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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 3

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 3

 
 
 

만화의 미래

 

스콧 맥클라우드 ㅣ 박인하 ㅣ 사회 선우훈

 
 
 
 
 
 
 
 
 

5. 1인 미디어와 1인 소비자 구조
다양성은 시대의 부름이다.

 


 

사회 만화 외적인 질문을 해보자면, 1인 미디어인 웹툰이 주목받고 있는데, 한 명의 목소리가 수십만의 독자에게 들리는 것입니다. 천만 영화도 협업을 통해 제공된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만화는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 아닐까 싶은데요.

또 소비적 측면에서 4인 가정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작은 주거 공간 안의 책장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고 봅니다. 이는 책 소비 자체가 나를 말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말씀해주신 소규모 제작 방식인 독립 출판의 성장도 그렇고요. 인구 구조 변화 자체가 만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박인하 인구 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지금 콘텐츠와 독자가 만나는 지점도 다양화되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내가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나를 드러낸다는 지점에는 동의하고요. 많이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미국의 경우에 작가주의 만화들에서 사회적 배경의 변화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스콧 맥클라우드 예술 형태가 점점 변화하고 다양해질수록 나만의 관점을 내세우는 게 독창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자전적인 얘기나 독창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나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1994년에 핀란드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에는 핀란드 만화가 굉장히 보편적인 ‘우리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년 뒤에 가보니 작가는 거의 여성이고 대부분 ‘나의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는 예술 매체로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야 합니다.–스콧 맥클라우드

 
 
 

사회 마침 말씀해주셨으니 질문드리자면, 이제는 ‘여성 작가’라는 말을 따로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가 군의 젠더 편향이 완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는 웹툰도 젠더적 관점뿐 아니라 여러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박인하 다양성과 관련해 사실 꼭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었어요. 작품 외적으로도 그렇지만 내적으로도 다양화가 일어나거든요. ‘에이든 코크’라는 작가의 작품을 몇 편 봤었는데 서사 자체가 완전히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굉장히 고민했었죠. 가장 최근 작품인 <리틀 엔젤스>라는 작품도 전혀 서사가 연결이 안 되거든요.

‘예술 만화’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도 굉장히 궁금했어요.

 
 
 
 

에이든 코크 <리틀 엔젤스>
 
 
 
 

스콧 맥클라우드 지금 말씀하신 작가 같은 경우는 예술주의를 표방하는 여성 작가인데, 내러티브를 절제하고 그림이나 공간의 배열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는 많은 만화적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만화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00년에 출간한 <만화의 미래>에서도 그런 지점을 얘기했었던 거죠. 만화는 예술 매체로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사회가 그리는 만화의 내부적 풍경
기술뿐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사회 VR 등의 신기술에 대한 얘기도 나왔었는데, 저는 그 외에 사회 현상을 다루는 것도 만화의 미래를 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적 테러도 일어나고 있고, 미국 대선 후보가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등 일련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한편 이제 한국에서 30대 중반에 비혼 상태인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죠. 이렇게 전과 다른 사회적인 모습들이 만화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미래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네요.

 

스콧 맥클라우드 대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말씀하시는 건가요(웃음)? 여기 모여주신 분들 중에 작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정체성이나 확장된 세계관, 사회적 맥락들이 관계가 없을 수 없지요.

세계는 지금까지 많은 진보를 이뤄왔습니다. 진보라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겠겠죠. 하지만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뤄온 진보가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 자체는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가 빠를수록 그에 반하는 저항이나 폭력이 더욱 거칠어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고 사람들이 가진 급진적인 생각들이 격동적으로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혐오가 커지고 거칠어진 현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를 혐오하고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예술이 다가가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정의를 위해, 혐오에 맞서기 위해 예술을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지요. 그런 노력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예술은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답변 감사합니다. 한국 웹툰이 거대하게 성장한 만큼 저도 작가 중의 한 명으로서 사회의 혐오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하 교수님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만화의 미래는 표현의 제약 없이 내가 느끼는 것을 많이 다룰 수 있는 확장성에 있습니다. –박인하

 
 
 
 

박인하 오늘 토크가 기술적인 측면, 디지털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확장되어 탄생하는 새로운 만화의 이야기를 하면서 끝날 줄 알았는데, 내용적 측면에 대한 질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사실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많죠.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시의 상 말 할 수 없는 이야기 등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많이 극복하고 표현의 영역을 많이 확장해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많은 만화는 ‘내 얘기’를 많이 하지 못했었어요. 어떤 사람의 이야기, 가상의 이야기, 장르의 이야기를 전달해줬었죠. 실은 서구에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웹툰 시대에 이르러 자기 이야기를 많이 다루게 되었고 많은 공감을 얻고 있어요.

만화의 미래는 표현의 제약 없이 내가 느끼는 것을 많이 다룰 수 있는 확장성, 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 이런 것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변화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7. 방청객 질문

 


 
 
 
 
 
 

사회 이제 방청객 여러분의 질문을 들어보겠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즐거운 질문을 받고 싶군요.
 

방청객 1 한국 만화와 미국 만화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스콧 맥클라우드 가장 큰 차이라면 미국에선 아동용 코믹스나 웹 코믹스, 그래픽 노블과 슈퍼히어로 만화들이 다르게 구분이 되어 있으면서 서로 발전을 도모하는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한국의 웹툰 같은 경우도 경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것은 독자들을 흥분시키고 즐겁게 해줄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일 텐데, 기존에 하고 있던 것을 더 열심히 하거나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웹툰은 매우 성숙해 보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방청객2 앞으로의 미래가 만화에 긍정적인 부분 외에 부정적인 부분도 있을 텐데 걱정하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만화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죠. 무서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에 만화를 왜 하게 되었나를 생각해보죠. 작은 종이에 단순한 형태를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 것이잖아요. 그런 걸 하기 위해서 만화가 시작됐고요. 가상현실이라는 것이 매우 발전해서 만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필요가 없어진다면, 만화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에 대해선 저희 모두가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만화가 왜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면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가지 이유가 나올 텐데, 그런 이유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만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해졌군요(웃음).

 

사회 손을 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질문받을 분을 선정해주세요.

 

스콧 맥클라우드 행복한 질문이었으면 좋겠는데요.

 

방청객3 웹툰에서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콧 맥클라우드 아시다시피 독자와 웹툰의 관계라는 것이 너무나도 가까워졌죠. 작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예전에는 몇 개월 만에 독자 편지가 왔다면 지금은 작품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올라오지요. 이는 어느 시대보다 작가와 독자가 가까워졌는데 긍정적인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오타나 그림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 곧바로 알 수 있죠. 전에 비해 독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바로 이 점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 어떤 제약이 없어지고 가깝게 느끼는 요인 중 하나일 겁니다.

‘제니퍼 웽’이라는 작가의 경우엔 즉각적으로 반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하고, 또 그런 반응을 통해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하지만 예술적인 지향을 위해, 작가로서의 성장을 위해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연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수십, 수백만의 독자가 있고 그들이 작품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만둘 수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어떤 만화를 그렸을 때 수십만,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옳고 좋다고 생각하면 만화를 내리거나 연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울한 얘기를 하고 말았군요(일동 웃음).

 
 
 
 

수많은 독자가 좋아한다 해도, 작가가 만족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다. 수많은 독자가 싫어한다고, 작가가 작품을 내리거나 연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 –스콧 맥클라우드

 
 
 
 

사회 마지막으로 한 분 질문만 더 받아도 될까요?

 

스콧 맥클라우드 남성분들 질문만 받았군요. 모든 남성분은 손을 내려주세요(웃음). 여성분의 질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질문을 좀 받고 싶은 데요.

 

방청객4 <만화의 미래>라는 책이 2000년에 나왔으니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실현되는지 많이 보셨고, 지금의 상황이 영감이 되어 또 다른 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굉장히 기대되는데, 신간 출판 계획은 없으신지요.


스콧 맥클라우드 누군가 “스콧 맥클라우드가 맞았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만들겠다고도 했었는데요, 제가 그 셔츠를 입은 사람을 본다면 꼭 “다 맞은 건 아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일동 웃음).

아직도 굉장히 중요하고 분명히 있어야 할 만화의 미래들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소액 결제 시스템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에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지불하듯이 정말 쉽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저희가 여러 가지 화폐 단위를 쓰고 있는데 더 나은 결제 방식을 갖게 된다면 수백만 상점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겠죠. 아이튠즈, 아마존 등 사인을 하고 개인 정보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걸쳐 지불하고 있는데, 이게 더욱 개선이 된다면 정말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상점을 갖게 되는 것이고요.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돈이 제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하루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는 이런 개선을 바라고 있고 전부터 얘기했는데, 지금까지는 제가 틀렸죠. 예견했던 것 중에 정말 많은 부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네요. 일단은 이런 변화가 이뤄지는 지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답변은 우울한가요? 아니면 괜찮았나요? 제가 만화를 좋아하는 게 우울하진 않은 것 같네요(일동 웃음).

 

사회 저는 오늘 이런 토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만화에 대해 학술적으로, 학술적이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진지하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만화가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두 분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박인하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13년 만에 한국을 두 번째 방문했는데, 여러 가지가 굉장히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너무 좋아하고요, 그림으로 대화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내일은 그에 관한 컨퍼런스가 있는데 많은 준비를 해왔으니 내일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박인하 교수님, 스콧 맥클라우드 작가님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두 분뿐만 아니라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부천국제만화축제 관계자분들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 이후에는 만화비평 전문웹진 YOUR MANA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것으로 창간기념 토크쇼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의 미디어 엔지니어로서의 시각은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앞에서 ‘예언가’를 언급했지만, 예언처럼 느껴지는 많은 예견은 여러 관찰과 경험을 통한 추론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화의 미래>라는 제목은 한국어판이고, 원제는 (만화의 재발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남긴 만화의 미래상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고, 언젠가는 평가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어느새 그 미래가 과거가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요. 물론 틀렸다는 사실조차 기분좋게 반길 분이죠.

 그 순간이 오도록 예상과 미래 사이의 폭을 줄여나가는 일에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지금을 기록하는 작품들이 필요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미래의 만화들’일 거예요. 그것을 만들어낼 작가와, 그것을 읽을 독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박인하 교수님과 같은 평론가, 이론가, 연구가들은 작품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목격하고 의견을 나누는 데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새로운 비평가들 역시 지금을 얘기하면서 만화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3 (끝)

YOUR MANA선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