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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씨 이야기>의 수사반장 작가

인터뷰
 

<김철수씨 이야기>의 수사반장 작가
김철수 씨가 힘들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서다. 나까지 김철수 씨를 떠날 수는 없었다.

 

 

 

최봉수
사진 전수만

 
 
 

수사반장 작가는 2011년 다음웹툰에서 <김철수씨 이야기>를 시작, 8개월 동안 외전을 포함한 1부를 연재했다. 2013년 레진코믹스로 연재처를 옮긴 후 2016년 현재 완결을 앞두고 있다. 올레 웹툰의 <살인마vs이웃> 스토리도 쓰고 있다.

 
 
 
 

첫인상과 달리 폭력적일 정도로 잔인한 비극 <김철수씨 이야기>는 ‘작가가 사이코패스 아니냐?’는 비난까지 일 정도로 수많은 독자의 원성을 산 작품이다. ‘김철수’라는 인물의 인생 어귀마다 이유 없는 불행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 때쯤, 그간의 모든 비극적 요소들이 마침내 개연성을 획득했다. 이 길고 긴 이야기는 한 ‘평범한 인간’이 ‘순수한 악’의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에 아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던 셈이다.
 
모든 ‘악’이 합당한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사이코패스는커녕 높은 공감능력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거의 모든 인간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집요한 노력은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것은 5년에 걸친 대장정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불운과 행운의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던 <김철수씨 이야기>는 막바지에 이르러 구원 서사로 진입했다. 결코 짧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던 연재의 마무리를 앞둔 수사반장 작가를 찾았다.

 
 
 
              
 
 
 
 

1. 끝이 오다



 

 <김철수씨 이야기> 1화(좌, 중)와 144화(우)의 한 장면. 드디어 1화에서 예고된 이야기의 결말을 읽는 순간이 왔다.

 
 

완결을 앞둔 소감은 어떠십니까?
 
수사반장 시원섭섭합니다...만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웃음). 원래 계획은 2012년 완결이었어요. 종말론에 맞물리게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못 끝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재를 좀 더 지속해주길 바라는 담당자님에게 2016년 1월에는 끝내겠다고 확언했었는데, 하다 보니 아직도 연재중이네요.
 
 
구상한 이야기들이 연재를 하면서 늘어난 것인지요?
 
수사반장 큰 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꾸 욕심이 나서 생략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물의 행동에 대해 저 스스로 납득이 안 되면 못 넘어가겠더라고요. 조연들도요.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등장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영희’ 씨만 해도 6부에서 원래 4화 분량이었어요. 그런데 인물이 변하게 된 계기를 보여줄 필요를 느껴서 분량을 늘렸지요.
 
 
4부 완결 후 들어간 외전 13화도 첫 구상에는 없었나요?
 
수사반장 외전도 계획에 없었던 내용입니다. 5.18 관련 자료 조사하다가 울었거든요. 격앙되어서 3화만이라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13화까지 나갔지요. 더 하고 싶었는데 마무리 지었어요. 빨리 본 이야기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외전 마감은 갈수록 늦어졌습니다. 업로드 하루 전날에 콘티를 수정하기도 했지요. 계엄군의 어떤 행위로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데, 나중에 그 행위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료를 보게 되었거든요.
 
 
이야기가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수사반장 <김철수씨 이야기>는 원래 애니메이션으로 구상한 작품이었는데, 지금과 결말이 달랐어요.

김철수’ 씨가 전화를 받으면서 소각로에 들어가고, ‘나영희’ 씨가 탄 택시가 소각로 쪽으로 가고 있고.

그렇게 끝내는 게 여운도 오래 남고 강할 것 같아서 훨씬 좋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 무엇보다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어졌어요. ‘김철수’ 씨를 살리고 싶어졌습니다.
 
 
결말을 바꾼 거네요.
 
수사반장 ‘김철수’란 캐릭터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요. 작가로선 안 좋은 선택이죠.

 
 
 

‘김철수씨’의 변천사.


 
 

연재 자체도 주인공 김철수씨 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도중하차를 겪기도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어요.
 
수사반장 <김철수씨 이야기>가 제 첫 작품이었기도 하고요, 본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연재를 끝내게 돼서 “이야기를 계속하면 재밌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었지요.

김철수씨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계속 도망쳐서잖아요. 그런 메시지를 던져 놓고 정작 작가인 제가 도망쳐버리면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당시 상황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수사반장 <김철수씨 이야기>로는 다음 시즌 연재가 어려울 것 같다. 차라리 다른 작품을 준비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고 계속 그렸어요. 콘티로라도 따로 연재를 지속하고 싶었죠.
 
결국 개인 블로그에서 콘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대충 그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조금만 더 선 정리를 하자, 배경 조금만 더 그려 넣자...’ 그런 욕심이 생겨서 텀블벅에 연재 후원 모금을 시도했습니다.

100만 원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5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어요. 10화 분량이었으니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높은 고료였습니다.

 
 
 

2. 수사반장 세계의 남자들



유독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사반장 저를 투영하는 것 같습니다.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저 스스로 치유되면서 이야기가 점점 밝아져요. 학창시절 때 그린 작업물이 생각나네요.

자살하려는 남자가 “나 좀 말려줘!” 라고 해도 아무도 안 말리는 그런 우울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작업을 끝내고 나니 뭔가가 해소되었죠.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기 마련이죠.
 
수사반장 사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알 수 없잖아요. ‘김철수’ 씨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제 경험에서 연장된 것들입니다. 특히 혼자라는 경험.

어릴 때 농촌에 살았는데 또래 친구들이 없었거든요. 부모님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끔 오셨으니까.
 
경험이 없으니 여성의 이야기가 항상 어렵습니다. 여성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데, 저는 남성으로 태어나고 남성적인 문화 속에서 자라와서요. 제겐 남자의 이야기가 더 조종하기가 쉽습니다.
 
 
‘남자’에 방점을 찍은 질문은 아닌데, 여성 캐릭터의 어느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나요?
 
수사반장 특히 대사가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행동도...
 
 
작품 속 남자 캐릭터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이 불행한 남자들은 파국을 막으려는 자신의 행위가 원인이 되는, 자기 예언적 실현의 모순에 빠져요.
또 필연적 숙명에 갇혀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운명이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닿아있어요.

 
수사반장 사실 언어적 모순이나 원인 결과의 도치를 좋아합니다. 예언을 듣지 않았다면 그 예언대로 살지 않았을 텐데, 점쟁이가 “너 이렇게 살 거야.” 하면 그렇게 살아버리는 거죠.

크게 보면 이것은 사회적 규범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를 규정짓는 것이 실은 내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고,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사회 어떤 시대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아서요. 운명론처럼.
 
 
그러고보니 <살인마vs이웃>의 살인마도 스스로 규범을 만들고 거기에 갇히는 인물이군요.
 
수사반장 맞습니다.

 

 
 
 
 

<살인마vs이웃>의 살인마. 자신의 살인을 체계적 예술로 생각한다. 그것이 없다면 자기 존재가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강박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규범과 운명이 대주제인가요?
 
수사반장 네. 그런데 작게 보면 가족 이야기입니다. 부모든 사회든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니까요.
 
 
‘김철수’ 씨나 ‘이대로’ 형사를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이 다들 자기 불행만 들여다보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사반장 엄청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고, 자기 불행만 보고 있죠. 전 고집쟁이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고집쟁이는 나르시시스트일 수밖에 없어요. 수동적이고 바깥에서 바꿔주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죠.

<살인마vs이웃>의 등장인물들도 그래요. ‘김철수’ 씨도 외부 변화에 의해 변하는 인물이지 스스로 바뀌는 사람은 아닙니다. 반작용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끼워 넣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습니다.

 

 
 
 

민주주의를 반기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참담함을 느끼는 김철수 씨.

 
 
 
 
 

역사의 현장에서 사람들과 연대했던 또다른 김철수 씨.

 
 
 


성격적 공통점을 가진 인물들인데도 배경 설정이 섬세해서 그런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취재를 열심히 하는 편인지요?
 
수사반장 낯을 가려서 취재는 못하고, 자료 조사를 많이 합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특히 정치 쪽 뉴스를 많이 봐요. 캐릭터 이해에도 도움이 돼요.

어떤 정치가의 뉴스를 보면, '다들 저 결정을 싫어하는데 왜 저러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제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생각하다 보면 캐릭터에 대한 성격관, 사고관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3. 옆집 사람 이야기, 김철수 씨
 

 
 

‘김철수’ 씨는 본인을 향한 사람들의 애정을 미처 보지 못했지만, 수사반장 작가는 후원이라는 경로를 통해 독자들의 사랑을 확인했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데 분명히 엄청난 힘이 되었을 것이다.

 
 
 

<김철수씨 이야기> 제목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어떤 의미로 지었는지요?
 
수사반장 제일 맞는 제목인 것 같아 그렇게 지었습니다. ‘김철수’는 ‘평범한’ 이름이니까. 사실 ‘김철수’ 씨를 만든 건 본연의 성격보다는 시대적 상황과 주변의 인물들이죠.

규범과 사회에 의해 그렇게 태어났으니 가장 흔한 익명의 이름을 붙인 거예요.

만약 ‘김철수’ 씨가 버려지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동굴에서 살며 별을 보는 등의 경험이 ‘김철수’ 씨를 천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연출이 있었어요, ‘이대로’ 형사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김철수’ 씨와 비슷한 묘사를 했어요. 타고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고.
 
수사반장 
네, 둘은 같은 종류의 사람입니다.
 
 
‘나영희’ 씨는 다른 사람인가요? 왜 그렇게 불장난을 좋아하죠?
 
수사반장 그것 역시 제 경험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집이 농촌인데 근처에 소각로가 있었어요. 농촌이니까 사람들이 와서 쓰레기 버리고 태우고 그랬죠.

사람도 없고 제 또래도 없어서, 제일 재밌는 놀이가 소각로에서 뭘 태우는 거였습니다. 외롭고 혼자 있을 때 주로 하는 게 불장난이었지요.


 
 

어린 ‘나영희’ 씨가 불을 내고 있다(좌). 어릴 때 애지중지하던 사연 있는 팬을 내려다보는 성인 ‘나영희’ 씨(우).

 
 

 
‘김철수’ 씨와 ‘나영희’ 씨 모두 불을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작가님의 원체험과 관련이 있군요.
 
수사반장 뭔가가 불에 탄다는 게 어릴 땐 너무 신기했거든요.
 
 
‘김철수’ 씨와 ‘나영희’ 씨의 관계는 독자 입장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내레이션은 사랑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보고 있자면 헌신이나 감내가 생각납니다.
 
수사반장 저도 ‘김철수’ 씨에 대한 ‘나영희’ 씨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함이나 속죄인데. ‘나영희’ 씨는 사람의 삶을 안 살았지요. 사실 성직자라는 것이 희로애락을 빼고 사는 삶이잖습니까.
 
평생을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김철수’만을 위해 살았죠. 자기 인생이 없는 삶을 산 캐릭터라서 이제야 자기 삶을 사려는 거죠. ‘나영희’라는 이름으로 자기 삶을 사는 건데... 그 표현을 또 잘못한 거 같습니다(웃음).
 
아마 ‘진사랑’ 씨와 ‘김철수’ 씨가 서로에게 갖는 감정이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진사랑’인데...
 

마찬가지로 ‘김철수’ 씨도 ‘나영희’ 씨에 대해 여신이나 구원자로 오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사반장 사실 ‘김철수’ 씨는 ‘나영희’ 씨가 안 왔으면 벌써 죽었을 테니까 구원해주는 사람인 건 맞죠. 이 부분은 <죄와 벌>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소냐’가 살인자인 주인공을 구원해주잖아요.
 

<죄와 벌>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파우스트>도 참고를 하신 건지요?
 
수사반장 네. 서로 맥락이 비슷한데, 전체 이야기의 구조를 환기하려고 참고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빅토르 위고를 엄청 좋아합니다. 주인공 나오는 데만 엄청 오래 걸리잖습니까(웃음).


어린 ‘김철수’ 씨가 가장 좋아한책, <파우스트>.

 
예전 인터뷰를 보니 의외로 일본 만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더군요. 김철수 씨는 <요괴소년 호야>의 ‘백면서생’에서 비롯되었고, 내레이션은 <헌터X헌터>에서 가져왔다고요?
 
수사반장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 ‘백면서생’ 에피소드 도입부에 나오는 특유의 허풍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이것은 너무 슬픈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슬프니 읽지 않고 넘어가도 좋다.”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저도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시작했었습니다.

<꼭두각시 서커스>의 얼굴 일그러지는 연출은 직접 오마주까지 했죠. 내레이션의 호흡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존 버닝햄과 우라사와 나오키의 영향도 받았다고 했는데요.
 
수사반장 존 버닝햄은 대학 때 접하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요. 나오키 그림 보면 일단 등장인물들이 매끈한 미형이 아니잖습니까. 평범한 내 옆집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 조연 초점의 작품을 엄청 좋아했어요.

주인공이 중심이 아니라 세계가 중심인 느낌, 주인공들이 세계를 살아가는 것. 그런 것이 진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응원 중인 군중 사이에서 깊은 고독을 느끼는 김철수 씨.

 
 


그런데 어떻게 보면 <김철수씨 이야기>는 ‘김철수’ 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수사반장 사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제 작품이 모두 연결되어 있거든요. 예를 들어 <김철수씨 이야기>에서 어머니가 일하는 보주 빌딩이 <살인마vs이웃>에 나오는 ‘천억수’ 씨의 빌딩이라거나.

‘김철수’ 씨의 가방을 찾아주는 고등학생도 옛날에 그렸던 단편 모음집에 있는 인물입니다.
 
 
<김철수씨 이야기> 출간 계획이 있으신가요?

수사반장 완결하면 출간할 계획입니다.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완결 후에 수정 작업을 하려고요.

단행본이 나오면 3만 원 이상 텀블벅 후원해주신 분들에게도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4. 새로, 시작하는 이웃


 

<김철수씨 이야기> 속에 등장한 세상을 끝낼 수 있는 볼펜. 해당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인터뷰 기념으로 작가에게 선물했다(바이러스 대신, 좋은 만화를 세상에 퍼뜨려 주시기 바랍니다).

 
 
<살인마vs이웃>을 보면서 <아라비안나이트> 같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수사반장 처음에는 그런 구성을 생각했습니다. 일곱 명의 캐릭터를 모두 완전히 다른 장르로 가자고요. 캐릭터별로 스릴러, 코미디, 전설의 고향 느낌 등등으로 하려고 했는데... 서로 중첩되니까 장르 짬뽕이 되어버렸죠.
 
 
한편으로는 이전 작품의 진지한 요소들을 자기 패러디한 것 같아요.

 
수사반장 네, 그런 것도 있습니다.
 
 
<살인마vs이웃>은 유달리 유쾌한 톤입니다. 이야기의 호흡도 훨씬 간결해졌죠?
 
수사반장 연재하고 있는 <김철수씨 이야기>가 너무 무거우니까, 인스턴트식품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이야기로 기획한 작품입니다. <살인마vs이웃>은 연출 호흡도 다르죠.

혼자 작업할 때는 그리기 힘들어서 삭제하는 컷도 많았거든요. 제가 하면 힘들었을 구도나 밀도를 고민중 작가님은 다 그려주고 있어요. 펑크를 안 내니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요. 그러다보니 콘티를 늦게 넘기고(웃음).
 
 
고민중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이 수사반장 작가님과 위화감이 없는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는지요.
 
수사반장 고민중 작가는 대학 졸전 동기입니다. 6년 동안 작업실을 같이 쓰면서 살았고요. 제 스토리와 그림체가 잘 맞는 건... 그냥 고민중 작가가 유능해서 그렇습니다.
 


<살인마vs이웃>은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소품적 성격으로 지나가는 작품인지요?
 
수사반장 먼저 <김철수씨 이야기>는 데뷔작이라, 정말 중요한 작품이라고 느꼈죠. 그런데 <살인마vs이웃>은 조금 가볍게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느낌이랄까? 행복한 느낌으로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막 나가고 그래요. 이런 경험이 차기작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다시 어두운 이야기로 돌아가겠지만 말이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새 작품은, 죽어서 천국에 가는 이야기와 신이 내려오는 이야기, 두 가지 정도입니다. 제 작품 주인공들은 다 불행한데... ‘김철수’ 씨만큼 불행할 것 같진 않아요.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김철수씨 이야기>정도의 불행을 다룬 다음인데도 더 그릴 불행이 남아있나요?”였다. 하지만 그는 대답 없이 웃었다.


작업실은 재래 시장 옆의 일반 주거용 아파트였다. 그곳은 다른 동료 작가들과 함께 쓰는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다른 작가들은 없었는데 어쩌면 일부러 자리를 비워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사반장 작가가 방울 토마토와 커피를 내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차분하고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말투마저 '~습니다.' 체를 즐겨 써, 약간의 경상도 억양을 제외하면 우리가 상상하던 ‘김철수’ 씨의 말투 그대로였다.

혹시 작가 자신도 ‘김철수’ 씨처럼 투철하게 작업하는 사람인지 물어보자 전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최대한 마감을 미루고, 괜히 음악 듣고, 게임하고, 인터넷하고, 미드를 본다고 한다.

생각보다 평범한 아파트에서 보내는, 생각보다 평범한 그의 일상을 듣자니, 그의 범상치 않은 작업이 새삼 생경해졌다.

 

 

 
 


YOUR MANAⒸ최봉수

 

 

<김철수씨 이야기> (링크)
<살인마vs이웃>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