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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지워주는 남자>, 탈 코르셋 이슈를 녹여서 버무리는 화제의 인기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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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지워주는 남자>, 탈 코르셋 이슈를 녹여서 버무리는 화제의 인기 웹툰

- 이연 작가 인터뷰

 

글 최지은 사진 최민호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 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쁘다. 내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평범한 외모의 대학생을 모델로 발탁해 서바이벌 메이크업 화보쇼에

출전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다시 태어나는 성공담, 그리고 외모 변신을

통한 자기 긍정 속에서 꽃피는 로맨스를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네이버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

예쁘지 않았던여성이 예뻐지는 이야기를 넘어 여자는 왜 예뻐야 하는지, 예뻐 보이기 위해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예쁜 외모란 과연 권력일 수 있는지 등 지금 한국 사회에서 꾸밈 노동과 탈 코르셋

(여성에게 과도하게 요구되는 꾸밈 노동과 규범적 여성성을 거부하는 운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TV쇼를 무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참가자들의 흥미로운 서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러한 질문들을 통과하는 주인공 예슬은 점점 자신을 찾아가며 성장하고, 그가 출연

중인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다. 어쩌면 진짜 제목은 화장 지워가는 여자

것 같다는 독자의 반응이 특히 인상적인 이 작품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고 있을까.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이연 작가를 만났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출발점은 무엇이었나.

이연 대중적인 소재로 얼마나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였다. 소재 선택은 대중적인

소재 중 가장 내 삶에 밀접한 것을 선정했다. 마침 당시 네이버웹툰에 메이크업에 관한

만화가 거의 없기도 했다.

 

어떤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갈지도 중요했을 텐데,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하고

점점 적극적으로 화보 촬영에 참여하는 예슬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연 역시 대중성을 고려해 평범한 여자와 능력 있는 남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구상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너무 평범해서 도움만 받으면 매력이 없으니까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았고

민폐 여주라고 욕먹는 것도 싫었다. 유성이 메이크업을 해주는 만큼 예슬이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살을 붙여나갔다. 예슬이 사진을 전공한다는 설정은 PD님이 주신

아이디어다.

 

초반에는 평범한 예슬이 화장을 통해 예뻐지며 신분 상승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선 촬영에서 강하고 섹시한 여전사콘셉트를 제안하는 유성에게 예슬이

전사는 강한 느낌인데 왜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 캐릭터의

특별함이 전해진 것 같다.

이연 만약 그 질문에 대해 아닌데? 여전사들도 전부 강한데?”라는 반응만 나왔다면 예슬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로 보였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독자들이 얘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과 함께 예슬이에게 공감해주셨다. 본인들이 숱하게 보고 겪은 일이 있어서

예슬이를 특별하게 여겨주신 것 같다. <화장 지워 주는 남자>에서 여성이 고통받는 모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한 줄만 언급해도 독자들이

맥락을 파악해 주신다. 본인이 겪은 경험이 있기에 그게 가능한 거란 생각이 든다.

 

예슬이 자라며 들었던 대학 가면 다 예뻐져”, 메이크업 숍에서 들은 요새 화장은 예의

같은 말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기도 하다.

이연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모든 사람이 한 번도 안 들어본 말은 아닐 것 같다. 사실 난 어릴 때는

화장품 냄새와 촉감을 싫어해서 스킨로션도 일절 안 발랐다. 나이 먹어도 절대 화장 안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화장을 시작했다.(웃음)

 

어떤 계기가 있었나.

이연 SNS의 소위 얼짱이나 아이돌을 보다 보니 ?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같은 말, 남자 고등학교에 흔히 붙어 있다는

열심히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같은 급훈이 사회적인 압력으로 존재하니까 나도 당연히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여자의 가치는 예쁨에서 결정된다고 말이다. 학생 시절에는 톤업 로션에

틴트나 빨간색 립밤 바르는 게 유행이었는데, BB크림도 막 출시될 때라 제법 빠르게 사용했었다.

피부 색조를 균일하게 만들고 잡티를 가려주니까 BB크림 바른 피부를 내 기본값으로 놓은 거다.

여자는 무조건 잡티 없는, 백지장 같은 피부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BB크림을 안 바른 내가 결점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화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로 화장을 열심히 했나.

이연 스무 살 때부터 8년 정도 본격적으로 화장을 했다. 제품도 많이 사서 화장품은 인테리어야.

그걸 누가 다 발라? 손자한테 물려줄 거야!”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레드 립이

유행이라고 하면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나가서 모든 색을 발라본 다음 두 개를 샀다.

그래 봤자 한 세 번 쓰고 내년 되면 유행 지나가는데. 이른바 필수템이라는 걸 다 샀고 화장품

정보공유 사이트에 이 아이섀도 써보니까 장난 아냐. 눈이 엄청 그윽해져!” 같은 글이 올라오면

그럼 나도 그윽한 눈매 가져야지!” 하면서 나한테 어울리는지 테스트도 안 해보고 주문했다. (웃음)

꼭 유행에 편승해야 하고, ‘이거 없으면 나만 뒤떨어지겠네?’ 하는 기분으로 지냈는데, 이런

경험들을 만화 속 화장품 회사인 GC의 경영진들이 잘 써먹고 있다. 내가 엄청나게 몰두하고

열성적으로 해본 기억이 반영되는 거다.

 

그렇게 화장을 좋아했는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연 탈 코르셋담론을 어쩌다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탈 코르셋 인증 사진 같은 걸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게 느낌표를 만들어준 계기가, ‘왜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 남자는 그냥 단정하게 나오라고 하면서 여자한테만 가벼운 화장을 요구할까?’라는 질문을 보고

나서였다. 그게 확 와닿은 이유는, 나도 옛날에 아웃렛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매일 규정 때문에

화장하고 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무 살 때 반영구 아이라인 시술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침에 화장 빨리하려고 얼굴에 문신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 그냥 화장을 안 하면 되는데.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여자에게만 꾸밈을 강요하는 회사의 규정 때문에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나아가서는 얼굴에 문신까지 하게 되는 게 노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거의 화장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예전보다 훨씬 편하다.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누군가 왜 그런 걸까?’라고 질문해줬기 때문에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먼저 질문을 던지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의문을 갖고 생각하더라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이연 일단 여자들이 좀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신기한 게, 뭔가 하나를 편하게 하기로 결심하면

거기에 딸려서 바뀌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성인이 되고 하이힐을 신게 되면서 약속에

나갈 때마다 비닐봉지에 단화나 슬리퍼를 넣어 갔다. 친구랑 얘기하다가 발 아프면 갈아신고,

집에 돌아갈 때도 지하철에서 슬리퍼 신고 갔다. 그냥 처음부터 편한 신발 신고 가면 되는데,

예쁜 원피스 입었으니까 예쁜 구두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편한 신발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그에 맞춰서 원피스를 안 입게 되는 거다. 발을 조이는 게 싫어서

그만두니까 몸을 조이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걸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 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쁘다. 내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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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의 친구이자 <페이스오프 신데렐라>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주희원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인물이다.

이연 희원이는 예쁜 여자에게서 예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캐릭터다.

흔히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이라는 말을 하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결국 돈 많은 남자

만나서 편하게 산다는 얘기다. 그러면 그 안에서 그 여자의 삶은 없는 거 아닌가. 예쁜 여자에겐

권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진짜 권력이라면 희원이를 공격하려 했던 남학생이 애초에 그런 짓을

못했겠지. 또한, 희원은 누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예쁨에 가려져 실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실력보다 외모를 더 인정받는 사람의 딜레마를 그리고 싶었다.

 

희원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는 점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경쟁하면서도 각자의 서사 안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연 여캐(여성 캐릭터)는 너무 쉽게 욕을 먹는다. 그래서 욕 안 먹는 여캐를 만들려면 캐릭터 설정

폭이 진짜 좁아진다. 무조건 정의롭고 정당하고 예쁘면서 사이다를 줘야 하고, 절대 주인공에게

나쁘게 굴면 안 되고, 하는 일이 없으면 또 민폐 캐릭터 취급을 받는다. 희원이도 처음 등장했을 때,

크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쟤는 X년이다”, “네이버웹툰 핑크 머리는 다 악녀구나

하는 댓글이 있었다. 사실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라는 대회 자체가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축소판인데,

그걸 놔두고 얘가 나쁘네’, ‘쟤가 더 나쁘네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에

관해 보여줄 때 이 만화의 최종 빌런이 뭘까? 그게 정말 여자일까? 정말로 빌런이 사람이기는

할까?’라는 점에 신경을 많이 쓰며 그린다.

 

열한 살 키즈 모델 장미미를 통해서는 미디어가 여아를 성적대상화 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연 우연히 아동복 쇼핑몰 화보를 봤는데 여아와 남아를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

특히 수영복 화보에서 5~7세 정도로 보이는 여아에게 성인처럼 화장을 시키고 비키니를 입혀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게 한 걸 보고 정말 놀랐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런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

혹은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충격받았다.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희생되지

않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도 강화되길 바란다.

 

아이돌 메이크업 미션 편에 등장한 걸그룹 멤버 김향기의 웃으면서 해내고 있는 게 아니었어.

우리에게 허락된 얼굴이 웃는 것밖에 없었던 거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생각 끝에

나온 에피소드였나.

이연 악성 댓글 문제도 있고, 결정적으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었던 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다이어트 레시피였다. ‘걸그룹 누구 식단 관리법해서, 상추만 먹는다거나 아침엔 사과 하나,

점심엔 아몬드 여섯알, 저녁엔 고구마 하나 먹고 끝이라는 식이다. 그걸 먹고 엄청 바쁘게

움직이는데, 건강 쪽으로 많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이돌에 관해 알아보니 몸의 고통이 당연시된

것들이 많았다. 굶고, 하이힐이 안 벗겨지도록 테이프를 감고 춤을 추기도 하고, 몸이 아파도

방송을 해야 하고, 치마 아래 각도의 사진이 돌아다니거나, 성희롱적 악성 댓글들이 달리고, 아파서

표정이 좀 안 좋으면 또 태도가 나쁘다라거나 대충 한다고 지적받더라. 그런 점에서 아이돌은

만화에서 요구되는 욕먹지 않는 여캐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화를 모티브로 한 화보 미션에서는 고수머리 리케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카드로 내놓아서 관심을 모았다.

이연 동화 원전 같은 걸 찾아보기 좋아해서 <푸른 수염>을 쓴 샤를 페로의 작품집을 가지고 있는데,

고수머리 리케는 거기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신데렐라인어공주로 미션을 생각하다가,

이번 회차에서 끊고 갈 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고수머리 리케를 던지면 궁금해할 것 같았다.

실제로 모르는 분들이 많았는지 만화가 업로드되고 나서 실시간 검색어로 고수머리 리케

올라가서 신기했다.

 

유성과 예슬 팀뿐 아니라 라이벌 팀의 다양한 화보 콘셉트, 퍼포먼스를 구현하려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연 일단 줄거리를 생각해둔 다음 거기에 맞는 콘셉트나 기법을 찾는 편이다. 메이크업 화보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 핀터레스트의 메이크업 사진들을 보기도 한다. 실제 업계 종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모티브를 따올 때도 있고 디테일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는 내가 발전시키는 편이다. 이를테면

예전에 인터뷰한 사진작가께서 추천하신 닉 나이트를 예슬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라는 설정으로

넣었는데 이 작가의 사진을 검색해보니 존 갈리아노 패션쇼가 나왔다. 굉장히 멋져서 기억해뒀는데,

나중에 고수머리 리케화보 콘셉트를 구상하다 보니 그 쇼에 나온 것처럼 특수효과로 파우더가

날리는 효과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희원의 아이돌 메이크업 같은 경우 메이크업 자문

선생님께서 모델의 몸에 관절 같은 걸 그려서 진짜 인형처럼 연출해보면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신 데서 떠올렸다.

 

매회 구성이나 편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인터넷 방송 시청률 경쟁 편에서 제작진이 진흙탕 싸움을 유발하기

위해 투입한 설정들이 재미있다.

이연 파워 밸런스 맞추는 것과 독자들이 승자를 예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한다. 누가 봐도

이번 화에선 희원이가 이긴다 하면 재미가 없고, 알지도 못하는 팀이 갑자기 1위 하면 이상하니까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지점과 의외성을 혼합해서 내용을 만들고 순위를 종합한다.

인터넷 방송 편은, 원래 2라운드로 구성했는데 그러면 8개 팀에 돈이 너무 적게 분배될 것 같아서

3라운드로 늘렸다. 그런데 유성이가 민낯을 공개하면 당연히 시청자가 엄청 늘어날 테니까 예슬이가

얼굴 공개할 이유도 없어지고 임팩트도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시청률 교환권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걸 쓰려면 다른 팀 아이템도 만들어야 하니까 전파 방해, 음소거 같은 설정도 떠올랐다.

 

외모 강박과 꾸밈 노동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한편 데이트 강간 약물,

택시 기사의 성희롱, 나이 든 비혼 여성을 향한 편견 등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도 서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연 대부분 경험담이다. 내가 택시를 정말 많이 타니까 예슬이가 겪은 택시 에피소드에는 내 경험과

주변 여자들 이야기가 섞여 있다. 즉시 달려온 유성이는 픽션이지만 택시 기사의 성희롱은 현실이다.

약간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택시에서 그런 얘기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길에서

전화번호 물어보는 남자한테 거절하면 맞을까 봐 무서울 때도 있다. 데이트 강간 약물 같은 건 내가

겪은 적은 없지만, 그걸 테스트하는 매니큐어 자체는 실제로 개발을 한 물건이니까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무슨 저런 일이 실제로 있냐?”, “어떻게

저런 일이 한 명한테 다 일어나냐?”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여자들은 다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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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 예슬의 관계는 로맨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만, 예슬이 유성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그에게 구원받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고심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펼쳐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연 구원받는 관계 이야기를 하셨는데, 결국 구원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건 가벼운 계기를 만들어준다거나 손을 잡아서 이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이끌어주는

정도니까. 예슬이가 자기 힘으로 변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유성이가 하는 건

계기를 마련해주는 정도지만, 그게 누군가에겐 큰 발판이 될 수 있겠지. 그런 감정과 관계들을

좋아한다. 원래 막 끈적한 감정보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동지애를 더 좋아해서. 어떤 목표를 향해

예슬이와 유성이가 나란히 이인삼각을 열심히 해 나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관계로 진행해

나가려고 한다.

 

이 작품을 잘 마치고 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가.

이연 현대 판타지 스릴러물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정해진 공간과 룰 안에서 주인공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도 그려 보고 싶다. 심리전을 좋아한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통해 작가로서 무엇을 계속 중심에 두고 싶은지 조금이라도

분명해진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연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성공한 만화는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인데, 나는 남자 주인공에 이입을 잘 못 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니까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 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하면서 독자들이 감사하게도 여자

주인공을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지금, 만화> 제1호~제5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