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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윤태호 작가 2

인터뷰 2

<미생>의 윤태호 작가
작가는 선언이에요. “나는 오늘부터 만화가야”라는 말을 하면 시작입니다.


 

선우훈
사진 전수만

 

 
 

 
 

6. 만화의 여러 요소에 대해

“어떤 인물이 전지전능해지는 순간 수습할 수 없게 되니 한계 관리를 잘해야죠.”

 


<야후>는 서사도 그렇지만 화면구성도 신선했습니다. 유달리 영화적인 연출이 눈에 띄었고요.

윤태호 문하생 시절 <영화의 이해>라는 책을 밑줄 쳐가며 찢어질 정도로 열심히 봤어요. 만화이론서가 없었거든요. 화면구성, 사진, 필름 등 챕터 별로 열심히 봤죠.

당시 영화 잡지에서 90년대 초중반 누벨바그 붐을 일으켰어요. 전부 이해는 못 해도 찾아가며 봤죠. 기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서 조금은 영화적인 냄새가 났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좀 더 멋있다는 느낌으로.


인물 설정을 위해 관상도 공부하셨다고요.

윤태호 실은 만화를 위해서 공부한 건 아니고 내 팔자가 너무 궁금했어요. 저는 남한테 관심이 별로 없거든요. 손금을 공부한 것도 내 인생이 궁금해서, 나를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에니어그램을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일화도 자신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인가요?

윤태호 양영순 작가가 에니어그램에 대해 소개해줬어요. 캐릭터에 전형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그 전형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게 불합리해 보여서요.

그때 인물 파일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젠 그렇게까지 안 하더라도 어떤 캐릭터의 성격을 정형화할 수 있어요.

그래도 어떤 인물이 전지전능해지는 순간 수습할 수 없게 되니 한계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어떤 인물이 한계를 넘어서면 이번 화는 멋질 것 같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더 일관적인 캐릭터가 돼요. 그런 면에서 전형성을 공부하는게 유용하죠.


취재는 어떻게 했나요?

윤태호 <야후>를 할 때는 한국의 사건·사고를 만화로 만드는 것이니까, 헌책방에 가서 보도사진 연감이라는 책을 모두 사 와서 스크랩북으로 시간대별로 만들었어요.

KBS에서 뉴스를 3~4년씩 묶고 편집해서 비디오테이프로 판매했는데, 그것도 구매했고요. 중앙일보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건, 사고들을 스크랩해서 저장하기도 했어요.


<파인>에서 지금보다 큰 소주병이라든지 지방별로 다른 소주를 먹는 묘사, 병어를 안주로 먹는 장면이 좋았어요.

윤태호 그건 특별한 게 아니라 인터넷에 다 나와요. '전국 소주 역사' 이렇게만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신안군의 계절 특산물'을 검색하면 9월은 병어 철이라고 나와요. 그러면 쉽게 병어를 갖다 쓰는 것이죠.

신안군과 관련된 책자를 신안군에 내려가서 제공을 받기도 하죠. 바다에 장이 설 때나 배들이 모여서 계절별로 주고받던 물품들의 역사가 다 나와요.

신안군에는 바다에 목선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 목선이 자가용 같은 것인데, 선장 면허도 없이 무면허로 바다에 나가는 게 일상이더라고요.





 

기후와 계절별 특산물까지 조사하는 치밀함과 지역의 언어가 어울려 작품의 생동감을 살린 <파인>.





<미생>을 기획한 기간만 3년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윤태호 3년은 기획한 기간이 아니라 출판사가 제안한 테마가 바뀌기를 기다린 기간이에요. <이끼>가 끝나자마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허영만 화실 출신이고 <이끼>를 했으니 출판사의 구상을 부탁해도 되겠다 싶었겠죠.

그런데 계약을 하고 보니 출판사가 자기계발서를 내는 곳이더라고요. 아차! 싶었지만 계약금은 이미 다 썼고, 처세술 만화는 못하겠어서 2년 반 넘게 끌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아이디어는 바둑의 고수가 샐러리맨에게 잠언을 들려주는 <꼴> 같은 만화였거든요. 허영만 선생님은 하실 수 있죠. 2~300 작품을 하셨고, 저와 세대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 나잇대를 책임지는 만화를 해야 하니까, 배워가는 만화로 많이 바꾸고 싶었죠.

연재 전까지 취재를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신입사원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읽었죠. 그 정도 취재밖에 못 했습니다.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이끼>의 영화화가 잘 되고 나니까, 그게 저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는지 내부 회의가 열렸대요. 윤태호 작가가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 가이드를 준 게 잘못 아닐까? 라는생각을 한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가이드를 철회하면 1년간의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어 무작정 기다려주셨죠.

명절날 선물 줄 때 빼고는 계약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준 덕에 <미생>이 나왔어요. 고민 끝에 제가 생각한 테마를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미생>을 준비하며 한국기원에 자주 갔습니다. 바둑을 관둔 사람들 이야기가 궁금한데 무례일 수 있어서, 바둑 관두고 잘 된 사람들 위주로 취재하러 다녔어요.

 

최근 100권 분량의 교양만화를 기획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오리진 시리즈라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윤태호 오리진 시리즈는 '세상의 모든 기원'을 다루는 인문 과학 교양 만화입니다. 현재 스토리 작업중이고요, 캐릭터를 손보고 있습니다.

언어도 만화의 중요한 요소인데, 작가님의 문어체는 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아요. 거기에 많은 의도가 느껴지는데요.

윤태호 문하생 때 데뷔 한번 실패하고 시나리오 작법 등을 찾아 읽으면서 필사도 해보니,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는 영화와 달리 활자가 매우 큰 역할을 하죠. 기본적으로 문학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했어요. 문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활자를 읽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활자를 쓰는 사람의 책임감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단어를 복귀시키는 것이고, 확장해서 쓰는 단어를 제 자리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고 쉬우면서 약간 낯선 단어가 들어가는, 상황에 적절한 문장을 쓰고 싶어요.


어휘나 어조, 사투리까지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어떻게 공부했나요?

윤태호 문장용어대사전이란 것이 있어요.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있으면 성경이든 문학이든 철학서든 그와 관련된 문구가 나옵니다. <혼자 자는 남편> 때 그 에피소드와 관련된 키워드를 넣어서 그 문장에 맞는 내용을 구성했는데 그게 재밌더라고요.

<연씨별곡>을 할 때는 판소리 어투가 재밌었죠. 형이 친구랑 고전 교과서 고어들을 갖고 편지를 주고받은걸 보고 흥미를 느꼈어요. 대사로 넣으면 재밌겠다 싶어, 서초동 국립도서관에 가서 판소리 녹취록 시리즈를 읽었죠.

<한국의 발견>이라는 책에 각 지역의 사투리가 소개되어 있어서 보면서 공부하기도 했어요. 문하생 시절에 경상도 쪽 동료들도 있어서 실생활을 위해 알아보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연씨별곡>에 팔도의 제비들이 모여 사투리를 쓰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7. 여성에 대해

“어머니는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이 아니어서 오히려 무감해져 버린 느낌이었죠.”

 


 

<미생> 1화 중. 실패를 겪은 순간 깨닫는 세월과 부모의 모습. 장그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현대사가 남성 위주로 기록되어 있어서 여성 캐릭터의 부족함이 두드러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미생>에서는 한층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윤태호 예전엔 작중의 사건에 집착을 많이 했죠. 인물들이 만화에 기능적으로 나와야 하니까 사건의 당사자인 주인공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파인>에서도 엄마들은 전화상으로만 나오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데, <미생>에서 엄마가 나온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그에 대한 반성이었죠. 또 현실에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서였어요.

정말로 여자를 묘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남자를 묘사하는 것으로 학습되었다 보니까, 비등하게 그려낼 자신이 없어서 점점 멀어진 것 같아요.

엄마들은 상대적으로 편하죠. 여자가 아니라 나의 엄마로 봤을 때, 자기 반성하는 태도로 봤을 때 보이는 지점이 있어서요.

집을 떠나 문하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넘어서려고 아버지에 대한 일기를 썼다고 했잖아요. 그후 어머니는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해보니 ‘제일 큰 피해자’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많은 것이 자세하게 생각나진 않았고요.

아버지는 극복의 대상으로서 잊기 위해서 연구를 해야 했다면, 어머니는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이 아니어서 오히려 무감해져 버린 느낌이었죠. 그러니까 자꾸 부성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것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제가 아는 정보가 많으니까요.


<미생>에 나오는 다른 여성들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묘사한 건가요?

윤태호 여자들을 너무 똑 부러지게 그린다고,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느냐는 댓글도 봤어요. 제가 만나본 만화 쪽에 있는 여성분들은 작가, 편집자, 기자 아니면 회사 책임지는 분인데 똑 부러지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하게는 남성화되어있는 여자분들도 있죠. 당연하게도 남자들의 질서로 되어있는 사회다 보니까. 지금은 몰라도 70, 80년대는 여자라는 것이 약점이었던 시절이고, 진급하려면 남자보다 더 많은 걸 요구받았으니까요.

제가 만나본 분들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철부지 같거나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요. 대신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다양한 성격을 많이 시도했어요.

 


<미생>에서 고정된 성 역할의 고충을 보여주는 캐릭터 선 차장.

 




<미생>의 선 차장이나 안영이는 수행할 역할이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윤태호 여자 캐릭터가 약점이 있게 만들면 신파로 만들기가 수월해지는데, 그러면 창작자로서는 치사한 느낌이 들어요.

<미생>의 여성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어요. 이야기 전개상 눈물이 필요하면 상황 때문이어야지 캐릭터 때문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십 개의 눈이 안영이를 핥는 장면이 있는데, 가슴 아프게 그렸죠.



 


모든 일에 뛰어난 안영이 또한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생 초기에 주변에 있는 여성 지인들에게 워낙 많은 이야기를 들어 놓아서 그걸 소모적으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그래는 아무것도 아닌 친구지만 훨씬 뛰어난 안영이에게 옷을 한 번 덮어주는 깊은 역할을 맡겼어요. 안영이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또 회사 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비열함 중에 뭐가 있을지 고민했죠. 내 아이템에 내 이름이 지워지고 다른 사람의 것이 되는 일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영이는 노골적으로 후안무치한 일을 당합니다.


장그래와 안영이의 긴장이 좋은데, 맺어지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시혜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고 생각해서요.

윤태호 꿋꿋이 빗겨나가야죠. 둘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영이가 신격화가 된 면이 있지만 아무리 뛰어나도 일반적인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장그래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의미에서의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

또 한편으로 장그래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절대 못 하죠. 사랑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에요.


<파인>에서도 천 회장 부인 캐릭터가 독특했습니다.


윤태호 조강지처는 아니잖아요. 다른 남자들보다 위에 있어서라기보다, 장부만큼은 가족에게 맡겨야 한다는 정서가 있어서 부인에게 경리를 맡겼던 거죠.

당시 사모님들의 문화 등을 찾아보면 재밌어요. 그들만의 세계가 있어서 어떻게 노는 지, 중국집에서 전가복을 자주 먹는다든지 하는 정보도 나오고.

 
 

 


당시 생활상을 상세히 보여준 덕에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파인>의 악역, 사모님.

 

 
 

한편 <미생>의 조아영처럼 긴장이 덜한 여성 캐릭터는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반갑기도 하고요.

윤태호 처음인 거 맞아요. 대사를 쓸 때마다 어려워요. 그래서 활달한 사람으로 콘셉트를 만들어버렸어요. 대사에 실수가 있어도 과한 해석이 붙지 않도록 하는 저의 안전 장치죠.

사람들이 사장이라고 하는 이들을 어려워하는 척합니다. 술 마시자고 해도 어려워하는 척을 해가며 마셔주잖아요. 어쩌다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굉장히 반가워하거든요.

조아영 같은 타입을 의외로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교수들도 적극적이며 까불까불한 애들 좋아하잖아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보다 '같이 일하는 활달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조아영.


 
 
 

8. 변화에 대해

“앞으로 10년 뒤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창작을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동력은 어디에서 얻나요?

윤태호 그냥 나이를 먹어서 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커가면서 아이들의 반응 같은 게 아프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복잡한 감정이 읽히기도 하고.

결혼하고 사십이 넘으면 재설정의 강요가 오더라고요.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요.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일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과 남들이 내게 요구하는 역할에 차이가 생기니 스스로 많이 바뀌었어요.


신인 작가 혹은 지망생에게 해줄 말씀이 있는지요?

문하생 출신 중 자기가 하고 싶은 것보다 자기가 잘하는 거 위주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을 과시하려는 작품이 되는데 그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요. 웹툰 작가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지만 비교적 그림 훈련이 되었다는 문하생 출신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죠.
 
웹툰 지망생과 문하생 중, 웹툰 쪽이 조금 더 창조적인 역할에 가까워 보여요. 웹툰 작가들은 그림 실력보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 하거든요. 가스파드나 강풀 작가의 작품을 잡지 만화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 친구들은 자기 스스로 그런 만화를 기획해서 그려왔죠.

엄청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욕먹을 일도 아니에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웹툰의 그림에 관해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성립하는 질문이 아니라고 말해요.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

요즘 신인 작가들에게 할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 전례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잡지를 하고 출판을 했던 사람들이 웹툰으로 넘어올 때 이질감과 저항감을 느꼈는데, 그건 인쇄되는 매체에 대한 충성도 때문이었거든요.

잘 생각해보면 다양한 선택지 중에 출판을 선택한 게 아니에요. 단지 태어났을 때 출판이 있었던 거죠. 매체에 대한 애틋함을 가질 수야 있겠지만 익숙한 환경만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만화는 읽혀요. 웹툰 문법을 익힌 사람들은 나름의 가치가 있겠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또 모든 사람이 첨단을 달릴 이유도 없고요. 앞으로 10년 뒤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창작을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들끼리 라이벌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지금은 매체가 라이벌이죠. 작가들끼리의 경쟁은 지면에 한정이 있을 때의 얘기였어요. 당장 네이버만 봐도 150명이 넘는 작가들이 연재 중인 시기이고, 그게 한정적인 연재처도 아닌 거죠.

작가는 선언이에요. “나는 오늘부터 만화가야”라는 말을 하면 시작입니다. 버티는 일이 남아요. 만약 안 되더라도 제대로 덤벼보고 빨리 파악해서 그만둬야죠.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좋은 독자로 남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요새는 관련 직종도 많이 생겼으니 직업으로 알아볼 기회는 많습니다. 모두가 감독이나 배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20대에 뭔가가 열린 것처럼 화를 쏟아내고는, 풍파를 겪으며 모든 일의 양면성을 보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 그의 작품이 그리는 궤적의 실체를 발견한 것 같았다.

세 시간이 지난 줄 모르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에어컨이 자꾸 꺼지는 바람에 땀을 흘려대면서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른 인터뷰를 찾아보며 준비해간 질문들보다 잘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했다.

“잇속을 챙기려던 촌뜨기들이 어떻게 서로를 배신하고 어그러질지를 구경하는 것은, 우리에게 답이 아닌 질문이 되어준다. 그 질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간의 행적을 좇아 온 것이기도 하다.”

윤태호 작가에 대한 평론에 썼던 문장이다. 행간의 대답을 들었으니, 이제는 작품을 통해 그의 다음 질문을 들어볼 차례다.

 

 

인터뷰 2 <미생>의 윤태호 작가 끝

YOUR MANAⒸ선우훈

 

 

인터뷰1 <미생>의 윤태호 작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