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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만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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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와 개그의 즐거운 이중 변주

오로지 너를 이기고 싶어

아마도지 그림 사삭 네이버웹툰

 

세상 쓸데없는 일에도 승부욕을 부리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이기고앞에 만만치 않은 라이벌 오로지

등장해 그의 승리를 가로막는다. 일본 작품 <옆자리 세키 군>이 그러하듯 눈싸움, 가위바위보 등 사소한

경쟁에서 오로지를 이기려는 이기고의 잉여적인 열정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다.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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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절망할 시간

머니게임

글 그림 배진수 네이버웹툰

 

내일이 없는 몰락한 여덟 명이 부자들의 도락에 초대됐다. 100일 동안의 감금 생활을 마치면 무려 448억 원을

분배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은 시중가의 1,000배로 사야 한다. 절약만 한다면

그야말로 일확천금의 기회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방에 격리 되자마자 이들은 곧 깨닫는다. 화장실도,

수도 시설도 없는 이곳에서는 모든 게 다 돈이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모든 게 고통이라고. 결국, 소비를

억제해야 하는 여덟 명의 운명 공동체도 각자의 소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한 모두가 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하다.

이내 누군가는 폭력을 앞세워 군림하고, 질병도 위생도 해결되지 않은 곳에 던져진 인간들은 곧 살인 게임

초라한 장기말로 전락한다. 숨도 고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극단의 상황이 인간의 본성을 내내 처절하게

담금질하나니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거의 모든 공포와 절망이 여기에 모조리 담겨 있는 듯하다.

강상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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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초딩 눈에 담긴 세상의 이면

조숙의 맛

글 그림 이우물 다음웹툰

 

어른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힘든 세상일 것이다. 게다가 엄마가 어느 날 바뀌어

버렸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마냥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그 안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어른들이 중요한 것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이들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돌아가 사유해 보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 조숙의 맛을 살짝 보게 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과

너무 씁쓸하므로 거부하고 싶은 조숙의 맛에 익숙해진 어른들의 이야기.

이지용 대중문화연구자,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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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면 응시해야 할 역사와 상처

고래별

글 그림 나윤희 네이버웹툰

 

때는 1926, 군산의 친일파 지주 가문의 몸종인 수아는 거사에 실패하고 바다에 뛰어든 독립운동가 의현을

우연히 발견해 그를 구해주게 된다. 수아는 의현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에게

접근하지만, 오해를 사서 결국 목소리를 잃게 된다. 인간 왕자를 멀리서 지켜보며 물속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 인어공주의 믿음이 깨진 것처럼, 수아는 자신을 둘러싼 평화가 사실은 빈껍데기임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나윤희 작가 특유의 잔잔하고 마음 따뜻한 스타일로 서글픈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그려낸 이야기다.

손진원 장르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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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연애물인가, 액션물인가

연애의 정령

글 그림 김호드 네이버웹툰

 

일정 기간 연애를 못 한 모쏠들을 구하기 위해 연애의 정령이 내려온다. 이들은 정해진 기한까지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스러진다. 이 얼마나 슬프고도 기막힌 사연인가. 이 웹툰은 최근 막을

내린 본격 싸움물, , 아니, 연애물이다. 하라는 연애 코치는 안 하고, 치고받고 싸우느라 연애의 정령이라는

제목엔 싸움의 정령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연애물의 싸움이라니, 그저 그렇게 투닥거리는 싸움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싸움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터지는 긴장감과 사이다 원샷의 목 넘김 같은 타격감이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가슴에 피카츄와 친구들문신을 새긴 남자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정령 힙제이는 과연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강정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 만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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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신표 찌질함의 맛

아티스트

글 그림 마영신 다음웹툰 / 송송책방

 

나도 이런 모습일까.’ 숨기고 싶었던 모습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거 정말 내 얘기예요.” 내 주위의

작가들도 슬그머니 고백한다. 마영신의 <아티스트>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예술’, ‘예술가라는 허울 속에

숨겨진 인간사의 찌질한 이야기들을 날카롭게 그렸다. 하지만 이 찌질함이 예술과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찌질함은 우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나도, 당신도 아닌 척하고 싶을 뿐.

김성진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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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읽어야 좋을 아이들의 이야기

열세 살의 여름

글 그림 이윤희 창비

 

청소년 만화에서 10대를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대어 보다 정확히

말하면 2000년 전후 과거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곤 한다. <열세 살의 여름> 역시 그렇다. <열세 살의 여름>

1998년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살 해원, 진아, 산호, 우진의 이야기다. 흘러간 과거로서의 이 아련한 추억은

초반부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눈부신 여름을

그리고 그 시절 설렘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따스한 위안이 된다.

오혁진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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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내릴 때 눈물도 함께 흐른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글 그림 공명 버프툰

 

일제강점기에 이상화가 쓴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굳이 제목을 빌려온 이유는 딱 한 가지일

것이다. 바로 착취당하는 자의 비참함. 그리고 비참함 너머에 있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

이권례 여사는 부처가 점지해 준 아들 태몽을 꾸고 이름까지 받지만 정작 딸을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해송은 늦둥이 동생이 태어나자 부처가 지어준 이름을 동생에게 빼앗기고 이란 이름을 받는다. 동생이

태어나며 더 심해진 온갖 차별, ‘이란 이름 대신에 썩을 년이라 불러대는 할머니의 핍박은 고통스럽다.

이 웹툰은 우리가 살아온 차별의 시간과 마주앉아 소녀 이 감당해야 하는 삶을 아프게 드러낸다.

김현국 <지금, 만화> 편집장




*<지금, 만화> 제1호~제5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