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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타가메 겐고로(田亀源五郎) 

기고

추천! 타가메 겐고로(田亀源五郎) 
 

 

시바우치
 

타가메 겐고로(田亀源五郎)는 일본을 대표하는 게이 에로틱 아티스트다.

위 문장에서 '게이'는 작가 본인의 성적 지향과 작품세계 양쪽을 포괄하는 의미다.

'에로틱' 성인용 에로티카포르노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물론 포르노가 아닌, 모든 연령의 독자층을 위해 제작된 퀴어 작품 <아우의 남편>도 있지만 그 외의 만화 단행본은 죄다 성인용이다.

'아티스트'는 만화 외에도 일러스트레이션 및 회화, 단편소설, 창작 활동을 포괄한 의미이다.

타가메 겐고로는 일본과 유럽에서 회화 전시회를 개최한 적도 있고, 소설 쪽도 데뷔나 지면 게재 순서에서 만화보다 1년 빠르다.

그래도 타가메의 대표적 활동 매체는 만화로, 1987년 데뷔한 이래 다수의 단편, 중편, 장편만화를 그려왔다. 하지만 그의 활동 분야인 게이 에로티카는 성인용 포르노라는 점에서, 그리고 소수자인 게이 독자를 위해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게재 지면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도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초기작은 아예 단행본으로 출시되지 않았거나, 어떻게 발매가 됐어도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00년도 초반부터 <근육남 (筋肉男)> 게재를 계기로 독자층이 확대되었다. 일본에 비해 성소수자 인권 수준이 높고 게이 문화의 향유층도 넓은 유럽, 영미권에서 더 알려지기 시작헸다. 일부 단행본은 다양한 언어로 출시되기도 했고 이전 작품들이 다시 출간되기도 했다.

타가메는 단편 작품을 많이 그렸다. 단편들을 묶은 단행본은 출시 국가나 출판 시기에 따라 수록작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수위와 내용을 보면, 순정적인 연애물부터 신체절단 같은 고어한 묘사의 페티쉬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추천작 가이드가 필수적이다. 현재 구매 가능한 단행본을 중심으로 추천작을 이 기고를 통해 정리하고 싶다. 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책은 아마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경고: 한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성인용 포르노이며 기본적으로 사도-마조히즘 성향이 강하다. 요주의).

 
 

아우의 남편

 

 

<아우의 남편 (弟の夫 / Le mari de mon frère / My Brother's Husband)> 1, 2권~ (현재 연재중)

 

<월간 액션>에서 연재 중인 작품. 타가메의 만화 단행본 중 유일하게 성인용이 아니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일본인 이성애자 싱글 파더이고, 그 남동생은 동성애자로 캐나다에서 캐나다인 남성과 결혼했다. 동생이 사망하자 캐나다인 남성은 죽은 남편의 고향을 돌아보고 기리기 위해 주인공을 찾아온다.

사실 배경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동성결혼이 합법인 국가들이 점차 증가하는 현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잔잔한 톤으로 성소수자 인권과 젠더 이슈를 가족 드라마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훈훈하게 그려낸 시의적절한 작품이다.

유일하게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타가메 단행본이다. 단, 이성애 정상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는 주제의 만화에서 작은아버지의 남편을 가리켜 '고모부'라고 번역한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원문의 'おじさん'에 가깝고 범용적인 '숙부' 정도가 어땠을까 싶다.

올해 9월 Akata에서 불어판이 발매되었고 영문판은 내년 Pantheon Books에서 출간 예정이다.




PASSION OF GENGOROH TAGAME
 

 

‹The Passion of Tagame Gengoroh› (2013) 영어


타가메 겐고로 최초의 정식 영어 단행본이다.

2000년도 이후의 단편 및 연작을 모은 책이다. 가벼운 개그부터 비참하거나 애틋한 시리어스한 이야기, 또 현대물에서 사극까지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주먹이나 도구를 사용한 구타 정면 등 일부 하드한 묘사가 있지만 절단 등의 심한 고어 요소는 없다. 북미 번역 단행본은 미성년자였던 원작의 캐릭터를 성인으로 명시했고 성기의 표현도 수정 없이 출판했다. 일본판과의 큰 차이점이다.

북미판에는 2004년작 <오라클(Hairy Oracle)>, 2000년도작 <아레나(闘技場~アリーナ)'> 2009년작 <푸닥거리(鬼祓え)>, 2010년작 <시골 의사(田舎医者)>, 2010년작 <스탠딩 오베이션(スタンディング・オベーション)>, 2010년작 그리고 이 단행본을 위해 특별히 그린 단편 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아레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등 격투 게임의 인기에 영감을 받아, 지하 투기장에서 점점 타락해 가는 격투가를 그린 대표작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책이 ‹ARENA›라는 표제작의 단행본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이 책에에 실린 작품들도 좋지만, A2 사이즈를 넘어가는 박력 넘치는 판본이 소장용으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현재 하드커버판이 발매중이다.

 
 

 

천수각에 깃든 귀신/군지

 

<천수각에 깃든 귀신/군지 (天守に棲む鬼/軍次)> (2005) 일본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만화 앤솔로지 <근육남(筋肉男)> 등에 게재한 작품을 모은 단행본이다.

제목에도 표기되었듯이 이 단행본의 대표작은 2004년 작 '천수각에 깃든 귀신'과 2002~2003년 연작 '군지' 시리즈다.

<근육남>은 근육질 체형의 남성 캐릭터를 욕망의 대상으로 그린 성인용 에로 만화 앤솔로지다. 이 앤솔로지에는 성인용 게이 만화 작가와 보이즈러브 작가들이 혼재했으며 독자층도 양 장르가 뒤섞여 있었다.

타가메도 이 점을 의식해 <근육남> 게재작은 대부분 보이즈러브를 전제로 구성했는데, 특히 <군지> 시리즈가 그러했다. <군지> 시리즈는 고급 전통요리점의 젊은 후계자와 요리인의 수십 년에 걸친 애증극인데, 독자층을 여성으로 넓힌 계기가 된 작품이다.

‹GUNJI›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어판과 영어판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또 다른 표제작인 <천수각에 깃든 귀신>은 일본 전국시대 배경의 비뚤어진 근친애를 그린 인상적인 단편이다.

그 밖의 수록작은 자기희생적인 이탈리아인 신부가 나치에게 능욕당하는 <암퇘지의 천국(メス豚の天国)>, 동명의 헤이안 시대 이야기를 재해석한 <오오에도 기담(大江山綺譚)>,기묘한 초능력을 지닌 형사가 나오는 개그 단편 , 씁쓸한 치정극 <전부터 좋아했다고 말 못해서(ずっと好きだと言えなくて)> 등이 있다. 

<천수각에 깃든 귀신/군지>는 분위기, 배경과 소재가 다채로우면서 퀄리티도 뛰어난 단편집이다.



 

웅심 -위르투스-

 

 

<위르투스 (ウィルトゥース / VIRTUS)> (2007) 일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이 책의 표제작인 <웅심 -위르투스-(雄心~ウィルトゥース)>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격남(激男)> , <육체파>에서 연재한 작품이다. 이 책의 일본어판은 <웅심 -위르투스->와 단편 <아득한 설원(雪原渺々)>, <누구한테도 말 못해(誰にも言えない)>로 구성되어 있다.

<웅심 -위르투스->는 <군지> 이후 보이즈러브를 더 의식한 연작으로,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두 노예 검투사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이 작품은 타가메 겐고로 입문작으로 종종 추천되고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편(유감스럽게도 한갓 짤방감으로 소모된 탓도 있지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위 높은 BDSM 플레이나 고문이 없는 매우 소프트한(물론 언제까지나 타가메 겐고로 작품 기준에서 소프트하다는 것이고, 독자에 따라서는 여전히 불편하거나 충격적일 수도 있다) 작품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그림체를 제외하면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대 로마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잘 활용했고 두 주인공들의 관계 발전을 섬세하게 묘사한 미덕은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어판은 현재 절판되었으나, 프랑스어판과 이탈리아어판은 두 단편을 제외한 <위르투스 (VIRTUS)>만으로 발매되어 판매중이다. 프랑스어판은 주인공 중 한 명이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하는 장면이 수정되었다.
 

 

외도의 집
 

<외도의 집 (外道の家 / La Casa de los Herejes / The House of Brutes)> (2007) 일본어, 스페인어, 영어(내년 초 발매예정)

 

1999년부터 2007년까지 ‹Badi›에서 연재된 장편 만화이다. 단행본을 상, 중, 하 총 3권으로 구성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 시골, 가난한 농가의 막내 아들이 뜻밖에도 마을 유지의 데릴사위가 된다. 하지만 장인이 자신을 종마이자,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않기에 마구 다룰 수 있는 노리개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이 집안 사람들과 심지어 하인들에게까지 온갖 멸시와 능욕을 당하며 점점 무너져간다.

억압적인 계급사회 속에서의 폐쇄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음침한 가문의 드라마라는 고전적 장르 속에서 한 남성의 붕괴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여러가지 동기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주인공을 능욕하고 강간하는 인물들 중에는 여성의 비중도 높다.

남성성 그 자체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해체 작업이 워낙 집요하다 보니 게이 에로티카의 영역을 초월하고 있다.

수위도 상당히 높아 스카톨로지, 성기 고문 등이 묘사된다. 그나마 신체 절단은 나오지 않지만 수십년의 세월에 거친 정신적 고문과 구시대적 계급에 준거한 학대 역시 보기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치욕과 절망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과 구원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맹세컨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배뇨 기호 장면이 나온다.
 

 

그대는 아는가, 남쪽 지옥을
 

 

<그대는 아는가, 남쪽 지옥을 (君よ知るや南の獄 / GOKU)> (2007) 일본어, 프랑스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G-men›에서 연재된 장편 만화이다. 일본어판은 상, 하 총 2권, 프랑스어판은 ‹GOKU›라는 제목으로 총 3권으로 발간되었다.

2차 대전 직후 일본군 포로들을 수용한 남태평양 섬의 미군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이상주의적인 일본군 장교는 말라리아에 걸린 부하를 살리고자 수용소 소장인 미군 장교에게 단기적으로 굴종하기로 맹세한다. 하지만 소장이 그에게 비틀린 애정을 품게 되고 또한 양국 병사들의 억눌린 욕망과 불만이 뒤얽혀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주인공은 숭고한 인물이지만 그가 지키려는 같은 일본군 포로들은 미군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 즉, 그 숭고함은 순결한 희생 제물로서 난도질 당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절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나(해당 개념이 성립되기 이전인 시대가 배경이니 당연하기는 하지만) 자타를 파괴하는 등장 인물들의 원흉과 동기는 호모포비아라는 점이 흥미로우면서 설득력이 있다.

당연히 미소지니-여성혐오와도 이어져 있고, 이 점은 여성 캐릭터(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가 아닌 대사로 표현된다. 고문, 구타, 윤간, 스카톨로지 묘사가 있다.
 
 

 

PRIDE

 

‹PRIDE› (2004) 일본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G-men›에서 연재된 장편 만화이다. 상, 중, 하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에는 2003년도 단편 , 중권에는 그 속편인 , 하권에는 1995년도 단편 <어둠 속의 군계 (闇の中の軍鶏)>와 2004년도 단편 <비국민(非國民)>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을 인기 많은 '탑(삽입하는 측)'으로 여기고 섹스 파트너를 함부로 대하던 대학생이다. 그가 지닌 내면의 마조히즘을 꿰뚫어본 교수에게 조교당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합의 하에 가능한(사실 픽션이니까 그 이상의) 거의 모든 SM 플레이가 나오는 BDSM 종합선물세트이다. 주인공이 점점 구차한 프라이드를 벗어버리며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에 눈떠 가는 자아찾기 여정을 그리는데, 점점 레벨업하는 측면에서 묘하게 스포츠물 같은 구석도 있다.

하드한 SM 플레이는 보고 싶지만 강제적 상황이 싫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어둠 속의 군계>는 소위 팡팡걸(미군정 시절 미군에게 성을 판 일본 여성을 가리키는 멸칭으로, 한국어로 가장 유사한 단어는 '양공주')들이 뒤집어 썼던 내셔널리즘적, 여성혐오적 공격을 일본 남성의 육체 그 자체에 겨눈 흥미로운 작품이다.

<비국민>은 제목 그대로 군국주의 시절 빨갱이 사냥으로 억울하게 능욕당하는 소년의 이야기다.
 
 

은의 꽃

 

 

<은의 꽃 (銀の華)> (2012) 일본어

1994년에서 1999년까지 ‹Badi›에서 연재된 장편 만화이다. 단행본은 상, 중, 하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판되었다가 2012년 복간되었다.

1906년 메이지 시대, 주식 투자로 돈을 크게 벌어 흥청망청 놀던 옷가게의 젊은 주인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주가 폭락으로 전 재산을 잃고, 자신이 다녔던 유곽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경비원이라는 것은 명목 뿐이었고, 그에게 원한을 지닌 이들의 음모로 남창으로 일하게 된다.

90년대의 작품이라 높은 밀도의 작화로 완성한 시대극인데, 시대적 배경과 소재의 특성상 묘사되는 (성기)고문과 능욕의 수위가 매우 높고 과격하다. 한편으로는 인물들 간의 관계와 드라마가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맹세컨데,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환 고문 장면이 나온다.

 
 


크레타의 암소

 

<크레타의 암소 (クレタの牝牛 / Cretian Cow)> (2015) 일본어, 영어

 

2010년도 <육체파>에 게재되었던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의 미노타우루스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엠프레그(Mpreg: 남성 임신) 요소까지 들어있다.

이 작품이 실린 단행본 <근육기담 (筋肉奇譚)>은 절판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영어로 출시하고 있는 MASSIVE에서 번역, 출판했다. 그리스 도자기 회화풍으로 새롭게 그린 예쁜 오리지널 커버의 동인지 형태로 세계 각지에 판매중이니 더 이상 사지 않을 핑계는 없다.

구매 링크
 



 

타가메 겐고로 '금단' 작품집
 

<타가메 겐고로 '금단' 작품집 (田亀源五郎 '禁断' 作品集)> 일본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다양한 잡지에 게재되었던 타가메의 단편들 중에서 특히 폭력성, 고어 면에서 수위가 높은 것을 모아 수록했다.

작품은 <아레나>, <참외 도둑 (瓜盗人)>, , <맹렬한 혈조: 나카자토 카즈마의 경우 (猛き血潮 中里和馬の場合)>, <맹렬한 혈조: 사카타 히코조의 경우 (猛き血潮 坂田彦造の場合)>, ‹NIGHTMARE›, ‹ZENITH›, <오뚜기 헌병 (だるま憲兵)>, <코로모가와 이문 (衣川異聞)> 등이다.


성기 고문, 각종 인체 개조, 신체 절단, 특히 거세가 주로 묘사되어 비위가 약한 독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요시츠네를 향한 벤케이의 짝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낸 <코로모가와 이문>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톤이 절망적이고 참혹하다. 

하지만 표현 수위가 높은 만큼 (거북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작가의 상상력과 다소 어두운 페티쉬를 보는 점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울 수 있다.
 
 

그밖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공식 홈페이지의 작품 게재 지면 및 일본어판 단행본 리스트 (링크)
 
다국어 단행본 리스트(링크)

 
 
 
 
 

시바우치 만화연구가, 아마추어 만화가, 번역가, 전직 만화편집자. 만화 취향은 잡식성. 타가메 겐고로 한국 전시회/사인회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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