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아주 천천히, 그림을 그리는 손이 있다.
그 손은 강렬하게 타오르는 붉은 노을 색과 더 없이 펼쳐진 싱싱한 보리밭 색을 좋아한다.
그 손이 그려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어떤 한 방향을 향해 꾸준히 걸음을 딛고 있음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인연을 수없이 반복해오던 망설임 없는 윤회.
가야 할 곳을 명확히 알고 있는 공명의 그림은 이제 거침없는 길에 들어섰다.
작업실, 닫힌 방 안에서 혼자 침잠해 그림을 그리던 작가 공명은,
지난봄부터 그림에 이야기를 입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버프툰)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꿈을 빼앗긴 소녀가 응시하는 저 들 너머. 꿈이 어떻게 탈바꿈해 돌아올지, 아니면 영영 꿈을 빼앗긴 채 살아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녀의 삶에 응원을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다했을 때 비로소 소녀는 꿈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어마나 16번째 전시 <추억담>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수집하신 동양적인 소품과 공간들이 그림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20대 시절 처음 읽게 된 어린 왕자 이야기 중에 여우와 왕자의 대화 부분이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기에,
여우와 왕자가 다시 재회하여 여행을 떠나는 것을 주제로 잡고 제작했습니다.
공명 작가의 전시 <추억담>의 전시 한정 메뉴였던 레몽차.(來夢茶)
잃어버린 꿈이 돌아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자몽과 달콤한 건대추를 주재료로 만든 따뜻한 음료.
작품 소개
아티스트 룸을 통해 새롭게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작품은 웹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한국의 70년대와 불교(탱화)를 소재로 여성 서사를 주제로 웹툰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웹툰 내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불교와 근현대 외에 다양한 한국적인 소재들을 작품에 많이 녹아내리게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