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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건강한 웹툰 플랫폼의 실험은 어떤 바람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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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건강한 웹툰 플랫폼의 실험은 어떤 바람을 일으킬까

- ‘우아한형제들’ 이예근 만화경 셀장 인터뷰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경의 변별력이란 독자들에게 일상의 소소한 즐

거움을 느끼게끔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

‘배달의민족’에서 웹툰 플랫폼을 만든다고? 왜? 어떻게? 정확히는

‘배달의민족’ 서비스의 모기업 ‘우아한형제들’에서 웹툰 서비스 만화

경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들었던 호기심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

면 의구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레진코믹스가 물꼬를 트고, 카카

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이라는 양대 플랫폼을 통해 웹툰 유료 시장

이 엄청나게 커진 이후 수많은 중소 웹툰 플랫폼이 커다란 기대를 품

고 출범했지만, 그 모든 시도가 웹툰 시장의 양적 질적 향상으로 이

어지진 못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던 레진코믹스는 작

가 블랙리스트 관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며, 우리은행의 위비툰

은 중장기적인 관점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빠른 사업 철수를 결

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건 결국 작가들이다. 특유의 세련된 감각으로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

이 된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만화 서비스에 대해 기대만큼 우려가

컸던 건 그래서다.


그리고 우려와 기대 속에 등장한 만화경 1호는 모든 예상을 비껴갔다.

1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마치 잡지처럼 그것도 격주 간격으로 발

행되는 시스템은 요일별로 작품들이 업데이트되는 일반 웹툰 플랫폼

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수록된 연재작은 단 12편, 그것도 웹툰 주

독자층인 1318 세대가 좋아할만한 학원물이나 개그물 없이 잔잔하게

공감을 자극하는 작품들 위주로 구성되었다. 기대했던 이들도 우려했

던 이들도 모두 예측하지 못한 형태의 서비스. 재미있게 1호에 실린

작품을 모두 읽고 나서 든 의문은 그래서 다음과 같다. 왜 이렇게 만들

었는가, 어떻게 이 서비스를 유지할 것인가. 이것은 만화경의 다음 호

가 궁금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 답을 듣기 위해 만화경의 총괄 책임자인 ‘우아한형제들’ 신사업부

이예근 만화경 셀장을 만났다. 처음 들었던 의구심보단 훨씬 긍정적

인 호기심을 품고서.


독특하게 IT 기자 출신으로서 웹툰 플랫폼 만화경의 책임자가 됐다.

이예근 2008년부터 IT 산업과 관련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

체에서 기자로 일을 했었다. 당시에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었고,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도 취재원으로 만

났었다. 기자와 취재원으로 연을 맺고, 개인적으로는 ‘우아한형제들’

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하던 팬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

자기 연락을 주셔서 웹툰에 대한 내 생각을 물어보았고, 그걸로 시작

해 2018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그것이 만화경의 시작이었다.


기자 활동과 별개로 오랜 시간 개인 블로그에서 영화 소개를 해온

거로 아는데 원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이예근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편이라 관심 있는 작품에 대해 아카이

빙을 해왔는데, 그게 지난 10년 동안 삶의 루틴처럼 이어졌다. 만화의

경우도 어릴 때 <아이큐점프> 같은 만화 잡지를 보고 자라기도 했지

만, 이후에도 만화에 관한 관심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요새도 한 달에

한두 번 북새통문고에서 만화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최근 (11월 4일 기준) 만화경 4호가 발간됐다. 이런 호별 구성 방

식은 종이 잡지에 대한 오마주일까, 웹툰 시장에서의 새로운 플

랫폼 방식인 걸까.

이예근 내가 만화잡지의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긴 하지만 만화경 서비

스를 만들며 그런 개인적 향수가 크게 개입되진 않았다. 현재 웹툰 시

장이 워낙 커졌고 그 안에서 각각의 장점과 개성을 지닌 플랫폼들이

존재하는데, 신생 서비스로서 우리만의 변별력을 갖는 게 중요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경의 변별력이란 독자들에게 일상의 소소한 즐

거움을 느끼게끔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그 기획 안에서 독자분

들이 한 번이라도 더 봤으면 좋을 작품과 작가를 섭외했고 그런 작품

을 노출시키기에 좋은 방식을 고민하다 현재의 형태가 나왔다. 물론

개인적 향수와 별개로 만화 잡지를 포함한 여러 잡지들을 보며 콘셉

트를 잡아가긴 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란 어떤 걸까.

이예근 장르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소위 일상툰, 힐링툰에 가까울

거다. 하지만 장르적으로만 접근했다기보다는, 작가분들이 본인이 하

고 싶은 이야기를 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히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방향에서 작품들을 모으니 자연스럽게 현재 웹

툰 플랫폼 특유의 경쟁 방식, 줄 세우기 방식보다는 잡지에 가까운 형

태가 된 것 같다. 작품 간 경쟁을 하는 구도가 아닌 각각의 작품으로 다

양성을 확보한 구도를 보여주도록.


말한 것처럼 공감을 자극하는 작품이 많은데 그중에도 유독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공감할 만한 작품이 많다.

이예근 우리 서비스의 주력 대상을 2535세대 여성으로 잡았다. 그들

이 보고 듣고 싶은 작품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 없다고 봤다. 물론 기존

웹툰 플랫폼에도 그런 작품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작품이 메인

으로 떠서 독자를 만나기엔 다른 작품들이 워낙 많다 보니 묻히기 십

상이다. 본인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원하는 특정 세대 독자층이 분명

히 있으니 그런 분들과 맞을 작가들을 섭외해 길게는 1년 전부터 함께

논의하며 원고를 만들어왔다.


기성 웹툰 작가보다 키크니 작가처럼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

동하던 작가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인가.

이예근 타깃을 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모였다. 앞서 말했

듯 자신만의 장점이 있지만, 기존 플랫폼에서 미처 데려가지 못한

작가 분들을 열심히 찾았다.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이나 다음웹툰

의 웹툰리그 같은 아마추어 연재작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브런치 같은 연재 플랫폼까지 다 뒤졌다. 초

반엔 웹툰 작가 에이전시들과도 미팅했지만 신인 작가들과 함께 콘

셉트를 만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원 채대리>의 채

대리 작가의 경우엔 베스트도전 3회까지 연재된 걸 보고 얼른 연락

을 취한 케이스다.


민감한 이야기지만 레진코믹스 사태, 위비툰 사태, 케이툰 사태

등 때문에 신규 서비스와 미팅하는 작가의 불신이 굉장히 깊어

졌을 것 같은데.

이예근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기사로만 접할 때와 작가들을 직

접 만났을 때 해당 사안에 대한 온도 차가 굉장히 크더라. 그런 상황에

서 어떻게 안심시키고 또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우선 ‘배달

의민족’을 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웹툰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니 작

가들도 호기심에 만나주긴 했지만 다들 신생 플랫폼에 대한 우려를 하

고 있더라. 그 부분에서 솔직한 태도로 열심히 설득했다.


우리가 뭔가 매출을 엄청나게 높이려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소

소한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고, 또 계약이나 이

런 부분에 대해서도 작가가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했다. 회

사 법무팀에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조언도 받고. 우리의 경우

매출에 의한 개런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라

더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작은 요소요소까지 최대한 자세히 설

명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반응은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네요”였다. 나는 그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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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잡지 형식이라고는 해도 연재 작가가 12명이면 타 플랫폼

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숫자다. 심지어 격주 연재고.

이예근 처음부터 이 정도 볼륨을 기획했다. 앞서 말했듯 작가들이 플

랫폼을 비롯한 외부 요인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던 이

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고, 또 독자들도 우리가 준비

한 작품들을 천천히 집중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

려면 작가들이 조금 긴 호흡인 2주 간격으로 연재하고 연재 작품 수도

현재 12편에서 더 많아야 2, 3편 정도만 늘릴 예정이다.


서비스가 잘 되기 시작하면 ‘남들은 1주에 100개, 200개 하는데

우리도 3, 40개 정도 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이예근 아직 신생 서비스다 보니 볼륨을 키우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하

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이거라는 걸 보여주고 단단히 다져나가

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장에서도 새로 뭐가 나왔으니 요런 게 있구나

하다가, 우리가 금방 다른 플랫폼의 스타일을 쫓아가면 그냥 이도 저

도 아닌 인상을 남길 것 같다. 현재 만화경을 보는 독자들도 다른 곳

에서 볼 수 없던 작품을 진득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공감할 수 있어

서 좋다는 의견을 준다.


물론 신생 서비스로서 아직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한 게 있다는 걸 알

고 그걸 개선 및 고도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지만 이 콘셉트를 잘 유

지하면서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을 우리의 고정적인 팬으로

만드는 게 볼륨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하다.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부분에서 댓글 대신 애독자 엽서라

는 이름의 단방향 메시지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이것은 잡지 형식

으로부터 유추된 건가, 웹툰 플랫폼의 댓글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

식에서 연역된 건가.

이예근 말한 것 모두 조금씩 포함되어 있다. 잡지 콘셉트로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약간 허전한 부분이 있어서 아예 출판만화 세대에겐 예

전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요즘 독자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

을 것 같았다.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란 콘셉트인데 그걸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만들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사실 큰 기

대를 하기보단 액세서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진지한 사연을 보내주고 있다.


옛날 만화 잡지에서처럼 작가에게도 전달해주나.

이예근 따로 모아서 전달해드리긴 했다. 우리 작가들은 이번에 처음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기 작품에 대한 독자 피드백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반면 댓글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애독자 엽서로

는 대부분 좋은 이야기가 오는 편이라 따로 묶어 보냈다. ‘잘 하고 계시

다’는 일종의 응원들이었고, 보면서 힘들 내시라고. 우리도 보면서 눈

물이 나는 편지들이 있었다.


자살 시도를 했다가 우리 만화를 보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는 이

야기, 그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림을 다시 하겠다

는 이야기 등등 또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을 1,000글자 꽉 채워 보내

는 분들도 있다. 그걸 보며 애독자 엽서 서비스가 독자가 진심으로 하

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만화경 홍보를

활발히 하는 거로 보이는데, 타깃 독자와의 소통 때문일까.

이예근 인스타그램이 거의 메인 홍보 채널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한 것

처럼 2535 여성 독자가 타깃이고 그들이 인스타그램을 적극 사용 중

이다. 키크니, 감자, 씨씨 작가 등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으므로 홍보

나 이벤트 모두 인스타그램을 중심 공간으로 삼고 있다. 우리에게 막

대한 홍보비용이 책정된 게 아니라 자발적인 입소문이 필요한 편인데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사전에 조사해보니 다른 플랫폼들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

지만, 우리처럼 인스타그램용으로 이미지 컷을 구성하고 열심히 하는

곳은 별로 없더라.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천

천히 우리 서비스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늘어나는 걸 느낀다.


인스타그램 홍보에서나 만화경 내 작품 소개에서 편집자 캐릭터

가 등장하는 것도 인스타그램 시대에 맞춘 캐릭터라이징인가.

이예근 처음에는 만화경 안의 단편 만화를 소개하는 역할로 등장한 거

다. 단편의 경우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한꺼번에 공개를 해버리는

데, 한 편당 컷 수가 아주 많아서 보통 1~8화까지 보면 내 기준에서는

30~40분은 걸리더라. 그런데 작품 자체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보니 누군가 이 작품은 이러이러한 주제의식과 스타일에 장점이 있다

고 가이드를 안 해주면 1화부터 보기 힘들 수 있다.


자칫 1화만 보고 지레 판단하고 안 볼 수도 있고. 가령 단편 <논스톱

서브웨이>의 경우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정석적인 스토리와는 거리

가 먼 판타지인데 이에 대해 미셸 공드리의 영화 같은 작품이라고 미

리 설명을 해주면 오해나 의구심 없이 작품의 의도를 따라갈 수 있겠

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작품이 이야기를 왜 독자에게 보여

주고 싶은지 전달할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개구리 편집자, 꼬

꼬댁 편집자가 등장하게 됐다. 결과적으론 이것도 우리 서비스와 잘

맞는 방식 같다.


사실 단편뿐 아니라 현재 만화경 연재작 다수가 1318세대를 타깃

으로 한 요즘 웹툰의 첫 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보통 웹툰이

라고 하면 첫 화에서 확 치고 들어가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데 만화경의 작품은 슬로우 스타터에 가깝다.

이예근 일부러라도 슬로우 스타터로 가려고 했다. 그게 작가들이 자

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봤다. 물론 초반부터 터뜨릴 수

도 있고 그에 따른 장점도 명백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구조, 그 구조를 통해서 풀어가고 싶은 흐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대형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더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대중음악계의 안테나 뮤직 같은 회사처럼 자기 호흡

으로 자기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충성도 높은

청취자들과 연결되지 않나.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했다.


사실 작화도 <윌슨가의 비밀> 정도를 제외하면 요즘 웹툰 작화에

비해 채도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이예근 우리도 그걸 모아보니 알겠더라. 말한 것처럼 <윌슨가의 비밀>

을 보고 ‘아 그래 이게 우리가 알던 웹툰이었지’ 싶었다. 하지만 역시 그

것도 작가 개성이고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분명히

요즘 웹툰처럼 쨍한 색감은 아니지만, 낮은 채도로 톤 다운을 하면서 이

야기를 음미하며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색감뿐 아니라 요즘 웹툰에 비

해 대사도 많은 편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가끔 좀 줄여주길 부탁할 때

도 있는데, 그렇게 줄이면 역시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더라. 그래

서 최대한 작가 입장에 맞추고 있다.


작가 입장에 맞춰준다는 것이 단순히 일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편집부가 그들의 의도를 이해하며 서포트 해준다는 것일 텐데.

이예근 아무래도 연재 작품이 많지 않다 보니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

션을 할 수 있다. 초기 미팅을 하던 시기부터 작품 시놉시스를 들어보

고 꾸준히 논의를 해왔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건드리기보다는 조심스럽게 표현을 좀 바꿔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보는 식으로.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 파트너로서 신

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가령 컷 구성상 말풍선을 조금만

더 크게 하자고 의견을 주고 실제로 봤을 때 더 나아지는 것처럼, 이야

기는 건드리지 않되 기술적으로 더 나아지는 식인 거다. 우리가 뭔가

제어하기보다는 작가의 성장을 보는 느낌이다.


본인은 IT 기자 출신인데 편집부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고 또

편집부는 어떤 인력으로 구성되었나.

이예근 나도 처음 작가 미팅을 할 땐 편집자로서 만났는데, 지금은 총

괄 책임자 입장이 되어서 그 이후 새로 들어오는 편집자들은 좀 더 만

화에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이들로 구성했다. 가령 기존 플랫폼에서

웹툰 PD를 하는 분들이라거나.


이들도 처음에 만화경의 콘셉트에 대해 의구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

지만, 일단은 재밌어 한다.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작가들도 그 호의를 의심 없이 수용하고 또 자기 의견을 편하게 전달

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같은 거대 플랫폼 사이에서 작지만 건강한 모델로 잘 버텨보고 싶다.


작지만 건강한 모델도 좋지만, 만화경은 ‘우아한형제들’의 신사업

이지 않나. 그 이상의 목표는 없나.

이예근 얼마 전 회사에서 ‘띠잉’이라는 앱을 오픈했는데, 그것도 우리

와 같은 신사업 부문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의 경우 사업 확장성보다

도 재밌는 아이디어를 실현해본다는 의미가 크다. ‘ㅋㅋ 페스티벌’이

나 폰트 제공도 그렇고 이윤추구보다는 이런 게 재밌을 거 같다고 시

도해보는 게 많고 만화경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 모습에 만족하거나 이게 최종 형태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우

리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변할지는 우리도 기대되고 궁금하다. 다

만 앞으로의 목적지를 미리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선 기

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서 잘 쌓고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지금

하는 걸 단단히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

고 좋은 서비스 경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다 보면 그다음 미션이나 아

이디어가 떠오르겠지. ◆


*<지금, 만화> 제1호~제5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