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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콤플렉스 붐

비평

로리타 콤플렉스 붐
서브컬처 내의 아동 성애, 2차원은 무죄?
 
 

  이우에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13742101210004.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806pixel, 세로 1800pixel

크림레몬 파트 1 <媚・妹・Baby>

 
1984년 8월 11일, 페어리더스트가 제작한 크림레몬 시리즈의 첫 작품 <媚・妹・Baby>(Be my baby)가 소에이신샤(創映新社)를 통해 비디오로 출시된다.
 
크림레몬 시리즈는 성인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로, 오리콘 비디오차트에 진입하는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발표된 성인 애니메이션들이 있음에도 그 인지도 때문에 일본 최초의 상업 성인 애니메이션이라 불린다.
 
시리즈 중 제일 처음 발표된 媚・妹・Baby(Be my baby)는 고등학생인 아미와 그녀의 이복형제인 히로시의 관계를 다룬다.
 
본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은 대중적 성공을 노린 상업 ‘성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왜 주인공이 미성년자냐는 것이다.
 
최초 캐릭터 설정에서 아미의 연령은 만 11살(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나, 일본 비디오 윤리 협회에서 주의를 받고, 나이 설정을 고등학생으로 수정했다.
 
성인물 등장인물의 첫 연령설정이 11살, 수정 이후에도 여전히 미성년자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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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媚・妹・Baby>의 또 다른 버전의 표지. 나이 설정이 중간에 바뀌었기 때문에 작중에서도 작화의 차이가 있다.

 


크림레몬 시리즈는 그 이후에도 주로 미성년자의 관계를 그린 작품을 냈고, 개중엔 아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도 존재했다.
 
대중적 성공을 노린 ‘성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설정이 왜 미성년자이어야 했을까? 이러한 설정의 작품이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일본 오타쿠들은 다 페도필리아였던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은 80년대 로리콘 붐에 있다.
 



로리타 콤플렉스 붐의 시작
 
80년대의 ‘로리콘’ 붐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적 배경이 있지 않고서야 소녀를 성적인 욕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
 
먼저, 70년대에 많이 팔렸던 소녀 누드집을 예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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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모치 카즈오, <님펫 12세의 신화>(노벨쇼보, 1969) 사진은 디럭스판 표지.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은 종전 후 계속되는 전쟁(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과 냉전으로 인해 복잡했다. 이에 사람들은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것을 갈망하였고, 이는 ‘처녀성을 가진 소녀’라는 소재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당시 소녀누드집은 명분상 ‘성해방’ 등의 메시지를 담은 ‘예술사진’ 카테고리로 발행되었으나(이것도 물론 유해하다.) 개중에는 노골적인 성적 욕망을 담은 것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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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앨리스>(사와타리 하지메, 카와데쇼보신사, 1973)
 


시간이 지나며 초반의 자연 콘셉트를 앞세운 사진집들과 달리 소녀를 페티쉬의 대상으로 담아낸 탐미적인 사진이 등장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음모의 묘사가 금지되어있었고, 2차 성징이 오기 전 여자의 성기는 외설로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누드집은 포르노의 대체재로서 소비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동성애자가 아닌 일반남성의 소비율도 높았다.
 
이렇게 ‘소녀’라는 수동적 소재에 대한 이미지 소비는 가속해 ,점차 소녀를 노골적인 성애의 대상으로 담아내게 된다.
 
1974년, 당시 15세이던 아이돌 가수인 야마구치 모모에가 자신의 처녀성을 주겠다는 내용의 노래 ‘어느 여름날의 경험’을 발표하고, 1975년 대중잡지인 ‹GORO›는 ‘미숙한 성의 소녀들’이란 주제로, 다분히 상업적인 인상의 11살 소녀의 세미누드와 13살 소녀의 누드사진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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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GORO 1975년 8월 14일호 표지.



표지 우측 ‘푸른 성의 소녀들’에서 ‘푸른’은 익기 전의 푸른 과일에서 따왔다. '푸르다'는 미숙한, 무르익기 전의 등의 뜻이다.
 
이처럼 1970년대 중후반에 들어 소녀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점차 체계화, 상업화되었고, 본격적으로 ‘소녀’ 이미지는 수동적 성애의 대상이 된다.
 
78년 12월 최초의 로리타 동인지인 <아리스>가, 79년 4월에 로리타 만화의 원조 격이라 불리는 <시베르>가 발간되며 점점 성적인 표현이 들어간 로리타 만화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마침내 1980년 제15회 여름 코미케에서 패러디 동인지 <클라리스 매거진>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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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팡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에 등장하는 클라리스 중심 패러디 동인지. 누드 그림 등이 실려 있지만 성교의 묘사는 없다.



 
<클라리스 매거진>은 본격적인 로리콘 붐을 불렀다고 말해지는 루팡 패러디 동인지이다.
 
이전까지 매체에서 ‘소녀’라는 소재를 다룰 때는 나름대로 명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이후로 대부분의 작품이 명분을 완전히 추출하고 ‘소녀’ 그 자체를 욕망의 대상, 포르노로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1980년 12월 애니메이션 잡지 에 ‘로리타 콤플렉스’를 키워드로 한 만화평론가 요네자와 요시히로의 칼럼이 등장한다.
 
아동성애를 양지에서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던 시절이었으나, 이 칼럼을 계기로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아동성애를 희석시키는 용어가 대중화되었다. ‘로리콤’들이 수면 밖으로 나오게 된 계기이다.
 
이 기세에 이어 1982년 1월 로리콘 전문 만화잡지의 선구자인 <레몬 피플>이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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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레몬 피플> 1981년 2월호 표지.

 
<레몬 피플>은 자극적인 내용의 로리타 성인 만화를 소재를 가리지 않고 실었다. 이후 일본에서 ‘레몬’이 성적인 암시로서 통용되는 등 일본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크림레몬’ 시리즈의 제목도 이 잡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레몬 피플>이라는 잡지는 창간 당시부터 동인만화(패러디 동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를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이 중 대표적 작가로 우치야마 아키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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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도 우치야마 아키가 <소년 챔피언>에 연재했던 <앙도로 트리오>. 소년지 임에도 불구하고 10살인 여주인공 츠카사를 중심으로 배뇨, 기저귀 플레이 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동시기에 자작 패러디 만화인 <앙코로 트리오>를 <레몬 피플>에서 연재했으며, 이 작품에서는 성적인 묘사가 더욱 명확하다.

 


우치야마 아키는 스스로를 ‘기저귀 만화가’라 지칭할 정도로 과격한 내용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소년지에도 작품을 연재했으며 80년대 초반, 한 달 총 연재분량이 160페이지였을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였다.
 
그는 1982년 만화잡지 <아니메쥬>의 5월호에서 ‘여기까지 온 로리콘 붐, 그 최전선을 쫓는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로리콘이라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존재를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고, 그것은 만국 공통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했다.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그저 어린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소비하고 싶다는 욕망만이 투명하게 남은, 로리콘 붐의 실태를 보여주는 말이었다.
 


로리타 콤플렉스 붐의 끝
 
로리콘 붐은 일본의 유명 여성 패션잡지인 ‹NON·NO› 
등에서 특집기사를 낼 정도로 사회적 현상이 되었고, 자신을 당당히 로리콘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여아용 물품을 수집하는 등 현실로 눈을 돌리는 이들의 비중도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미성년자의 성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사회에서도 반감을 샀고, 80년대 중반 아동 대상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로리타물의 제재가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실제 소녀 모델의 누드 그라비아 사진과 독자투고의 도촬 사진 등을 싣던 <헤이! 버디> 등의 로리타 잡지가 폐간되고, 만화에서도 직접적인 성기의 표현이 제재되며 로리콘의 입지는 줄어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시기인 1985년, 일반 여고생을 뽑아 만든 방송 기획 아이돌인 ‘오냥코 클럽’이 결성되었다. 오냥코 클럽의 데뷔곡인 ‘세라복을 벗기지 말아요.’에는 ‘데이트신청을 받은 후 버진이면 시시해요.’와 같은 가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활동하는 방송에서도 성인 개그맨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가져다 대는 등의 행위가 있었으나 개그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기획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당시 사회가 얼마나 로리콘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다 1998년, 일본사회가 큰 경각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도쿄 · 사이타마 연속 여아 유괴 살인 사건
 
'도쿄 · 사이타마 연속 여아 유괴 살인 사건'은 한 성인 남성이 1988년부터 1989년에 걸쳐 4세~7세의 소녀들을 납치하고 성폭력을 가한 후 살해한 사건이다. 범행 내용의 잔혹함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이야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범인이 로리콘인지, 만화의 영향을 받아 이런 사건을 저질렀는지는 불확실하고, 일반 오타쿠들의 망상에 한정된 로리콘 취미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범인은 호러물, 애니메이션 등의 비디오를 대량 수집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아동포르노물과 살해한 소녀를 직접 촬영한 것도 있었다. 80년대를 휩쓴 로리콘 붐과 80년대 후반에 일어난 연속 여아 살인사건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망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가볍게 여기던 로리콘 붐이 처참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후 일본 당국은 로리타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로리콘’들은 편법을 통해 여전히 미성년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했다.
 
겉모습은 아동이지만 등장인물들은 만 18세 이상임을 뜻하는 ‘합법 로리’, 정확한 표기를 얼버무리는 여자○학원생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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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의 등장 캐릭터 츠쿠요미 코모에. 어려 보이는 교사라는 설정이다.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불법’에 가까운 ‘소녀’들이 수많은 미디어 속에 존재하고, 소비된다.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손해이다
 
로리타 콤플렉스는 사회에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상호 소통을 통한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의사소통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의 도피처이다.
 
그들은 자아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대등한 현실 여성을 기분 나쁜 ‘3차원’의 여자로 규정하고 혐오한다. 자신은 그것이 싫어 2차원으로 도피했을 뿐이라 말한다.
 
우치야마 아키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깊은 관계에 도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손해라 여긴다. 그 귀찮은 수고를 빼고 자신의 욕망만을 편하게 채울 방법을 찾은 결과, 자신과 대등하지 않은 어린 소녀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로리타 콤플렉스’는 관계에서 남성이 권력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는 가부장주의의 여성소비 욕망에서 발전한 ‘병’이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는 관계여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겁쟁이의 발상이다.
 


이젠 그만둘 때가 되었다
 
이러한 로리타 취미를 망상 속의 이야기이며,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니 자유이지 않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죄가 없다고 무해한 것은 절대 아니다. 성애의 대상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미성년자’라는 점과, 그것이 일방적인 소비로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해하다.
 
80년대의 상업주의, 동인 문화의 발달 등이 과거로부터 용인된 소녀의 수동적 이미지 소비와 합쳐지며 미성년자를 성애의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가 사회에 녹아들게 되었다.
 
'로리콘' 콘텐츠들은 더욱더 다양하게 진화해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7년이 됐음에도 아직 소녀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줄지 않았다. 2차원은 무죄라는 말이 해로운 자기합리화라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YOUR MANAⒸ이우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