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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없다>의 이우인 작가

인터뷰

<로맨스는 없다>의 이우인 작가
게이 작가의 게이 로맨스, 그 '로맨스 없음'에 대하여

 

 

 

허이모
사진 최민호


 

<로맨스는 없다>의 주인공들은 서로 닮았다. 그들은 한국의 젊은 게이들이다. 그들은 섹스하고, 헤어지고, 또다시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선다. 이 작품은 제목, <로맨스는 없다>처럼 로맨스의 파탄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그런데, <로맨스는 없다>는 로맨틱한 판타지로 항상 가득 차 있다. "혹시...?" 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이상형과 열정적인 섹스를 하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게이 사이의 로맨스를 비웃는 것 같으면서도, 로맨스와 판타지를 수십 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이우인 작가를 홍대 앞 만화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만났다.

 


 

               

 
 
 


 

“2002년 서울문화사 <윙크> 공모전으로 데뷔했고, 본격적인 만화 활동은 3년 정도 되는 만화가입니다.” 이우인 작가의 한 줄 자기소개다.

 

 


아름답고 싶어서

 

첫 단편집 <아름답고 싶어서>는 선이 유려해서인지 순정만화처럼 보입니다.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는지요?


이우인 어렸을 때부터 순정만화라는 장르(굳이 장르를 나누자면)를 사랑해왔고, 챙겨봤습니다. 순정만화잡지에서 데뷔하고 싶어서 혼자 습작을 하곤 했지요.

순정만화에서는 아이 콘택트(eye contact)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눈을 통해 많이 전달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눈을 그리는 연구를 많이 했지요.

이강주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만화가 중에서는 카미조 아츠시의 그림체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시미즈 레이코나 안노 모요코와 같은 작가들의 영향도 받았죠.

저는 아직 이런 작가들처럼 못 그리지만, 그렇게 그리고 싶어요. 감각적이고,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역동적인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그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싶어서>(2011) 이우인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그림이나 스토리 모두 독학으로 익혔나요?

이우인 예. 문하생 생활을 거치지 않아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막막했습니다. 박무직 작가의 <무일푼 만화교실> 같은 작법서의 도움도 받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만화가가 먼저 내놓은 작업물들 덕분에 독학할 수 있었어요.

 


만화가 데뷔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이우인 대학을 성적에 맞춰 건축과에 들어갔는데 저랑 잘 맞지 않았어요. 1학년 2학기 때, 학교에 안 가고 방에서 만화를 처음 그렸습니다.

20 페이지짜리 단편을 그린 후, 누구에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윙크>의 신인 만화 공모전에 투고했어요. 그 작품이 당선되어서 데뷔했지요. 2002년도 일입니다.

 

이후 쭉 단편 작업을 해왔는데요.

이우인 편집부에서도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계속 단편으로 연습을 시켰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만화를 몇 년 쉬게 됐어요. 

공백기를 거친 후, 독립도 하고 돈도 벌어야 했는데 만화를 계속하고 싶었죠. 그때 작업했던 게 <아름답고 싶어서>에 실린 작품들입니다.

 

 

<아름답고 싶어서> 단편들의 주제 의식이 <로맨스는 없다>와도 공유가 됩니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모음집으로 보이는데요.

이우인 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항상 좋아해 왔고, 앞으로도 그리고 싶은 만화가 뭘까?"라는 질문을 찾아가는 작업이기도 했고요.

저 개인적으로 소수자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제 안에는 약자의 감성 혹은 억울함이나 비련의 정서가 내재해 있지요. 그런 정서를 너무 어둡지 않게,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아름답고 싶어서>에 실린 단편들은 마무리 짓는 방식에서 <로맨스는 없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인공들이 연애를 실패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이우인 그건... 어떻게 보면 뻔한 연출이고,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편한 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게을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귀찮다는 핑계를 반성하게 되어요.

좋은 작품들을 보면 "아, 저렇게 해야 하는데. 저걸 놓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는데 아직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연출이나 대사를 잘 마무리 짓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겠지요.

 

 
로맨스는 없다

 

이우인 작가는 첫 웹툰 <로맨스는 없다>(2014-)를 레진 코민스에서 연재하고 있다.





게이 성인물 <로맨스는 없다>를 그리며 커밍아웃했는데, 이 작품을 시작한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우인 만화 작업은 내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게 합니다. 그런데 계속 제 안의 ‘소녀성’만 가지고 작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만화를 잠시 쉬었을 때, 런던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어요.

클럽에서 놀고, 파티를 즐기는 오픈된 게이 문화를 런던에서 접하게 됐죠. 너무 즐겁고, 재밌고, 행복했어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서 이 것(정체성)을 숨기면 숨길수록 제 속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계속 쌓이더라고요.

커밍아웃이 저에게는 큰일이 아니었어요. '만화가'라는 직업이 한국 사회에서 (성 정체성에) 제약을 받는 직업이 아니기도 해서요.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내 행복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이런데."라고 생각합니다. 커밍아웃은 저에겐 1도 부담되지 않는 일입니다.

 


첫 웹툰인데, 레진코믹스에 연재한 이유가 있는지요?

이우인 게이 이야기를 풀려다 보니까 성인 만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지요. 제 만화가 다음이나 네이버, 순정만화 잡지에 가기에는 너무 하드코어 하다고 생각했어요. 레진 코믹스를 잘 몰랐지만, 성인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니 한번 보여나 주자고 했지요.

 

게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섹스 이야기를 빠뜨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 건가요?

이우인 그랬던 것 같아요. 게이 이야기를 할 거니까 게이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나 술자리에서의 섹스 이야기, 클럽을 그릴 수밖에 없어요. (억지로) 성인물의 요소를 빼놓고 이야기를 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로맨스는 없다>의 그림체에 외국 게이 작가들의 영향이 있었나요? 혹시, 특별히 참고했던 그림체가 있는지요?

이우인 게이물과 야오이, BL 등 어떤 그림도 최대한 안 보려고 했습니다. 참고한 것이 있다면 머릿속의 이미지나 느낌이지, 따라 그리거나 모방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남성성을 표현할 때 계속 부딪히는 게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미소년을 그리고 싶은데, 게이 성인물을 그리다 보니까 우락부락한 남자만 그리게 돼서요(웃음).

 

 

<로맨스는 없다>에서는 '평균 체형'을 그린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꽤 건장한데요.

이우인 지금 보면 <로맨스는 없다> 초반 그림은 순정만화체에 가깝게 보이지요. 사실 그때 저는 "너무 남자다운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너무 야리야리하다는 지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등장인물의 몸이 계속 굵어졌지요.
몸을 그릴 때는 식스팩이 뚜렷한 몸을 그리기보다는 지방이 다소 섞인 몸을 그리려고 합니다.

 
 

 

<로맨스는 없다> 초반(좌)과 중후반(우)의 그림체 변화. 등장인물들이 좀 더 두툼해졌다.

 

 
 

'평균 체형'이라기보다는 '평균적으로 좋아하는 체형'을 그리는 거군요.

이우인 예.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체형을 그려 온 것 같아요.

 


지인들의 코멘트를 많이 참고한 거네요.

이우인 주변의 반응과 트위터나 메일로 주는 독자들의 의견을 참고하지요.

 


메인스트림 웹툰 플랫폼에서 게이의 섹스를 그리고 있다는 부담감은 없나요?

부담을 느끼는 건, "만화가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뿐이죠. "그래서 이게 재밌나? 독자들이 무슨 느낌을 받느냐?"고 자신에게 되묻곤 합니다.

 


등장인물 체형에 대한 고민도 '그림체가 섹시하지 않은 성인물은 재밌기 어렵다.'는 점과 맥이 닿아 있겠군요.

이우인 그렇죠. 대사를 쓸 때도 게이 물이라는 데서 오는 압박보다는 ‘재밌는지’, ‘전달이 잘 되는지’를 더 중시합니다.

 


단편을 계속 그리려면 게이의 일상을 채집해야 할 텐데, 어떻게 소재를 얻나요?

이우인 일단 많은 상상을 합니다. 한국 사람이 품고 있고, 겪을 수 있는 판타지가 무엇일지를 고민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게이 포르노만 봐도 다양한 섹스 판타지가 구현돼 있는데, 그런 판타지들을 나열해두고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을 찾거나 한국식으로 수정하곤 합니다.




다루고 싶은 소재가 있는데 지나치게 민감하다든가, 자료 조사가 문제로 포기한 에피소드도 있었는지요?

이우인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은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역사. 어떤 연관이 있으면 사람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 같아요.

아니면 BDSM처럼 저의 능력을 뛰어넘는 예술적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죠. 더 그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민감한 소재는 없는 것 같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우인 작가는 <로맨스는 없다>가 단편 모음인 만큼 독자들이 각각의 제목을 보고 뽑기 하듯 뽑아보기를 원한다. 만족은 랜덤이다.




등장인물들이 섹스 썰 만화의 주인공들과 유사하게도 느껴집니다.

이우인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단편에서 주인공이 특정한 직업이나 성격을 가지게 되면, 장편과 달리 오히려 몰입이 어렵죠. 그래서 ‘<로맨스는 없다>에 나오는 어떤 사람’과 같은 무난한 익명성을 완결 때까지 유지하려고 합니다.

다만, 이런 방식을 독자들이 지루해할까 염려는 돼요. 저 역시 모든 에피소드가 다 재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요. 

<로맨스는 없다>는
독자들이 뽑기를 하듯이, 제목을 보고 에피소드를 골라 본 후, "아, 재밌네!" 아니면 "아, 꽝이네!" 하는 정도면 좋겠어요. 깊게 생각 안 하고 읽어도 되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한국 게이의 현실을 참고하더라도 섹스 판타지 성인물이라 작화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죠? 창작에도 어떤 원칙이 있나요?

이우인 게이들의 리얼리티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르포 만화라면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해야 했겠죠. 하지만 해프닝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면 생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콘돔을 사용하고 있지만, 콘돔을 끼는 장면을 모든 에피소드마다 그릴 필요는 없는 거죠. 여과 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독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제가 욕심을 내는 것이니까요.

차별한 창작 원칙을 언급하자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나 너무 사적인 부분은 피하자는 겁니다. 누군가 <로맨스는 없다>를 보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맨스는 없다>의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우인 만화를 단발적이고 순간적인 재미를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보고 재미없으면 그만뒀다가, 생각나면 다시 볼 수도 있는 만화를 기획했지요. 그런 게 좀 먹혔던 것 같아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시 소비될 수 있는 만화. <로맨스는 없다>가 조금이나마 반응을 얻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주변의 게이 지인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이우인 7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선 늘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작가 지인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는 .

 

 


<로맨스는 없다>의 ‘로맨스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는 데, 의도하는 건가요?

이우인 오래되고 진중한 사랑 역시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이걸 빼고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결말을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이런 느낌이 전달되길 바랐지요.

 


앞으로 <로맨스는 없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이우인 현재 92화까지 연재했는데, 100화에서 108화 사이에 끝낼 예정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화구나!" 싶은 에피소드는 이미 콘티가 나와 있습니다.

 


해피엔딩인가요?

이우인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조금 문란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 회에서 확인해주세요.

 


<로맨스는 없다> 이후 차기작을 살짝 귀띔해줄 수 있을까요?

이우인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고, 레진에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이번에도 게이 물입니다.

그림체가 확 바뀌진 않겠지만 <로맨스는 없다>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장편으로 갈 생각입니다. 이미 작업에 들어가서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업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차기작도 밝고 가볍게 가려고요.

그리고 그다음 작업은 컬러가 될 텐데, 컬러는 역시 힘들더군요. 아주 현란한 작업은 못 할 것 같고, 투 톤 컬러를 생각중인데... 작업량이 만만치 않겠죠.

만화 그리는 것 자체가 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좀 알아갑니다. 그동안 잡생각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작업 자체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다음 작품을 할 힘을 얻고 있지요.
 

 

플랫폼, 시스템, 작업 방식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연재했던, 이우인 작가 자신의 일상툰 <네쪽의 관점>.

 
 
 

<네쪽의 관점>에 나오는 작가 캐릭터가 <아름답고 싶어서>와 달라 보입니다. 좀 더 건장해졌는데, 이유가 있나요?

이우인 제가 살이 쪄서 현실을 반영했어요(웃음). 그래도 캐릭터니까 최대한 미화시키긴 했습니다.

 


일상을 만화로 만들 때, 팩트과 픽션 사이에서 어려움이 있나요?

이우인 일상툰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대단히 많은 자기애가 표현되어야 하더라고요. 일상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를 계속 발견해야 하고요. 그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최대한 거짓 없게 그려야 하는데 정말로 일상만 가지고 그리면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투덕거리는 피곤한 일상까지 만화로 표현하기는 힘들었어요. 사실 <네쪽의 관점> 연재를 중단한 것도, 그때 동거하던 친구랑 헤어졌기 때문이죠. <허핑턴> 측에 죄송하지만 더는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앞으로 일상툰을 그려나갈 의향이 있는지요?

이우인 저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일상툰에 녹여내는 게 쉽지 않아요.

스토리를 만들 때, 저의 어떤 부분을 필터링할 수 있지만, 일상툰의 경우에는 저를 자꾸 포장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저의 안 좋은 부분을 다 잘라내게 되면, 너무 가짜 같아서 그리기가 싫고요.

 


일기를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과 비슷할까요?

이우인 일기를 보여주는 것까지라면 괜찮겠지요. 그런데 예쁜 것을 추슬러서 보여줘야 한다면 어려움이 있죠.

 
 
 


이우인 작가는 <로맨스는 없다>의 결말이 비관적일 수 있지만, 또 다른 희망을 주는 긍정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잡지 연재는 웹툰 연재에 비해 편집부의 역할이 클 텐데요. <윙크> 편집부는 어땠나요?

이우인 우선, <윙크> 편집부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문하생 생활을 하면서 습득할 만화 업계의 일들을 단편 작업을 하면서 배웠으니까요. 책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요?

이우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줬지요. 대중을 생각하는 자세를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윙크>에 비해 <레진코믹스>가 자유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나요?

이우인 자율적인 창작을 독려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노출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간섭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 불만은 없고요, ‘어떤 부분의 분위기가 좋다.’라든가, ‘이번 화는 재미있다.’ 같은 피드백은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잡지 만화를 그리다 웹툰을 그리기 때문에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이우인 잡지만화 시대 끝물에 들어가서 우왕좌왕하다가 이제야 웹툰에 들어온 셈입니다. 저는 책장을 넘기는 출판 만화가 웹툰의 스크롤 뷰보다 더 잘 읽히는 사람이었죠.

이젠 저 같은 사람도 스크롤 뷰를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크롤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방식이 있으니 그림을 아주 길게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요. 스크롤 연출에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있잖아요. 스크롤 연출이 좋다는 소문이 있는 작품은 잘 살펴보고,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특히 혼란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편집 작업이었어요. 출판 만화에서는 말풍선 속 대사의 편집 작업을 편집부에서 합니다. 그런데 웹툰에서는 작가가 이 작업을 직접 해서 혼란스러웠어요.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치는 것과 작가가 작업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폰트의 선정이나 글자 간격, 행 간격을 정하는 것 또한 신경 쓰는 부분이죠.

 


웹툰 작업 과정은 어떻게되나요?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있는지요?

이우인 <아름답고 싶어서> 때나 그 이전에는 종이에 펜 터치를 한 후 스캔을 했어요. 지금은 디지털 작업을 합니다. 오래된 태블릿과 모니터를 쓰고 있고, 소프트웨어는 미라주(Mirage)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툴과 포토샵을 사용합니다.

미라주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툴인데, 만화가 중에선 저밖에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포토샵은 한 페이지씩 작업해야 하는데, 이 미라주 프로그램은 스무 페이지를 한 번에 펼쳐두고 작업할 수 있습니다.



컷이나 페이지의 연결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미라주를 쓰는 건가요?

이우인 네. 저는 서 너 페이지 정도 작업을 하면, 첫 페이지부터 다시 살펴보는 방식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제 성격이 조금 진득하지 못하달까. 한 번에 넘겨볼 수 있어야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섹스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웹툰 플랫폼과 새로운 작업 환경에 대한 고민까지 온갖 이야기를 쏟아낸 이 인터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하다가 이우인 작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한 것.

“이 작품은 곧 마무리됩니다. 생각나면 한번 찾아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신작 소식이 들리면 또 한번 찾아봐 주세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부족함이 많은 작가지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가 2시간 남짓 진행되는 동안, 만화에 대한 애정과 만화를 대하는 겸손한 태도를 감추지 못했던 그다운 인사말이었다. 순정만화와 퀴어툰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단편으로 단련해 온 그가 내놓을 첫 번째 장편이 어떤 작품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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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MANAⒸ허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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