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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jpg, 한국 웹툰이 처한 어떤 국면

비평

 

공감.jpg
한국 웹툰이 처한 어떤 국면

 

성상민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받는 웹툰은 무엇일까. 많은 작품이 연재되고, 또 등장하지만, 임총 작가의 <공감.jpg>를 꼽고 싶다. 2016년 10월, 네이버에 1화가 올라온 이후로 지금까지  평균 별점이 10점은커녕 5점조차 넘기지 못하는 신세지만, 화제가 되는 작품 중 하나다.
 
<공감.jpg>는 네이버의 <2016 찾는다! 우리는! 파. 괘. 왕> 공모전에서 여러 논란 끝에 3등 상을 수상했다. 정식 웹툰으로 연재되자 독자들로부터 수준이 낮다는 지속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작가의 그림 실력이 형편없으며, 담고 있는 내용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감.jpg>는 ‘디씨인사이드’나 ‘오늘의 유머’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는 ‘~할 때 공감’ 부류의 게시물을 그대로 만화에 옮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을 지적하는 여론대로 <공감.jpg>의 구성은 무척 단출하다. 매화마다 특정한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일 한두 가지 정도를 코믹하게 담는 것이 만화의 전부다. 독자들의 ‘공감’을 유도하는 내용으로만 가득하고, 개그 코드도 식상한 편이다. 작품에 대해서 깊게 말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 그렇다고 작화가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독자들이 비난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파.괘.왕 공모전’에는 ‘연재 경력 1년 미만’이라는 응모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임총 작가는 <공감.jpg>를 '캠퍼스 잡앤조이'나 ‘카카오 토픽’, ‘피키캐스트’ 등의 미디어에서 <대학생이 그리는 공감툰>이라는 제목으로 3년 이상 연재했다. 응모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작가의 수상과 연재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작된 공감툰, <공감.jpg>
 

 

<공감.jpg>는 네이버의 <2016 찾는다! 우리는! 파.괘.왕> 공모전에서 3위를 달성해 연재를 시작했다.


 
독자들이 비난하는 지점들은 웹툰 플랫폼의 대다수 일상툰의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공감.jpg>를 다른 일상툰과 비교하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자. 마치 ‘그림판’으로 그린 것만 같은 작화를 제외하면, <공감.jpg>가 지니고 있는 특징이 다른 일상툰과 큰 차이가 있는가?
 
네이버만 봐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주제로 삼는 동시에, 낮은 밀도의 작화를 지닌 일상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진수 작가가 짧은 호흡으로 그리는 일일 연재 웹툰 <하루 3컷>.

 


배진수의 <하루 3컷>은 제목에서 말하는 대로 주5일 꾸준히 올라오는 일상툰 계열의 3컷 만화이다. 매 화 특정한 상황이 한 가지씩 제시되고, 그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행동을 통해 공감과 개그를 만든다.
 
작가의 전작 <금요일>에서 보여준 밀도 높은 작화와 달리, <하루 3컷>의 작화는 무척 단순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을 머리나 옷 같은 세부 표현을 생략한 채 그리는데, 배경이나 소품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이 취하는 포즈나 표정으로 내용의 절반 이상을 전달한다.
 
자까 작가의 <대학일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극사실주의에 기반한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의 대학일기’라는 소개 문구가 붙은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 방점을 두고 전개한다.
 
<대학일기>의 경우, 수강신청과 같이 대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작화도 <하루 3컷>과 비슷하다. 다른 세부 표현들을 모두 생략하거나 단순화한 뒤, 등장인물들의 포즈와 표정을 강조한다.
 



 

자까 작가의 ‘대학생용 공감툰' <대학일기>.

 


저밀도 작화의 무수한 일상툰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노리면서 양산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공감.jpg>는 ‘공감될만한 상황’ 이외의 요소는 사실상 없고, 저밀도의 작화가 빈번한 한국의 일상툰 중에서도 가장 낮은 밀도의 작화를 지니고 있다.

<공감.jpg>는 공감툰의 핵심적인 특징들만 뽑아 낮은 수준으로 재현하는 작품인 셈이다.
 
 

무엇이 <공감.jpg>를 만들었나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감.jpg>는 ‘네이버 웹툰’이라는 플랫폼 내부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요일별 작품 리스트는 별점, 조회, 댓글 지표를 통해 각 작품의 인기를 반영한다. <공감.jpg>는 평균 별점이 5점을 넘기지 못하지만  리스트 중위권에 계속 배치된다.
 
<공감.jpg>의 별점이 현재 하위권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욕하기’ 위해 작품을 보거나 댓글을 남기는 독자가 꽤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악플’로 작품이 중위권의 주목도를 유지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래서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 별점을 남긴 이용자의 수로 판단해도 <공감.jpg>는 매화 2만 명가량의 별점 평가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감.jpg>는 별점이 낮지만 조회 수는 많다. 반대로 같은 네이버 연재작 <송곳>은 별점이 높아도 조회 수 자체가 무척 낮다.

 


연재 리스트 하단에 위치한 <송곳>의 별점 수가 매 화 5천도 넘기기 버거운 걸 생각하면, 이미 어떤 식으로든 <공감.jpg>는 네이버에 큰 도움이 된다. <공감.jpg>는 작가에게만 효율적인 작품이 아니라, 플랫폼에게도 효율적인 작품인 셈이다.
 
작품이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플랫폼에 도움이 되는 이 상황은 정말 역설적일까? 웹툰이나 플랫폼 평가를 ‘작품성’이 아니라 ‘조회 수’와 같은 주목도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좋은 평가, 낮은 주목도의 작품 보다 온갖 욕에 시달려도 높은 조회수의 작품이 광고 같은 부가 수익을 만든다.


낮은 수준 그러나 높은 효율의 공감툰

작가 입장에서 낮은 수준 그러나 높은 효율의 공감툰은 당연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주간 연재는 물론 주 2회 연재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작가가 마감으로 겪는 고통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잡지 시절에는 매주 그려야 하는 분량이 정량화가 되어 있었지만, 스크롤링 방식이 보편화된 웹툰에서는 정량화가 결코 쉽지 않다. 독자들이 매화 더 많은 작품의 양을 기대하는 상황이라 작가에게 주어지는 일의 무게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물론 월 고료로 100만 원도 채 받기 어려웠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2017년 현재 고료는 200만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원고료가 상승해도 고밀도의 작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상에 앉아 작품을 그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작가가 겪는 스트레스의 강도 역시 늘어난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덤이다.
 
여기다가 작품의 기반을 탄탄히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참고 자료를 수집하거나 자체적으로 취재하게 된다면, 작가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은 한없이 줄어든다.
 
주 1, 2회라는 연재 주기와 독자의 기대. 이러한 구조 안에서 수작을 탄생시키려면 결국 작가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루리웹’에 업로드 되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익명의 게임 프로그래머가 만든 만화의 일부. ‘현질’을 유도하는 게임을 만든 것을 이기적으로 옹호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게임 산업의 노동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좋은 게임만 나오길 원하기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공감툰이 점차 증가한다는 것은, ‘작품의 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 전방위로 비난을 받을지라도 ‘삶의 질’을 택하는 작가가 늘어났다는 뜻도 된다. 어차피 어떤 밀도로 작화를 그리던, 어떤 종류의 작품을 그리던 작가들이 받는 고료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물론 <공감.jpg>를 결코 좋은 작품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단순히 작품 하나만을 욕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라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공감.jpg>는 단순히 작가 한 명의 수준이 일천해서 탄생한 만화가 아니다. 이런 웹툰은 단기적 수익만 좇는 플랫폼,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피한 작가, 욕하는 행위를 또 하나의 오락 거리로 즐기는 독자들이 함께 만든 ‘키메라’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웹툰을 비롯한 한국 만화가 놓인 구조 자체에 달려 있다. ‘한류’, ‘총 산업 규모 1조 원’ 같은 산업적인 수식어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작품 창작되는 구조에 집중하며 고민하려는 움직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진정으로 <공감.jpg> 같은 작품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 한국의 만화가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YOUR MANAⒸ성상민

 

<공감.jpg>(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