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tic
[스크랩]
<화양연화 Pt.0 ‘SAVE ME’>, 아이돌 산업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3ca8a5a9f9bd25881128e7515acffdef.png

<화양연화 Pt.0 ‘SAVE ME’>

(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림 LICO. 네이버웹툰 연재)

 

 

<SAVE ME>화양연화의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완성시키고,

이것은 다시 새 앨범에 담긴 콘텐츠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이하 <Map of the soul>)를 지난 412일에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화양연화 Pt.0 ‘SAVE ME’>(이하 <SAVE ME>)

지난 117일부터 411일까지 네이버웹툰에 연재됐다. 방탄소년단의 팬은 <SAVE ME>의 마지막 화를

읽은 다음 날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음악을 듣게 된다. 팬이 아닌 사람에게 <Map of the soul>은 단지

7곡이 담긴 앨범일 것이다. 반면 <SAVE ME>를 모두 읽은 팬에게 <Map of the soul>은 방탄소년단이

만들어가는 맥락들의 한순간이다.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콘텐츠라 읽었던 웹툰이, 알고 보니 컴백 하루 전에

끝나는 컴백 프로모션의 일부였다. 웹툰과 앨범은 각각 독립적으로 감상 가능한 콘텐츠지만,

두 개를 모두 감상하면 새로운 의미가 도출된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세계관과 웹툰의 연결고리

<Map of the soul>의 타이틀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영어 제목 ‘Boy with luv’는 방탄소년단이

2014년 발표한 상남자의 영어 제목 ‘Boy in luv’와 유사하다. 그리고 앨범의 첫 곡 ‘Intro: Persona’

뮤직 비디오에서 멤버 RM상남자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교복을 입고 있다. 이런 힌트들을 발견한

팬들은 <Map of the soul>이 방탄소년단 세계관의 리부트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마블의 슈퍼히어로도

아닌 아이돌에게 무슨 리부트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SAVE ME>는 리부트는 아닐지라도 시간여행,

보다 정확히는 루프를 다룬다.

 

김석진()은 같은 학교 친구로 설정된 다른 멤버들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김석진이

<SAVE ME>에서 겪는 일들은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시리즈에서 묘사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SAVE ME> 앞에 화양연화 Pt.0’가 붙는 것 자체가 <화양연화 Pt.1>, <화양연화 Pt.2> 등 방탄소년단의

앨범과 연속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I need U’‘Run’ 등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Pt.1, 2> 시절 뮤직비디오 속에서 묘사된 멤버들의 모습이

<SAVE ME>에서 다시 등장하고, <SAVE ME>는 멤버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SAVE ME>화양연화의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완성하고, 이것은 다시

새 앨범에 담긴 콘텐츠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 Pt.1, 2>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뒤, 아이돌 그룹이 세계관을 갖는 것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해당 세계관을 <SAVE ME>, 소설의 형식으로 정리한 <화양연화

더 노트>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서 화양연화이외의 앨범 시리즈까지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묶는다. 팬들도 루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에서 리부트가 어색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 리부트는 <화양연화 Pt.1, 2>가 아닌 방탄소년단의 초창기인 학교 3부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인기 아이돌인 실제 그들의 역사와 화양연화를 중심으로 펼쳐진 가상의 역사라는

두 개의 세계를 갖는다.

 

이 두 개의 세계는 상호 보완하며 각자의 세계를 넓혀 나간다. <SAVE ME>에서 김석진은 자신의 방 안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꽃잎을 본다.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초현실적인 표현으로만 보이겠지만,

팬들에게 이 꽃잎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꽃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봄날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고,

이 곡의 가사에는 눈꽃이 떨어져요’,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 피울 때까지 그곳에 좀 더 머물러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게 봄날에 담긴 소재는 <SAVE ME>의 이야기를 꾸미는 소재가 된다.

 

반대로 가상의 이야기는 현실의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 시킨다. <SAVE ME>에서 김석진은

이미 얽혀버린 운명 속에서 혼자의 힘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라고 말한다. 작품 속에서 이 대사는

루프에 갇힌 그의 운명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방탄소년단 멤버간의 우정, 또는 케미스트리를 보다

구체적이고 강한 에너지로 전달한다. 방탄소년단이 주인공인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죽음과 시간마저

뛰어넘는 운명으로 묶인 존재가 됐다.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기본적인 매력이 <SAVE ME>

같은 2차 콘텐츠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다듬어진다. <SAVE ME><화양연화 Pt.1, 2> 시리즈의 뮤직비디오들을

통해 묘사되는 어둡고 우울한 청춘의 모습은 방탄소년단 이 노래에서 표현하는 그들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50f39cfac56e3850b318fcdf69e40de5.png

작품 속 김석진 (방탄소년단의 진)은 형제 같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타임 루프를 감행한다.

 

 

아이돌 캐릭터라이징, 현실과 가상의 변증법

<SAVE ME>의 창작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X LICO’로 표기된다. <SAVE ME>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이것은 조금 다른 의미로 보인다. 이 회사는 노래, 뮤직비디오, 웹툰, 소설 등 각각 다른 종류의

콘텐츠가 가상의 세계를 일관되게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것이 결국 실제의 방탄소년단을 이해하는 자료가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세계는 그 자체로 판매되는 콘텐츠로 발전한다.

 

<화양연화 더 노트>는 이미 베스트셀러다. <SAVE ME>는 방탄소년단의 팬이 먼저 접근하겠지만, 방탄소년단이

회자 될 때마다 꾸준히 퍼지면서 청춘의 이야기와 루프에 흥미를 느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 현실이 가상을

만들어내고, 다시 가상이 현실에 영향을 주며, 결국 그 두 세계가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것은 웹툰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 산업의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을 연구해야 할 이유다.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소속사는 지금 현실의 아이돌마저도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와,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마치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명석 | 대중문화 웹매거진 <아이즈> 편집장.



*<지금, 만화> 제1호~제5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