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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1

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 1

 
 
 

만화의 미래

 

스콧 맥클라우드 ㅣ 박인하 ㅣ 사회 선우훈

 

 

스콧 맥클라우드(Scott McCloud)는 만화가이자 세계적인 만화 이론가이다. 대표적 저서로 <만화의 이해>, <만화의 미래>, <만화의 창작>이 있다스콧 맥클라우드 홈페이지(링크)

 

 

YOUR MANA 창간 특집으로, 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를 기획했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미래>는 200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2016년 지금까지, 여러 예견이 들어맞았고, 몇몇 예상들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죠. ‘빗나갔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주 작은 변곡점에서 지난 16년 보다 더 긴 세월을 예견할 만큼, 스콧 맥클라우드의 혜안이 뛰어난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변혁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낡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서를 통해 만났던 스콧 맥클라우드 작가는 누구보다 새 시대의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본인의 의견이 틀리기를(그것을 빨리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직접 만나 본 스콧 맥클라우드는 진지하고 유쾌하면서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미래와, 과거에 바라본 미래는 어떻게 다른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박인하 교수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만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넘치는 많은 독자분들도 소중한 시간을 내주셨고요. 2016년 7월 28일, 부천국제만화축제 현장입니다.

 

선우훈  
사진 전수만
 

 
 
 
 
 
 
 
 
 
 

1. 만화의 현재
성취해야 할 만화의 미래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웹툰일 것이다.

 

사회 안녕하세요? 오늘 토크쇼의 사회를 맡게 된 선우훈입니다.

오늘만큼 한국 만화가, 그리고 웹툰이 주목을 받는 시기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에 걸맞게 만화 담론이 다뤄질 수 있는 공론장과 신진 평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자 만화비평 전문웹진 YOUR MANA를 창간합니다. 그래서 2016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제인 ‘만화의 미래’에 걸맞는 창간 기념 토크쇼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스콧 맥클라우드 씨의 저서인 <만화의 미래>에서 예전부터 예견되었던 모습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어떻게 실현되었고 또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과거에 예측되었던 미래와 현재의 차이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발견하고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오늘 토크의 목적입니다. 토크를 시작하기 전에 2000년 <만화의 미래>를 출간한 이후로 현재의 한국 만화가 어떻게 달려졌다고 느끼는지 스콧 맥클라우드 씨에게 간단하게 듣겠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한국의 웹툰은 <만화의 미래>의 예견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페이지나 지면보다 스크린을 하나의 창으로 인식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이 개념 자체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패드에서 화면이 잘 맞지 않아서 제대로 못 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웹툰을 보통 모바일로 보나요?

 

사회 네. 웹툰 독자의 80% 정도가 모바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그렇군요. 사실 휴대폰의 크기가 각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매우 작잖아요. 이것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매우 가깝습니다. 또 언젠가 독자가 작가에게 직접 고료를 지불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도 예상했는데, 아직 이 정도까지의 발전은 이뤄지진 않은 것 같네요. 지금은 광고료로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나요?

 

사회 트래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주류였는데, 유료 웹툰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미미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 산업에서 대안적 상품화가 가능할까 고민 중입니다. 제가 예측했었던 것처럼 스크린을 창으로 보는 개념이 가장 빠르게 정착된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미래’를 발표한 이후, 온라인 만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확장시켜나간 <I Can't Stop Thinking>(링크)를 볼 수 있는 페이지. <만화의 이해>, <만화의 미래>, <만화의 창작> 역자 김낙호 평론가의 블로그.

 
 
 
 

사회 한국은 가장 빨리 웹툰 시장이 성장한 곳입니다. 광고 외에도 각종 유료 모델을 만들었고 소셜 펀딩 등 직접적인 소비자 연결도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선 박인하 교수님이 발제문에서 다뤄주셨는데요. 한국 웹툰의 변별적 특성을 한 번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만화는 트래픽을 소비하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이 변화가 한국 웹툰이 기존의 출판만화와 다른 미학적, 소비적 특징들을 갖출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박인하

 

 
 
 
 

박인하 제가 썼던 논문을 토크쇼의 발제문으로 정리 요약했습니다. 한국 웹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래픽이라고 생각하고요, 트래픽이 많은 것을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선생님이 한국 웹툰 산업 모델 중에 인지 못 한 부분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유저들이 몇 센트 씩 줘서 작가가 일정 금액을 얻게 되고, 작가들이 작품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만화의 미래상 예측이 약간 다르게 구체화된 것을요.

일단 예전에는 만화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했던 거대한 트래픽을 웹툰에서는 만들게 되었고요. 공교롭게도 한국의 웹 환경이 포털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포털에서 제공하는 웹툰을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그 트래픽이 굉장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서 2013년, 2014년을 기점으로 특이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진 등의 유료 플랫폼이 등장하게 되는데, 저는 이러한 유료 플랫폼조차도 거대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점프>, <챔프> 등의 만화잡지가 독자들에게 만화를 소개하고 재미있는 만화를 단행본으로 구매하게 하는 형태였습니다. 이제는 트래픽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중요한 변화가 한국 웹툰이 기존의 출판만화와 달라진 미학적인, 소비적인 특징들을 갖출 수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2. 기술의 발전이 만화에 갖는 의미
기술은 개념의 인식 과정 자체를 바꾼다. 또 한 번의 변화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과거의 예상에서 어떤 점이 실현되었는지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엔 달라진 지점도 궁금합니다. 한국 웹툰의 등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로 스크롤 연출 기법이었지요. 당시 많은 사람이 주목했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윈도 OS나 웹브라우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살아남지 않았나 합니다. 이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스콧 맥클라우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로 스크롤을 얘기했지만, 가로 스크롤도 있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z축 스크롤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만화에 기술을 적용할 때 사용자가 기술이 접목되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중요한 것은 (모니터를 하나의) 창으로 봐야 하는데 그 창이 없어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즉 VR 가상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로 스크롤 만화 Hobo Lobo of Hamelin(링크)

 
 
 
 

z축을 이용한 만화 The Right Number(링크)

 

 
 
 

제가 며칠 전에 구글에 방문해 VR 관련해 3D 작업하는 부분을 봤는데, 가상현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증강현실에서 ‘포켓몬 고’가 변화를 일으켰던 것처럼요.

지금 이곳에 많은 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도 가구도, 바닥도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패널로 이뤄진 가상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만화의 빈칸에 아무것도 없이 지금 저 혼자 앉아있다고 가정해보면, 그것으로 어떻게 만화를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미 기술을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사회 한국 웹툰 독자분들은 5,600만에 달하는데요, 그 독자들의 즐거움은 한 작품을 지켜보는 것에도 있지만 다른 여러 작품과 다른 독자들의 댓글을 지켜보는 부분에도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쌍방향 소통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메인 콘텐츠뿐 아니라 서로의 위치에서 각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재미 요소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하늘을 나는 차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도로라는 시스템 덕에 계속 네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유지하게 되잖아요. 인프라가 재미를 규정해왔다고도 느끼거든요. 저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콘텐츠 소비 양상이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인하 저는 선우훈 사회자와 약간 다른 견해를 갖고 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세로 스크롤에 대한 생각은 동일합니다. 많은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요.

90년대 후반에 IT붐이 불면서 디지털 만화 서비스들이 만들어졌고, 저도 그 서비스 중 한 곳에서 기획팀장으로도 일했었습니다. 물론 성공을 거두진 못했죠. 하지만 그때 고민했던 것은 모니터에 맞는 콘텐츠였어요. 소리가 나거나 클릭을 하면 다른 곳으로 넘어가거나 하는 액티브 기능이었는데, 살아남은 것은 세로 스크롤이더라고요.

결국, 한국 웹툰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다수의 접근의 쉬운 모델에 대한 고민이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컷으로 분절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기존의 체제 및 독해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세로 스크롤 형태에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스콧 맥클라우드 씨의 말처럼 VR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바 있는데, 지금까지는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능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국 웹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저비용 구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2015년에 이르러서 원고료가 2, 3배 폭등하면서 고비용 구조로 재편되었죠(물론 최저 고료는 인상되어야 합니다).

웹툰이 지적 재산권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에게도 다른 각도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계기로 고비용 구조로의 변환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획기적인 아이템이 등장해서 성취를 이룬다면 VR을 통해 특별한 지점을 성취할 수 있도 있겠지요.

스콧 맥클라우드 지금 세로 스크롤을 얘기하면서 웹툰이 발전한 것이 가장 단순하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발견하면서 발전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가상현실이 전혀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어요. 세로 스크롤이 가장 쉽게 이해가 가능한 형식인데, 독자는 스크롤을 하는 과정을 잊고 스토리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칸 만화를 예로 들면, 첫 번째 칸에서 두 번째 칸으로 가는 여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네 번째까지 가더라도 저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죠. 독자는 네 번째 칸에서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에만 집중합니다.

만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인데요, 페이지 만화에서는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 몰입도가 떨어지죠. 그러므로 읽는 방식이 가장 단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화를 보기 위한 행동이 단순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인식되지 않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스토리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화는 읽는 방식이 가장 단순해야 합니다. 만화를 보기 위한 행동이 단순하다는 것은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스토리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콧 맥클라우드



박인하 탁월한 설명이신데요, 이는 웹툰의 힘이자 한계이기도 했습니다. 페이지 만화는 작가가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칸과 칸뿐 아니라 칸 내부에서 인물과 말풍선 등을 통해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죠.

좋은 작품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반면 웹툰은 디스플레이와 스크롤의 속도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읽히는지 작가 역시 알 수 없게 되죠. 작가는 스토리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독자 역시 스토리에 집중해 따라오게 됩니다.

출판만화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들은 처음에 웹툰을 보며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그리지?’, ‘왜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지?’하고 화를 내기도 했는데요, 특히 강풀 작가가 그랬어요. 친하니까 괜찮아요(일동 웃음).

작중에서 계속 슬프다는 얘기를 합니다. “슬퍼, 슬퍼, 슬퍼..” 학생들이 그 연출을 따라 하면 처음에 혼냈어요. 어떻게 글과 그림에서 똑같은 얘기만을 반복하느냐고요. 그런데 지금의 웹툰을 보면 해설과 말풍선이 그림에서 동일한 연출을 반복합니다. 스토리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왜 스콧 매클라우드의 설명이 탁월하냐면, VR의 경우 고비용을 구조로 넘어가면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몰입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말씀 감사합니다. 현재 1인 창작 매체로서의 웹툰 상황을 보면, 3D를 다루게 될 때 작가가 고민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술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스콧 맥클라우드 초청 토크쇼1 끝 (2로 이어집니다.)

YOUR MANAⒸ선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