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방새미
뭔가 단단히 쥐고 쓸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2014년부터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하여, 2019년 ‘새앙북스’라는 1인 그림책 출판사를 설립하고,
2020년 5월, 열네 번째 그림책, <우미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꿈, 장래 희망에 대해 누군가 물어올 때마다 늘 답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직업으로 ‘화가’ 하나밖에 모르던 시절은 늘 화가였고,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만화가였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을 때는 애니메이터였습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접하고, 따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다 보니 그림책 작가가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림책 작가를 지속하다 보니 그림책 출판사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내가 원하는 방식의 즐거움과 호흡으로 계속 그릴 수 있는 일.
그 일의 이름과 형태를 찾는 과정이 내가 지나온 것이었고
결국 그 일이 ‘그림책’이라는 매체에 꼭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이 일을 꽤 오래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창작을 합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 적으로든 ‘재료 모으기 활동’도 매일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창작하는 행위만큼 중요한 것이 재료 모으기 활동입니다.
재료 모으기는 휴식, 즐거움이기도 하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창작에 쓰이게 되는 재료는 혼자 하는 행위, 고립된 시간에 주로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게 세 가지 행위에서 재료를 모읍니다.
‘책 읽기’, ‘그림책 보기’, ‘산책하기’가 그것입니다.
재료들은 자극, 경험, 생각, 정서 등이 뒤섞인 겹겹의 형태 없는 무의식으로, 마찬가지로 형태가 없는 장소에 모여있다가,
그때 그때의 내 감정, 원하는 바와 만나서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섞여, 그림 혹은 이야기로서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더없이 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다른 창작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야성적인 활동입니다.
그 야성성이 정신적, 영적 영역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겉으로는 알기 어렵지만요.
모양, 크기, 깊이, 축 그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광대하고 폭발적인 활동이 아무도 모르게 창작자 안에서 비밀스레 일어납니다. 이것이 창작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상당한 고통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매 순간 모든 부분이 새로운 그 즐거움의 극치는 창작자만의 것입니다.
저는 그림으로 선하고 순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미 모두가 일상 속에서 직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다양한 폭력, 혐오, 자극만을 위한 자극으로부터 놓여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은 이야기요.
고통과 공포, 슬픔, 고독을 다루겠지만 그것들을 용기와 따뜻함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여 선하고 바른 가치를 강력하게 만드는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요 작품
본인이 글과 그림 작업을 직접 해서 펴낸
《여우 달리기》, 《TAXY》, 《마녀와 까마귀 이야기》(전2권), 《모양집》《밤과 나무와 등불》《앤과 다이애나》《우미 이야기》
등이 있다
일본 타마 미술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2019년 4월, 유어마나 12번째 전시 <블라인드 스티치>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그린 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