퍼> 1화에 가까운 것 같다.

“잘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날 거야!”라는 대사는 이상하게 웃기고, 이상하게 비장하고, 그래서 멋있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마영신의 만화를 계속해서 보고 싶다.





 

YOUR MANAⒸ리타


<19년 뽀삐> (링크)
<모두가 래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